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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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에서 스파클 서평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고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볼리비아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이 있습니다. 눈처럼 하얀 소금이 펼쳐져 있다고 해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너무나도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소금사막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 눈을 가린 채 서로에게 의지하여 건넜다고 합니다.


장기 기증자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은 유리에게,

장기 기증자를 대신하여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요구받는 유리에게,

아직 깨어나지 못한 동생과 달리 운 좋게 살았다는 유리에게, 

그 누구보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유리에게,

수많은 바람이 쏟아진 유리의 세상은 감당하지 못할 반짝거림이 넘쳐나기에,

눈을 가린 채 건너야 하는 소금사막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최현진 작가님의 스파클. 청소년소설로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유리와 시온의 내면 성장과 치유를 섬세하게 풀어쓴 작품입니다.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한 유리에게 세상은 다른 사람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가라고만 합니다. 그러다 문뜩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시온을 만나게 되어, 기증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됩니다. 기증자의 별명, 기증자가 좋아하던 음식, 기증자의 꿈... 하나씩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본인이 애써 외면했던 내면의 상처와 죄책감을 온전히 마주 보게 됩니다. 서로를 믿고, 눈은 감은 채 새하얀 소금사막을 건너는 이들처럼 유리와 시온의 둘만의 작은 여정이 이어집니다.  




스파클 소설은 반전도 없으며, 거창한 역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에 잔잔하게 들어옵니다. 최현진 작가님의 선이 고운 문장들이 제 마음 깊숙이 널리 퍼지는 게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유리가 용기를 내어 한걸음 나가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 어린 날의 내 모습도 떠오릅니다. 모든 게 서툴기만 했던 그때의 제가 조금은 창피하고, 조금은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그때의 감정이 있기에 좀 더 나아진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깐요.  


마지막까지 세상에 기적은 있다고 믿게 해주는 청소년소설 스파클. 최현진 작가님의 다정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다정함에 뭉클해집니다.


찬란하게 눈부신 우리의 시절을 간직한 창비출판사 청소년소설 스파클.

청소년뿐만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품고 사는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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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노아 차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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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출판사 에서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노아차니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이라는 부제목에 맞게 노아차니 작가님이

정말 쉽게 기본 지식부터 차근차근 풀어줍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탐색하고,

이미 하나의 정의처럼 정해진,

틀에 박힌 설명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감상을 얘기하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듯한

작품 해설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각자의 감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막상 자유로운 감상을 얘기하면

미술에 관해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전혀 상관없는 감상평은

다른 사람의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이긴 합니다.

하지만 잘 모르기에 그러는 경우가 많기에

친절한 노아차니 작가님이

특정 시대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맥락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실제 작품 30점과 함께 다양한 미술 사조를

소개하여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줍니다.

또한, 유럽 조각사에 관해 저 역시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많아, 배우는 즐거움이 큰 책입니다.


방대한 지식을 간략화시킨 미술사이지만

깊이 있는 내용들이라 정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서양미술사는 기독교와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련 지식은 작품 감상에 필수적입니다.


성인에 관한 연구, 개념의 의인화, 감춰진 상징주의까지

시각언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미술사는 스스로 참조하고, 미술 양식은 돌고 돌기에

이전 미술가와 사조의 특징을 계속 인용한다고 합니다.

미술은 이전 작품을 참고하면서 발전하기에

과거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 작품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합니다.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이라고 하더라도

르네상스 이후의 미술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대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결국 우리가 왜 미술사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작품 감상에 기본적인 지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하게 됩니다.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조르조 바사리라는 인물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서평 에서 제일 말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고요.


미켈란젤로의 친구이기도 한 바사리는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이란 책을 집필했습니다.


미술사학자들은 수 세기에 걸쳐

바사리 책에 실린 설명에 의존하고

그의 설명에 맞게 그림을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바사리가 잘못 해석한 그림의 설명은 물론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일부러 누락시킨

미술가에 대한 평가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어찌 보면 미술사학자들의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숨지지 않고 얘기해 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미술사 책과 다르다고 느꼈네요.


조르조 바사리는 오늘날 우리가 많이 접한

박물관의 일반적인 전시 형태

작품을 시대와 지역, 미술사적 양식으로 전시하여

관람객이 연대순으로 둘러보게 하는

전시 방식을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미술사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합니다.

