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 -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만나는 우리 문화와 역사
원종태 지음 / 밥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이 딱히 나무가 우거지는 기후지역은 아닙니다만 나무에 대한 친밀감은 상당히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국의 자연특성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사람을 압도한다는 느낌이 아닌, 친근한 벗처럼 느껴지는 것이 한국의 나무지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나무를 적대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나무의 실용적인 측면을 착취할 필요도 없는 문화권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를 파헤쳐서 땅을 일구워야 되는 지형이 아니기도 하고, 뗄감이나 식품 채집 역시 부산물을 얻는다는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으니 말입니다.

 

 

 문화재처럼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은 아닐지라도 역시 사람에 비해 훨씬 긴 세월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나무겠지요. 그런만큼 역사 속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나무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 책은 그러한 나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쓴 분이 산림조합장이고 보면 책에 나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저자는 나무의 생태적 측면보다는 역사적 전승이나 전설 등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2~3장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역사책처럼 읽히기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나무에 얽힌 전설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많은 분들에게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친근한 나무 1위를 꼽자면 느티나무가 떠오릅니다. 작가는 느티나무 밑에서 장기를 두고 낮잠을 자는 평화로운 광경을 묘사하며 꼭지를 시작하는데요, 뒤이어 어김없이 전설 한편을 소개합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오수의 개' 이야기이지요. 술취한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으로 불을 끈 개의 전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주인이 개의 무덤에 꽂아둔 지팡이가 느티나무로 만든 것이었고 그것이 큰 나무로 자라났다는 전설의 끝부분은 잊고 있었네요. 사실 한국의 전설만 소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뽕나무 편에서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거든요. 연인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면서 흘린 피가 뽕나무를 적시면서 그 열매가 붉어지게 되었다는 이 전설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재탄생하기도 했지요.

 

 

 컬럼 모음집 같은 형태이다 보니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데요, 실은 고답적인 글투와 단조로운 서술 때문에 쉽게 지루해지는 면이 있기는 했어요. 좀 더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진이 상당히 많이 실려있다는 이야기를 빼먹었는데요, 다양한 사진을 통해 그 모습도 그려보고 우리의 역사나 전설의 단편들을 떠올리며 읽어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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