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스듬히 - 시인의 사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정현종 지음 / 문학판 / 2020년 4월
평점 :
정현종 시인은 1970년대 현대시인이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이한 시인이다. 한국 현대시를 좋아한다면 분명 그의 시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가 가진 감성을 접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잊기 힘들것이다. 이 책속에 이 책의 이름과 같은 '비스듬히' 라는 시는 코로나 시국인 지금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샘을 기리는 노래'는 어린시절의 따스한 기억을 자극하고, '여행의 마약'은 여행지에 두고온 나의 파편을 찾게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나와 여행지에 남아 그 정취를 나에게 전송해주는 또 다른 나가 있지 않은가? 처음 만나는 여행지를 첫사랑이라 표현한 부분이 설랜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라는 시를 특별히 감명깊게 읽었다.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게 하면서 살과 피를 노래해 순간 섬뜩하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자연과의 결합을 통해 범 우주적으로 살아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넘어서 우주의 신비함, 결국 나를 이루는 피와 살은 초신성의 폭발로 분출되는 다른 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에서 인간이 소우주라는 것을 느꼈다. 우주란 인간이 태어난 가장 큰 세계이고 우주를 이루는 물질이 곧 인간을 이루는 물질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자연의 경이로움이 몰려든다.
우주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그런 내용이 있다. 마치 그런 책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이다.
우리는 죽어서도 우주 안에서 먼지가 되어 떠돌며 분자단위로 세상의 구성요소로 살아갈 것이다.
좋은 시를 엮어둔 부분도 좋았지만 시 못지 않게 페이지를 차지한 소품사진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시인의 책상 위 풍경이나 소품 사진을 실어두었는데 신기한 소품이 많아 재미있었다.
니체가 집필한 원고와 그 원고지에 연필로 쓴 정현종 시인의 시, 이집트 갑골문자 석판, 시인의 전각과 그간 펴낸 시집의 표지에 쓰인 캐리커쳐, 책상위 소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두터운 종이에 올컬러 인쇄다. 페이지를 아끼지 않은 여백이 여유를 준다. 정현종 시인을 좋아한다면 소장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