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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모여있다. 저자 김민식은 자신을 목수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엔 한국 목재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이렇게 방대한 나무 이야기를 들려줄 만큼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저자는 40년 가까운 시간을 목재 딜러로 활동했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지역, 유럽과 중동, 뉴질랜드 남섬까지 그가 나무를 찾아 돌아다닌 여정이 400만 km에 이른다고 한다. 목재에 관한 강연도 함께 하고 있다니 그런 사람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나무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나무로 읽는 세계사 같은 느낌도 든다. 그 시작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60주기 마차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이야기와 자작나무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나무에 얽힌 고대 문명의 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이렇게 숲과 나무의 군락과 그 환경에서 사는 인간들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문명의 앞엔 숲이 있고 뒤엔 사막이 있다는 샤또 브리앙의 통찰력에서 인류의 문명은 나무와 함께 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직접 저자가 나무를 구하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었던 에피소드는 여행기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지역에 자생하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와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무에 대한 신앙을 읽으며 여행기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셰익스피어, 안도 다다오, 링컨 등 유명인들에 얽힌 나무 이야기도 흥미롭다.
지금껏 악기나 가구를 살 때 나무의 수종에 관심없이 이쁘고 실용적인 것을 골랐는데 이젠 수종도 눈여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나무는 죽은 후 시작되는 여정이 엄청나다. 숲과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도 인간은 나무를 멀리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 집은 물론 가구와 도구들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주변의 나무를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