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뇌경색인 어머니와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수필처럼 써 내려간 책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저자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얼마 안 되어 폐렴으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저자 본인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을고비를 넘기고 아버지는 치매에 걸리게 됩니다.
이 책은 주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는 이야기지만 전문적인 간병 지식이라거나 치매라는 병에 관한 의학적 지식은 없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듯 친절한 당부의 말을 모아놓은 에세이 입니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친구에게 늘어놓듯 편안하게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의 기억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당시엔 저자도 어렸고 잘 몰랐고 그분들이 돌아가신 후에야 깨닫거나 한창 힘든 시기를 이기고 알아낸 것들을 책으로 엮어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고통 받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전 어릴때 친구네집에 놀러가면 치매에 걸린 친구의 할머니가 뒷방에서 홀로 티비를 보시며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정정하셨기에 상상도 하지 못하다가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외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중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안타깝다는 마음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앞선게 사실이었습니다. 찾아뵈니 할머니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아직 초기이고 진행이 천천히 되고 있다고... 몸에 병 하나 없이 건강하셨던 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이야기를 방금 있던 일처럼 말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맞장구를 쳐 주거나 무시 했습니다. 전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말해주곤 했는데 할머니는 이해하지 못하시곤 다른 소리를 하곤 했죠. 전 간병인도 아니고 잠깐 찾아뵈었을 뿐이어서 그 상황이 낯설고 불편했었고 잘못된 할머니의 기억을 고쳐줘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나가겠다고 했을때 난 못하게 막아섰지만 간병하던 분들은 오히려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옛생각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도 간병하던 분들이 해주는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꽤나 오래 그렇게 사시다가 병석에 누워 얼마 안되어 돌아가셨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 치매노인을 잘 몰랐고 정상인으로 돌아와야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까 태산같던 할머니가 어린아이처럼 굴거나 내가 없던 시절 이야기를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이야기 하는게 잘못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겁니다.
이젠 어른이 되어 자식이 생긴 저도 스스로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며 이 책을 읽으니 그때 나의 무식이 할머니를 상처입힌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언제까지나 나를 옳은 방향으로 통제하거나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던 부모의 역할에서 이젠 노인이 되어 사그러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충격받지 않고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서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려놓는다는게 자식이 치매에 걸린 부모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그들의 최고였던 시절을 늘 기억해주고 방금 먹은 식사도 기억못하는 그들을 타박하지 말고 온화하게 응대해 주는 것,

기억을 잃었다 하여 나의 부모가 나의 부모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것은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아이취급하며 화내지 말 것...
진지하게 간병하되 심각해지지 말라는 것...
간병하며 우울에 빠지지 말고 아직 살아계심에 감사할 것... 등


누구나 부모님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고, 치매인지 아닌지를 떠나 내가 늙어가는 내 부모님과 살아가며 도움이 될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