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시크릿 - 힉스입자에서 빅뱅 우주론까지
아오노 유리 지음, 김경원 옮김 / 북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교양서 수준에서 보자면 일본의 과학 분야 입문서는 상당히 장점이 많아 보입니다. 난이도를 최대한 적절하게 조정하여 부담없이 수월하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제일 크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나 비유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다양한 직업과 출신의 작가들이 쓰는 책인데도 국가적인 특색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 책 '코스모스 시크릿'도 딱 그런 특색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저널리스트에 의해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더욱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드러났던 것 같고요.

 

 

 애초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책의 1장은 힉스 입자의 발견이 공표되는 과정과 힉스 입자가 물리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하는데 할당되고 있습니다. 큰 이슈가 된데 비해서 힉스 입자가 과학젹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 없던 터라 가장 주의깊게 읽어갔던 부분이 되겠네요.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점점 미시적인 세계로 내려가며 설명해가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적절하게 활용된 2가지 과학적 은유였습니다. 하나는 소립자가 질량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규명된 '대칭성의 자발적 깨짐'에 대한 설명이었는데요,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중 한명이 자기 오른쪽의 냅킨을 집어드느냐, 왼쪽의 냅킨을 집어드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의 냅킨을 집어들게 되는 것에 비유하고 있더군요. 더 인상적인 것은 힉스장이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비유였습니다. 파티장에 많은 저널리스트가 모여있을 때, 유명인이 들어오면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모여들어 움직이기가 힘들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였지요. 비유라는 것은 늘 약간의 왜곡을 수반하기 마련이니만큼 좋지 않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은 듯 합니다만, 역시 일반인이 핵심적인 개념을 잡는데 있어서는 비유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2장부터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우주 탄생을 설명하기 시작하고 3장에서는 암흑물질을, 4장에서는 암흑에너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현재 남은 우주의 수수께끼 혹은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고요. 설명과정이 연쇄적이라 차례차례 쉬지 않고 읽어나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만, 사실 1장만큼 흥미있게 읽지는 못했네요. 1장이 설명과 예가 풍부했던 데 비해서 2장 이후로는 많은 양을 요약하여 말하느라 너무 바쁘게 흘러간다는 인상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목이 제목인지라 들어가야할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겠습니다만, 분량을 늘리던가 좀 더 취사선택을 하여 서술해주었다면 제 입맛에는 더 맞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쪽 분야의 책을 보다보면 자주 일본이 물리학에서 얼마나 강국인지 깨닫고 놀라게 되곤 하네요. 사실 일본의 교양서는 늘 자국의 업적들을 시시콜콜 서술하는 경향이 있어 조금은 깎아서 읽어야한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래도 역시 대단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네요. 역사적 상황의 차이가 있다곤 해도 현실에서 이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국가의 힘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보다는 기반에 깔린 부분에서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도 우리 자신의 가치체계가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더욱 아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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