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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 하염없이 재밌고 쓸데없이 친절한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
정지영 지음 / 더블:엔 / 2017년 4월
평점 :
이 책은 저자가 여성의 몸으로 홀로 안나푸르나 등반에 나서서 겪은 이야기를 엮은 여행기이다. 아마도 저자는 무척 꼼꼼한 사람인것 같다. 이토록 생생하게 방금 경험한 것처럼 쓰여있는걸 보니 여행하며 꼼꼼하게 기록해 둔 것 같다.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풍경과 재치있으면서도 솔직한 맘속 이야기, 에피소드와 관련된 여러가지 지식과 각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가이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도 지도의 여정대로 목차가 이루어져 읽기 편하다.
이 책을 선택할때 밀크티라는 키워드가 맘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캔음료로 만들어진 밀크티만 먹어보다가 태국에서 살때 태국식 밀크티 '차이'를 처음 먹어봤다. 손으로 직접 만든 달콤 쌉싸름하면서 고소했던 차이맛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너무 맛있어서... 그리고는 로얄밀크티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고 내 안에서 밀크티는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먹을 수 없는 특별한 메뉴가 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네팔+트래킹+밀크티 세가지 키워드가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이다.
산행을 하며 마시는 밀크티라니... 사실 밀크티라고 하면 고급호텔의 에프터눈 티세트가 생각나지 산행이나 네팔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데 짜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잘 어울린단말이다...
여튼 저자는 만 2년 채운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안나푸르나 산행길에 오른다. 왜 하필 네팔인가... 사실 네팔이나 티벳의 산행은 나의 로망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 여성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니까... 먼지에 뒤덮혀 땀을 타고 구정물이 흘러 눈에 들어가고 몇일씩 빨지 않은 티셔츠에서 쉰내가 풍기고 언제 나올지 모를 목표를 향해 위로위로... 내 짐조차 혼자 감당못해 포터까지 써가며 해야하는 여정은 솔직히 보통 여자들에겐 로망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걷는 여행의 묘미를 알지만 벌레나 야생의 생활이 감당이 안되기도 하니까 이 책을 통해 그 힘듦과 고뇌, 특히 여성으로서 안나푸르나 등반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여성이 혼자 여행하면 책 속 '빔'이라는 인물과 비슷한 인간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동양인 여성은 체구가 작고 남성에게 순종적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쉽게보는 경향이 있다.
포터로서 트래커의 앞길을 밝혀주고 어려울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빔이 저자에게 한 짓거리는 분명 위험신호였다. 술을 마시지 않고 그렇게 응대한 저자가 순발력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삐끗해도 평범한 생활에서 멀어져 버리는 것이 여행길이니까 이정도 긴장감이 없으면 여성혼자 여행을 떠나는건 그만두는게 맞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빔은 거짓말을 하며 포카라로 돌아간다. 새로운 목표를 찾아 떠난것 같다.
(내가 태국에서 여행을 할때도 현지인 가이드들이 굉장히 어려보이고 실제로도 어린데 의외로 다들 유부남에 애 셋은 넘게 있었으니 한국인의 기준으로 따지면 안될거 같다 ㅎㅎ)
새로온 포터와 마음을 맞춰 결국 일정을 전부 소화하고 귀국한 저자의 에피소드엔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딸아이와의 트래킹을 기대하고 있다.
멋지다는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나도 나홀로 배낭여행을 가기엔 늦었는데 나중에 딸내미와 치앙마이트래킹 정도 어떨까 생각중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분명 얻는게 많지만 그것보다 감수해야할 위험이 너무나 많기에...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