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 우리는 커피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동시에 얼마나 몰랐던 것일까. 유익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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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커피나무의 잎은 진한 초록색으로 반짝반짝 윤이 난다. ... 개화기가 되면 향기가 강한 작고 흰 꽃들이 잎 밑단에 무리지어 핀다. 일단 수분(受粉)이 되면 꽃은 재빨리 시들고,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자라는데 통통한 과육이 딱딱한 씨앗을 감싸고 있는 것이 마치 버찌와 비슷하다. 각각의 '버찌'에는 보통 씨앗이 두 개씩 들어 있다. 흔히 우리가 커피 '콩'으로 부르는 것이 바로 이 씨앗이다.  (이 책, 87-88쪽, <2장. 농장에서 컵까지, 커피의 대모험>에서)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때 기쁩니다. 원래 이게 책의 기능 중 하나이고 또 그래야 맞는 것이죠. 근데 요즘은 이런 책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책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읽는 내내, 커피에 관한 제 자신의 무지 혹은 무식함을 인정해야 했으니까요. 읽고 난 후에는 머리가 좀 커진 느낌을 준 책입니다.

영화 한 편에 만원 조금 안 되는 돈을 씁니다. 둘이 가면 (최소) 대략 2만원 돈 지출합니다. 이 책은 현재 정가가 2만원입니다. 좀 비싼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가격이긴 하지만 "2만원이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솔직한 제 느낌입니다. 영화 한편 보는 것을 훨씬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커피에 관해 몰랐던 수많은 사실들을 (번역자는 쉽고 매끄러운 문체로) 적고 있습니다.


     ▩ THE COFFEE BOOK,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즐겁고 유익한 독서. ▩

 

「더 커피 북(THE COFFEE BOOK):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인류는 어떻게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인류 역사상 커피를 처음 마신 건 누구일까,
커피씨를 문익점처럼 다른 나라로 빼돌린 인물은 없었을까,
커피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등등의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대충은 알게 해주는 책. 


1. 「THE COFFEE BOOK」? 이 책은 어떤 책?

이 책은 우리말 번역서의 부제처럼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원저의 부제처럼 "작물에서 마지막 한방울 마실 때까지, 커피 산업을 해부"하고 있습니다. 성인들에게는 거의 예외없이 일상이 되어버린 커피이지만 우리가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 커피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책

커피가 보급되던 때의 시대 풍조가 독일 음악에도 반영된 적이 있었으니 바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vastian Bach)가 1732년 라이프치히에서 작곡한 <커피 칸타타(Kaffee Kanta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커피 칸타타>는 바흐의 세속 칸타타 중 하나로 1막짜리 오페레타의 형식을 띠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근거 없이 퍼지던 커피중독 불안증을 가볍게 풍자한 작품이다. ... <커피 칸타타>에 자신의 딸이 커피에 중독될까봐 강박적으로 걱정하는 아버지와 이에 반항하는 딸이 부르는 가곡이 등장한다.
(54-55쪽, <1장. 커피에 대한 아주 간단한 역사>에서)

커피 광고에 '칸타타'가 등장하고 급기야는 '칸타타'를 제품명으로 내건 커피까지 나왔지만 왜 커피에 '칸타타'인가 궁금했습니다. 이 궁금증을 한방에 날려준 게 바로 위에 인용한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커피에 관해 귀가 확 열리는 정보들이 넘쳐 납니다. 얼핏 기억나는 것으로, 글의 초입에 인용한 '커피 콩'의 실체라든가, 실론에서 왜 '티'가 유명해졌는지, 그게 '커피'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커피 사이클'은 또 뭔지, ... 끝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 이렇게 뭔가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맛이 있어야죠. ^^
 
