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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릴 때, 인도 - 나를 만나러 혼자 떠난 사십오일 간의 배낭 여행
박재현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2월
평점 :
이 책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은퇴 후 사진기랑 배낭매고 인도로 떠나 45일간 여행하는 내용이다.
중점적으로 볼 것은... 혼자 떠났다는 것... 그것도 인도를...
인도는 일종의 불모지 아닌가 한다. 너무 많은 결핍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간단히 말하면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 불편한 나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곳에서 비로소 자신을 다시 한번 조우한다.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으로 살며 세계로 나갈땐 늘 편하게 가족여행을 다니던 가장이 혼자 홍삼가루와 소주, 컵라면에 침낭을 배낭에 넣어 가지고 인도라는 황무지로 떠나서 쪼리신고 소똥 피해가며 여행을 한다... 저자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일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절대 버티지 못할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행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들과 그 나라 문화나 역사를 잘 버무려 맛갈나게 적어내려간 이 여행기는 마치 가이드북 같기도 하다.
현지에서 만난 젊은이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역시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여행이라는 가뭄 속 단비같은 존재랄까...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사진이다. 저자가 직접 찍었는데 이게 아주 작품이다.
첫장에서는 떠날때의 두려움이 도드라져 보인다. 여행이란건 저지르지 않으면 여러가지 알수없는 불안때문에 시작하기 힘들다. 저자는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출국한다. 첫날 도착할때까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안 좋은 견해때문에 고민하다 델리에서 몇일 며물며 두려움을 떨치고자 하지만 오히려 머물러 있을때 더 큰 두려움이 엄습함을 깨닫게 된다. 당장 집에 가고 싶어지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갈곳이 생기고 델리에서 멀어지자 맘편히 여행을 즐기게 된다. 한국인 청년들과 술 한잔에 이야기도 나누며...
두세번째 장에서는 진정 여행을 즐기는 면모가 보인다. 인도의 역사나 문화와 함께하는 여행길이 마치 읽는이로 하여금 동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눈물을 흘렸던 그 대목에서 나도 내 여행에서 그랬던 적이 있기에 그 북받치는 감정이 무언지 대충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홀로 동남아 배낭여행을 했을때 눈물이 자주 쏟아지곤 했다.
하필 이 때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런 낯선 곳에 혼자 있다는 생각에...
낮에 길에서 보았던 5살 남짓의 구걸하던 소년이 생각나서...
그런데 그 옆에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이 버티고 서 있어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발바닥이 너덜너덜 해질정도로 마음껏 걸어다니며 보고 싶은거 보고 마음이 충만해 졌는데도 게스트하우스 침대시트를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로 적시곤 했다.
호주에서 한국인들만 드글거리는 팜스테이때도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가슴 벅차올라 눈물을 쏟아낸 적이 있었다. 이건 내가 살던 풍경에서 나를 지우고 나를 아는 이가 한명도 없는 곳에 홀로 서 있다는 막막함과 막연함과는 좀 다른... 그렇다고 외로움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장기배낭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 그런 감정을 책속에 잘 녹여 놓았다. 진짜 여행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한다.
끝부분 저자의 말에 인도 45일 여행동안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마법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써 있다. 늦는다는 건 더 늙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니 더 늙지 않게 일찍 도전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그의 뜻에 공감했다.
인도여행을 오랫동안 꿈꿔오고 결국 이뤄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