 


도난 등으로 사라졌거나, 위조 등으로

진위 여부 논란 있는 작품까지 소개해 주기에

저희는 책 한 권으로 이 모든 걸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형식과 장르까지 설명해 주는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처음 읽었을 때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됐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노아차니 -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책을 통해

이 책에서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온갖 방향으로 관심을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기꺼이 받침대 역할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합니다.


맨 마지막 장에는

미술사 기초를 배우기 좋은 다른 책과

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성을 갖추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엉터리는 엉터리라고 말해도 되며.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마음껏 좋아하라는,

그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폭넓게 다루면서도, 깊이가 있어

입문자는 물론 전문가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미술사에 관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책 한 권으로 미술관 한 바퀴를 돈 듯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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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도괴비 - 도시 괴담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비밀 이야기
반지은 / 반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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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출판사 에서 도괴비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 포스팅입니다.



안녕하세요. 서평 이벤트로

읽어본 반지은 작가님의 도괴비 단편소설집입니다.


소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도깨비, 괴물을 연상시킵니다.



총 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명 집에 나 혼자 있지만

느긋하면서, 평온한 마음이 아닌...

누군가가 어디서 날 지켜보는 거 같고,

나도 모르게 자꾸 생기는 불안한 마음에

주변을 자꾸 확인하게 되는

그런 기분 아시나요?


이 소설을 읽을 때 그런 마음이 불쑥 들 때면

읽기를 멈췄다가, 괜한 생각인 거 같아

얼굴을 한번 긁적이고, 다시 집중해서 읽다가...

그러다 또, 나도 모르게 주변을 한번 확인했어요.


퇴근 후 모든 일상을 마무리하고

책 좀 읽고 자야겠다는 마음에

도괴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읽기를 멈추고...

사무실 점심시간에 직원들 다 있을 때 읽었어요.

그냥 계속 무서워요... ㅠㅠ


단편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도괴비.

이 소설이 진짜.. 분위기도 미쳤고

읽었던 소설 중 제일 무서웠어요.


어릴 때 처음 빨간마스크 얘기 들었을 때

느꼈던 공포감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무서운 거 잘 읽는 분들만 읽으세요.

저는 쫄보라 맨 나중에 읽었어요.



환상은 환상임을 깨닫게 해주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반지은 작가님이 계속 들려주십니다.


단편소설집 분량이 짧은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99p)


동심의 상징인 회전목마에 얽힌 끔찍한 비밀과

동화 속 모습과 전혀 다른 인어까지.


책 소제목이기도 한 당신과 나만의 비밀 이야기.

이 말처럼 남에게 발설하게 되면

큰일이 생길 거 같은 불안감을 아주 잘나타냈어요.


아름다움과 섬뜩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반전출판사 소설 <도괴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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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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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헤르만 헤세의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인 <데미안>.

저는 데미안을 고등학교때 읽었지만,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릴 적 저에게는 필독서라도 읽어 본, 어렵기만 한 유명한 책으로 스쳐지나갔죠. 


20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데미안>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수 많은 서평에서 밝히고 있듯이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본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드러다 보면서,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는 책입니다.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고대 그리스인에게도, 지금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꼭 필요한 통찰입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길잡이가 되었던 것처럼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인생일까'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고전 문학을 통해 자신을 생각을 좀 더 넓은 세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의 내면 세계도 많은 변화가 있다보니, 데미안의 구절 하나 하나가 심오하게 다가옵니다. 그 심오함을 온전히 해할 수는 없어 아직은 벅차게 느껴지긴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건 언제나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나의 잘못과 나의 부끄러움, 나의 상처, 나의 욕심까지 제대로 마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마주 본 다 해도, 그 끝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고뇌입니다. 



싱클레어의 삶과 그의 내면의 갈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이지만, 책의 제목은 왜 <데미안>일까요? 


싱클레어는 나약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데미안이라는 구원자를 통해 크로머에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데미안이라는 지도자를 통해, 본인의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합니다. 


그만큼 데미안은 싱클레어 인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입니다. 싱클레어는 마침내 데미안과 똑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없었으면 그의 방황은 훨씬 더 길었을꺼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확실했던 데미안의 존재는 싱클레어의 자아가 성장할 수록 점점 모호해지다 데미안은 결국 사라집니다. 


헤르만 헤세는 1954년 2월 15일 사라진에게 보낸 편지에서 "샤실상 데미안은 사람이 아니라 원칙이며 진리의 화신이거나, 달리 말하면 하나의 가르침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데미안이 소설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이 맞는지, 결국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데미안이 크로머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준 순간부터 구원자임은 확실합니다. 