  
3. 농업으로서의 커피, 제값 받는 게 중요한 어떤 나라의 상품

[콜롬비아 커피생산자조합] FNC는 순식간에 브라질의 IBC에 맞서는 축으로 성장했다. IBC가 커피 공급량을 제한함으로써 국제 가격 하락을 막고 커피 생산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다면, FNC는 어떤 구속도 불허하는 공격적 팽창주의 입장을 취했다. IBC는 선진국 시장에 조달되는 자국의 커피 수출량을 통제해서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FNC는 이와 반대로 뼛속까지 세계주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 커피 수요를 늘리는 데, 당연한 말이지만 특히 콜롬비아 커피 수요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150쪽, <3장. 커피 무역의 어제와 오늘>에서)

커피도 농산물(!)이고 누군가는 재배를 하고 (개인이든 국가든) 그걸 내다 팔아야 하는 농업생산품(!)이지요. 제 값 받는 게 안 중요할 수 없는 상품입니다. 이 책에서는 커피값을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처절한 노력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커피가 어떤 나라의 주력 생산품이고 그게 또 어떤 경쟁국의 주력 생산품이기도 해서 어떤 갈등과 화해를 겪는지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커피값 안정을 위해 쏟은 브라질의 눈물겨운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현재 커피생산자의 이익을 도모할 이렇다할 국제기구가 없다는 사실은 (그 반대 의미로) 인상적이고요.


4. 무역으로서의 커피, 거래대상 투기대상으로서의 커피

이런 투기꾼들 때문에 시장이 쉴 새 없이 들썩거려 커피가격이 날카롭게 치솟고 급격히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커피 중개인들은 시장 커피가격을 형성하며 이윤을 남길 뿐 커피콩 한 알도 만지거나 옮기지 않는다. 즉 커피 생산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
커피 자체와 아무 상관 없으면서도 커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투기 세력과, ... 커피를 실제로 생산하면서도 돈은 얼마 벌지 못하는 커피 농민 ...
(211-212쪽, <3장. 커피 무역의 어제와 오늘>에서)
 
우리는 거의 같은 가격에 커피를 구입해서 마시고 있지만 국제커피가격은 큰 폭으로 (마치 흥분된 사람의 뇌파검사기록처럼) 요동칩니다. 커피 원두 가격의 심한 등락은 투기 세력의 개입을 부릅니다. 투기 세력의 개입은 커피 가격의 더 심한 등락을 가져옵니다. 누군가는 떼돈을 벌고 누군가는 끼니를 떼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국사책이나 경제학책에서 배운 '입도선매'가 커피에서도 발생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커피 생산자로서의 농민 그리고 커피 수확에 내몰리는 아동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5. 커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타벅스 이야기

스타벅스의 성공, 나아가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간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성공은 서로 무관하지 않은 두 가지 덕분에 가능했다. 한 가지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구정물이나 다름 없는 싸구려 커피에만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스페셜티 커피 덕분에 진짜 커피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커피뿐 아니라 그동안 현대인에게 아쉬웠던 커피 마실 장소를 멋들어지게 제공했다는 점이다. ...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오후를 빈둥거리며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존재였다. (289쪽)
... 이런 의미에서 보면 3달러짜리 라테를 두고 까짓 따뜻한 커피우유 한 잔에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 붙었다고만은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싸고 간편하게 떠나는 여행이요, 미친 듯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 속의 짧고도 알찬 휴식이다. (293쪽)
(<5장. 스페셜티 커피 시대>에서)

스타벅스의 성공과 (가끔은 비열하기까지 한) 판매전략에 관한 이야기도 유익했지만, 위에 인용한 대목은 독자로서 무릎을 치게 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허영의 상징쯤으로 치부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학생들에 대해서 안 좋은 수식어를 갖다붙이는 것이 설득력을 갖고, 저 또한 거기에 흔쾌히 동의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집어내고 있는, 스타벅스가 왜 사람들에게 어필했는지, 그 이유를 읽으면서 아차! 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현상으로서의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갖더라도, 사람들이 왜 거기에 열광하는지, 그런 현상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개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죠.
 
