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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그림으로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
이재연 지음 / 소동 / 2019년 1월
평점 :
'나의 살던 고향'이라는 노래의 후렴구 부분을 제목으로 삼았다. 어린시절 배웠던 노래 속 정겨웠던 풍경은 나이들며 점점 때가 타고 희미해진다. 나이가 들면 시골의 풍경은 이제 더이상 정겨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개발로 인하여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잊혀져 가는 시절의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쓴 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처럼 생생하게 옛날의 풍경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진짜 할머니다. 1948년 충난 유성에서 나고 자란 '이재연'작가는 70이 다 된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 자식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찜질팩을 허리에 붙여가며 이 책을 엮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서툰 그림이지만 당시 사진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진 풍경이 어린시절 할머니가 살던 초가집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사용연령이 6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읽기 편하다. 나의 아이들에게 동화책처럼 읽어주고 싶고 고향에 계신 엄마나 할머니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80년대 초반에 시골에서 자랐다면 이 책 반 이상의 풍경이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해 주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되었다. 분유 배급이라거나 아카시아 파마에 대한 이야기는 할머니께 익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시골에 가면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얼음썰매를 타거나 밭에 불을 해 놓고 쥐불놀이를 하던 정월 대보름의 풍경은 주변에서 찾기 쉬웠다.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동네에 진동했고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가을엔 다 같이 논에 메뚜기를 잡으러 가서 페트병 안에 가득 담아 오면 할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떼서 메뚜기를 튀겨주곤 하셨다. 한줌 던져 넣은 소금에 적절히 간이 밴 메뚜기는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이제는 잊혀져 가는 풍경이다. 요즘 아이들은 논바닥 얼음썰매나 쥐불놀이보다 스마트폰 보기를 좋아하고 논밭에 쌓여있는 짚더미에서 놀기보다는 청결한 키즈카페를 원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책이 더 소중한게 아닌가 싶다. '우리 어릴때와는 다르다'고 말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더불어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 어린시절은 이렇게 놀았다고 보여주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