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뭐라고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요코를 처음 접한게 '100만번 산 고양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이야기도 그렇지만 그림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따뜻한 이야기를 무심한듯 세련되게 표현한 그녀의 감성이 맘에 들었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 그녀의 어린시절이 어떤 모양으로 그려져 있을까 궁금했다.


이 책엔 어린시절부터 대학생때까지의 에피소드가 엮어져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 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재미있었고 집어들자마자 몇시간만에 금방 읽어버렸다.
호흡이 짧은 단편모음인데다 사노요코가 살던 시대배경이 패전 및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절이었기에 사노요코는 중국에 살다가 일본으로 귀환을 하고 가난한 모국에서 영양실조로 형제자매를 잃고 4번이나 전학을 다니는 등 급격한 과도기 시절을 에세이에 잘 녹여놓았다.
우리세대보다는 우리 어머니 세대가 읽으면 더 공감할 이야기가 더러 있다.


사노 요코 특유의 시크한 문체가 아무리 찌질한 어린 시절도 세련되게 포장해주는 듯 하다.
'훗, 그때는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야~' 라고...
누구나 생각하면 이불하이킥 날릴만 한 찌질하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때의 실수나 치기어린 욕망, 어린아이 다웠던 자만심 같은 것...
나로 예를 들면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 친구를 좋아했던 이야기라거나, 동네 골목대장이 되어 유치한 권력을 행사했던 이야기, 친구들에게 왕따같은 놀림을 당했는데 이유가 참 어이 없었다거나, 질투나 욕망때문에 누군가를 죽일듯 미워하거나, 이기지도 못할 사람에게 겁도 없이 덤비는 등... 대부분은 어리다는 이유로 귀엽다고 넘어가거나 봐주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작은 세계속에 살던 그때는 그랬다.


책 중반으로 들어서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사춘기 여학생을 발정난 동물 취급하는 대목은 여중, 여고를 나온 나로서 공감이 간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동지애를 느끼는 내용은 마치 같은 연예인의 팬으로서 사이좋게 팬질을 하는 느낌과 비슷한거 같다. 대학을 갈때까지 그닥 아름다운 로맨스는 없었다. 종종 어른스런 여자아이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아이취급을 당하며 큰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성스러움이나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듯하다. 그렇기에 그녀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그녀의 작품이 더 빛나는게 아닌가 싶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감성 말이다.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 보다는 종종 내보이는 냉정한 현실이 적절한 msg역할을 한달까...


정말 재미있는 에세이집이다. 얼마나 재미있냐면 후기까지도 재미있다.
사노요코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다. 읽고나면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