  
6. 맛깔나는 번역

읽으면서 애초에 우리말로 쓴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맛깔나는'이라는 말이 번역을 수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맛깔나는 번역'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전에 발번역 외국도서를 읽을 때 문장과 문맥의 의미 파악하느라 머리에 쥐가 났던 현상 같은 건 거의 없습니다.

맛깔나는 번역은 '의역'에서 나올 확률이 큽니다. (제가 직업이 영어선생이다 보니) 원문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책 앞부분 미리보기를 클릭했습니다. 이미지 파일로 올려놓은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해봤습니다. 역시 이 책의 번역은 (조금 센^^) '의역'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머리에 쥐가 나는 발번역보다는 맛깔나는 의역이 백번 낫다고 봅니다. 의역도 맛깔이 나려면 번역자의 말빨^^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것일테죠.

그와 더불어, 적지 않게 발견되는 오타들 그리고 인명이나 지명의 일률적이지 않은 띄어쓰기를 지적해두고 싶습니다. 제 눈에 띈 것만 열 곳이 넘습니다. 출판사 편집부는 판매에만 신경을 쓰는 곳이 아닐테죠? 일반 독자 눈에 띈 정도는 바로잡혀서 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따지자면 양호한 편에 속합니다만. ^^
 

7. 커피 앞에 소비자는 고민을

인권단체 글로벌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가 1999년 스타벅스에게 공정무역인증 커피를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 규모의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0년 2월, 스타벅스에 커피를 납품하는 과테말라 커피 농장에서 자행되는 어린이 노동력 착취와 비인간적 저임금 실태를 고발하는 뉴스 보도가 있을 후, 글로벌익스체인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조직했다. 이어지는 뉴스에는 시위자들이 라테를 보도에 쏟아버리는 모습이 비참한 몰골의 중남미 어린이들이 커피를 따는 모습과 함께 화면을 장식했다.
(328쪽, <6장. '지속가능한 커피' 열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시대는, 내가 사먹는 커피 한잔의 비용이 어떤 갱단 같은 집단에 뒷돈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구독하는 신문 한 부가 어떤 조폭 같은 신문지 회사를 떵떵거리고 설레발치게 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야 하는 시대지요.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커피를 소비할지 고민을 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내가 커피 구입을 위해 지출한 돈이, 커피 생산자, 열대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아동을 포함하여!)  누군가의 부모들과 누군가의 자식들에게 공정하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지 따져야 하는 것이 맞다면 말이죠. 좀 더 심하게는 악덕기업 악덕중간상인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보는 게 맞다면 말입니다. 이같은 노력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공정무역커피' '지속가능한 커피'의 이름으로 진행중입니다. 따지고자 하는 번거로움을 택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정하게 거래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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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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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행동은 충동과 욕구라는 두 가지 원천에서 비롯한다. ...
인간은 본능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는 욕구 대신에 특정한 행동을 지향하는 충동의 지배를 받는다. ...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고 말다툼을 하고 허풍을 떠는 등 인간의 행동을 촉발하는 것은 어떤 목적이 아니라 충동일 뿐이다.
(이 책, 26, 27쪽, <1장. 성장의 원칙, 충동과 욕구>에서)


충동? 전쟁을 하는 이유가 충동 때문? 그렇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걸로 전쟁이 설명될 수 있을까? 내심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했는데, 거창한 질문을 던지더니 내놓은 답은 '꼴랑 이게 다야?' 싶은 그런 책. 소문난 잔치라는 말이 떠오르는. -.-;

버트런드 러셀의 명성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버트런드 러셀이라고 해도 20세기 초라는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시대에 대중의 열광을 받았다고 해도 그건 그 시대였으니까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고, 영국의 백인 남성이라는 존재를 벗어나 사고하기 어려웠던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읽어내기 힘든 버트런드 러셀의 100년전 강연집. ▩ 



전쟁을 하는 이유가 충동 때문? 그렇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걸로 전쟁이 설명될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거창한 질문을 던지더니 내놓은 답은 '이게 다야?' 싶은 그런 책.
거기에 번역까지 겹쳐 독자의 머리에는 쥐가 나고 독서는 미궁 속으로. ㅜ.ㅜ

 

1. 이 책은?