데미안은 다른 헤르만 헤세의 소설보다 어렵습니다. (저는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2권만 읽어봤기에 비교 대상은 그 책들 뿐임을 감안해주세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와 같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 카인의 증표, 아브락사스,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와의 논쟁, 에바부인의 의미 등을 한번에 이해하기가 쉽지않습니다. 


그 이해를 돕는 신혜선, 이인웅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작품 해설과 함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문학 분야 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 종교적으로도 폭넓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바흐오펜의 모권 이론으로 분석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의 이인웅 번역과 함께 민음사 번역본, 때로는 열린책들 번역까지 비교하면서 들어보느라 꽤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던 책입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의 번역본이 민음사보다 자연스럽게 의역된 책이라 수월하게 읽기 편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현학적 분위기를 즐기실려면(?) 민음사 번역이 더 적합합니다. ㅎㅎ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이 발표된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그의 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의 선한 영향력이 어떤건지 보여주는 올바른 예라고 생각듭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글은 언제나 존경을 담아 읽게 됩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이상으로 서평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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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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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팩토리나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총 5편의 소설로 구성된 김달리 단편소설집 머큐리 테일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담긴 소설입니다. 기괴할 정도로 보통의 범주에 넘어선 낯선 이와 그 낯선 존재와 엮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입니다.



어딘가 어긋난 이들의 광기 어린 집착을 제일 잘 보여주는 소설은 나의 테라피스트 입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은 보면서 그의 아내와 아들은 피해자로 보이지만, 그들 역시 또 다른 가해자임을 소설을 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폭력을 묵묵히 견디는 미라는 자신의 남편보다 아들을 경멸하고 혐오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하늘처럼 믿고 의지하는 가정부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동급생에게 폭력과 성적인 학대까지 서슴없이 가하는 아들 지운은 정작 자신의 친엄마는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가정부에게 기이할 정도로 집착합니다. 결국 자신의 몸에 가정부의 얼굴까지 새깁니다. 가정부 영선은 그 집착을 달갑게 받아드리며 친엄마보다 더 지운을 아낌없이 사랑해줍니다. 이들의 관계는 점점 더 위태롭기만 합니다. 그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곧 모든 것이 부서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들러리단편소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귀신이 멋대로 내 삶을 침범해서 를 들러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악의를 가지고 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그 모습들이 지독하게 느껴져 귀신보다 더 귀신같이 보입니다.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판단력을 잃은 의 계속되는 비합리적인 선택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속이 답답해집니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알기에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어긋나다 못해 비틀린 사랑의 결말은 역시나 끔찍합니다.

 

김달리 단편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머큐리 테일. 부도덕하다 못해 끔찍한 아버지의 실체를 알아버린 역겨운 심정, 어느 순간 박살나버린 현실을 깨닫고 만 절망감, 주변인들의 의심과 외면으로 인한 외로움, ‘수성에 대한 끝없는 분노까지. 이 짧은 단편 소설 안에서 강렬한 감정들이 버거울 정도로 넘쳐흐릅니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요. 그녀의 분노는 정말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복수심일까요. 복수심으로 시작된 감정은 결국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도피 수단으로 변질된 건 아닐까요. 수성을 집요하게 집착하는 의 모습에서 광기마저 엿보입니다. 그리고 수성의 이야기는 정말 진실일까요. 그녀는 정말 외계인이 맞을까요.

 

멸종아이는 제목에서부터 해피엔딩은 당연히 없을꺼라 생각했지만 막상 비극적인 결말을 읽게 되니 한없이 씁쓸해집니다. 멸종된 인종에 대한 인류의 음습한 욕망이 불쾌하게 느껴지면서, 내가 그렇게 느낄 자격이 없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토리 앤 뱀파이어 단편소설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미친 사랑의 종말입니다. 뱀파이어는 그저 이용당할 뿐... 제정신이 아닌 이들의 애증관계가 화끈합니다. 서로를 죽이는 관계가 되어, 서로를 잡아먹기로 결심했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소설입니다. 마지막 소설까지 평범한, 보통의 사랑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 예상보다 감정소모가 큰 소설이지만, 긴장감 있는 전개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네요. 입체적인 인물들이 상당히 등장하고 있어, 그들의 심리상태도 열심히 고민해봤습니다. 비틀린 이들의 집착어린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김달리 작가님의 소설 머큐리 테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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