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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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석 님의 책 이후로, 우리 옛그림에 대한 대중 교양서가 적지 않게 출간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책도 꽤 많았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우리 그림들은 기법보다는 내용을, 표현보다는 정신을 중심에 두고 읽어가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다만 워낙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아 요새 좀 시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가볍게 손에 든 이 책은 생각과는 상당히 달라, 읽어가면서 놀라움을 느껴야했습니다.


 우선 소설의 형식을 택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김홍도의 그림을 감상하던 한 여대생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김홍도의 시종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설정을 더하면 좀 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여 읽게 되기 마련이고 몰입도도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이것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의 지향점 쪽이었습니다. 저는 소설의 형식을 취했을 뿐, 기본적으로 김홍도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주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경우, 일반적으로 화가의 생을 통해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을 택하기 마련일텐데요, 이 책은 놀랍게도 그 틀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더군요. 즉 작품 해석을 통해 짚어낼 수 있는 인물의 이미지와 가치관을 조합하여 김홍도라는 인물상을 창조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부분적으로 역사적 사실 역시 조합이 되기는 합니다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떠올리는 '김홍도'는 조선 시대의 화가라기보다 이상화된 가상의 인간상에 가깝습니다. 저자가 무게중심을 두는 부분으로 금강산 유람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 부분에서 초월적인 상황 설정과 선인에 대한 고찰을 택한 것은 이와 같은 의도를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김홍도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책 속에서 거의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의도였겠다 생각되네요.


 이상화된 인물상에 김홍도라는 이름을 씌워놓고 있으니 혹시 오해를 낳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홍도, 혹은 그와 동시대의 사람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인간의 이상적 모습에 대해서 완상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개성있게 주관화된 책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소재를 다룰지 기대해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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