이 책은, 번역자의 말대로, "1차 대전의 참화와 꽃 같은 젊은이들의 희생, 인류 문명의 파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러셀이 1915년부터 1916년 사이에 이런 주제로 강연을 하고 그 강연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 먼저 우리말 번역서 제목부터 좀.

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 1차대전을 바라보면서 했던 강연을 글로 엮은 책이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로 번역할 게 아니라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가?"로 옮겼어야 맞다고 본다. 번역이 단순히 단어 바꿔치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3. 과연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지" 버트런드 러셀은 밝힐 수 있을까.
 
개인간 싸움의 이유도 아니고 1차대전의 이유도 아니고 왜 인류가 전쟁을 하는지 그 이유를 밝힐 수 있을까. 개인간 싸움의 이유는 쌍방간 진술과 상황을 짚어보면 알아낼 수 있고, 1차대전의 이유라면 역사-사회-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전쟁 동기를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왜 전쟁을 하는지, 어떻게 밝혀낼까. 오히려 이런 논증의 영역을 벗어난 질문은 답이 너무 많거나 너무 뻔한 답이 나오는 게 아닐까. 버트런드 러셀은 그 문제에 손을 댄다.


4. 전쟁을 하는 이유는 충동? 뭥미?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사실은 경제적인 것이나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국제적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구상하는 기술적인 어려움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사실은 인류의 대부분이 화합보다는 충돌을 지향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으며, ...
(111쪽, <3장. 전쟁은 제도다>에서)

 
인용은 3장에서 했지만, 책의 초입부터 줄곧 버트런드 러셀은 충동을 전쟁의 이유 혹은 동기로 지목한다. 충동? 러셀은 전쟁의 심리(학)적 동인(動因)을 찾은 것이었던가. 충동이라? 너무 뻔한, 하나마나 한 지적이 아닐까. "인류는 왜 전쟁을 하나?" - "충돌을 지향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뭥미?) 이런 식이라면 이런 문답도 가능하겠다. "인간은 결혼을 왜 하나?" - "가정을 꾸리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라든가, "인류는 왜 사회를 형성하나?" - "무리 생활을 하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라든가. 이런 언설은 어차피 논증이 불가능하다. -.-;;;
 
 
5. 간혹 만나는, 참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프랑스는 가장 문명화된 민족으로 통한다.
(88쪽, <3장. 전쟁은 제도다>에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라고 적고 있지만 그건 버트런드 러셀의 생각일 뿐이다. 그래, 프랑스가 "가장 문명화된 민족"이어서 베트남을 그렇게 오랜 세월 식민지배했던 것인가. 베트남을 비롯한 프랑스의 식민통치 역사에 대해 눈감지 않고서야 어떻게 프랑스를 "가장 문명화된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같은 "문명화"의 개념이야 말로 서구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아니었던가. 여기서 나는 버트런드 러셀이 서 있는 지점, 그의 정치적 입장을 읽는다. 찬찬히 읽다 보면 이 책에선 버트런드 러셀의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까지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긍하기 힘든 주장들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6. 읽고 또 읽어도, 원문을 상상하며 읽어도, 뜻이 알쏭달쏭한 번역 문장들

앞서 2항에서도 적었지만, 심하게 말해서 번역은 단어 바꿔치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전부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런 혐의가 짙은 곳이 자주 눈에 띈다. 독자는 읽기 힘들다. 읽고 또 읽어도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들, 원문은 어떻게 씌어 있었을까 상상하며 읽어도 알쏭달쏭한 문장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독자의 머리에는 쥐가 난다. 이래저래 읽어내기 힘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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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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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전쟁을 하는 이유가 충동 때문이라고 압축하는 버트런드 러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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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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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보도는 막강하다. 그앞에 개인은 미약하다. 독일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의 소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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