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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밤
정은이 지음 / 봄름 / 2019년 6월
평점 :
우울증이라고 믿는 정신질환들, 알고보면 성인 ADHD일수도 있다. 흔히 사회에서 활발하게 자기존재감을 과시하며 활약하던 여성들은 결혼 후 시댁에서도, 육아와 가정에 있어서도 사회에서와 같이 활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니 자기존재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사상초유의 위기에 봉착한다. 무기력해지는 느낌,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순간 자신을 잃게 된다. 그리고 쉽게 우울의 늪에 빠진다. 그러고 나면 긍정적으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갖기 힘들어진다. 주변에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모를까. 아이와 시댁, 무딘 남편 사이에 낀 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며 사는 여자들도 많다.
저자는 집안에서 아무도 원치 않는 둘째 딸로 태어났다. 13년이 지나 밑에 아들이 태어날때까지 살아남으려, 어떻게든 사랑받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아들을 낳지 못한 컴플렉스로 성적에 집착하는 엄마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상처받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았다. 그 어린시절의 불행했던 기억은 사회생활을 하고 연애를 하는 동안엔 내면에 숨어 있다가 육아를 하기 시작하자 튀어나와 버린다. 그냥 추억으로만 남았다면 좋았겠지만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학대당한 어린시절은 딸을 낳은 저자를 심리적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특성상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은 생존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요즘은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고령화 사회인 지금, 농사를 지어봤던 어르신들의 생각은 여전히 남성우월주의를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자라난 환경과 상관없이 발병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아직 기억하고 아파하는 부분이 치유되어야 성인 ADHD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부분은 팩트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다.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저자가 자신의 문제점을 깨우치고 정신과를 찾은 후 그 병을 이겨내기 까지의 과정을 그렸는데 딸과의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정신과 상담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이 주로 엮여있다.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은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