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트콤 - 발칙한 상상으로 가득한 17가지 수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이우일 그림 / 해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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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수학 시트콤입니다. 학창 시절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던 저입니다만, 사회에 나온 후로는 오히려 이와 같은 수학 교양서에 눈길이 갑니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수학이 가지는 철학적 면모를 보게 되었고, 그 깊이에 매혹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이진경 님의 '수학의 몽상'에 반한 것이 큰 계기였던 것 같네요. 아무튼 수학 교양서는 당연하게도(!) 수식을 줄이면서 수학의 본질을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에 철학적인 향기를 풍기게 되는 것이지요. 수학 시트콤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저자는 독일의 주간지 편집자라고 합니다. 과학 부분 담당자라고 하는데요, 과학과 수학의 관련성을 생각해보면 그가 수학 시트콤을 써낼 수 있었던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요? 상관없는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미권에서 언론사의 편집자는 상당히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편집자가 쓴 좋은 책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판에 삽화를 그린 것이 이우일 님이라는 점이네요. 이우일 님은 은근히 삽화를 많이 그리시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이렇게 이 책에서 그의 그림을 보게 되니 반갑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론 독일판의 삽화는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요.)



책은 크게 확률통계, 대수학, 해석학 및 기하학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소설처럼-책의 제목을 감안하자면 시트콤처럼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정한 상황이 펼쳐지고요, 그 상황에서 하나의 수학적 논제를 이끌어내어 풀이해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이런 방식에서는 처음에 주어지는 상황이 매우 간략하고 도식적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의외로 진짜 소설(?)처럼 이야기를 풀어내서 처음에는 이 책이 계속 소설로 흘러가는건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확률통계 부분은 확률통계 특유의 기만성과 착시 효과에 대해서 풀어가면서 일단 독자의 관심을 끕니다. 확률통계가 악용의 여지가 많아서인지 그 헛점에 대해 논하는 책도 상당히 많이 출간되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책을 몇 권 읽어보았던지라 이 파트를 읽어가기에도 편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저자가 최대한 읽기 쉽도록 구성을 짜고 서술을 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 수학실력으론 읽어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는 해도 고교 문과 수학 정도는 알아야 뒤에 이어지는 대수학 파트를 읽어가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마지막 파트인 해석학 및 기하학 부분은 연습장을 펴고 계산을 해가면서 따라가는 것이 이해하기 좋을 듯한 부분도 있고요. 부담스럽고 번거롭게 느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수학 교양서를 좀 읽어보신 분이라면 연습장과 필기도구는 당연히 준비해두어야 책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실 것 같네요. 수학이란 것이 어설프게 훑고 지나가면 오히려 더 복잡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니 말이죠.



표지의 다소 딱딱한 느낌과는 달리 책 안을 들여다보면 깔끔하고 편하게 문단을 배치했다는 점에 일단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생동감있는 소설적인 도입부가 인상적이라는데 다시 점수를 주고요. 다만 후반부는 살짝 난이도가 올라가므로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수학 교양서를 접하는 분께서는 고민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수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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