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근래 통섭을 테마로 하는 책이 많죠. 영역 간의 크로스오버가 주는 잔재미가 꽤 쏠쏠하기 때문에 그런 책에 눈을 자주 돌리게 되는데요, 이 책 역시 제목을 보고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로 현대의 '경제'를 진단하는 방식은 그런 영역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이 책이 단순히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보통 읽기 까다로운 책이 아니었어요.



 책의 원제는 '릴리스와 자본의 악마'인데요, 제목에도 들어갈만큼 이 책에서는 릴리스가 중요한 상징으로 활용됩니다. 아담의 첫째 아내였으나 악마로 전락한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자기가 잡아먹는데요, 저자는 이것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고 그 수요에 따라 공급을 만들어내는 현대 경제의 모습에 대한 상징으로 비견합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신화를 대단히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프로이트보다는 융을 떠올리게 되는군요. 확실히 신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 책에서 쏟아져나오는 신화만을 따라가기도 바쁘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저자는 현대 경제의 모습을 대단히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정신질환에 비견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작가가 지적하는 경제의 병증은 조울증, 공포증, 성격장애 등입니다.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을 조울증에, 공포를 이용하는 마케팅은 공포증에,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면을 성격장애에 비견하는 식이죠. 가장 재밌는 것은 평소에는 국가라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주제에 위기 상황에만 처하면 다시 아버지 품을 파고드는 자기 중심적 측면을 비판하는 부분이었네요.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문투부터도 까다롭고 워낙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지라 어느 정도의 흐름만을 따라가며 읽어갔습니다만 사실 기본적인 비판의 논조는 여태까지 나왔던 여타의 것들과 크게 다르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워낙 통렬한데다 정신분석과 신화라는 도구를 우아하게 사용하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역시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경제보다는 신화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아버렸다는 점에서 봐도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