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 품은 한국사 두 번째 이야기 지명이 품은 한국사 2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역사를 참 좋아한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이 산다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람이 남기고 떠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도 있고... 그런 시각에서 보면 미시사는 거시사외는 상당히 다르다. 거시사를 보면 필연적이랄 정도로 스스로 움직여가는 거대한 지배력이 역사이지만, 미시사에서는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빚어가는 생의 모습이 역사이다. 이 책은 지명을 통해서 그러한 미시사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책이다.

기본적인 컨셉은 한 지역의 지명이 형성된 역사적인 배경을 재현해보는 책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도 개입하고 인문학도 개입하며 심지어 언어학까지 개입한다. 유래를 짚어가는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양한 분야의 성과들이 종합적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맛이 풍부한 먹거리를 대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부제가 [두번째 이야기]인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서울, 경기 지방의 지명을 다루었던 1편을 잇고 있다. 1편은 2010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었다는데 그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던 것이리라. 일종의 시리즈라 하지만 사실 1편을 읽지 않아도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1장에서는 지명의 유형과 소재, 그리고 변천 방식, 바탕이 되는 소재 등을 충실히 설명해두어 워밍업을 하게 해준다. 2장부터는 서울, 경기도 수원, 성남, 고양, 파주 등지와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지역의 지명을 해설하고 있다. 비중은 경기도 지방이 제일 많으며 기타 지역은 가볍게 전설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살았던 동작구 지역의 유래와 정조의 염원이 깃들어있다고 할 수원 지방의 유래가 흥미롭기도 했다.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엄청난 사료들을 가지고 연대기적으로 꼼꼼히 설명하는 것을 보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게 된다. 다소 고풍스런 어투가 걸리기도 하지만 많은 사진을 수록하고 흥미진진한 전설도 많이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 구라도 자신과 관련되는 것에는 없던 관심도 생기게 마련이다. 자신이 살던 지역, 자신이 가본 지역의 유래를 보게 되면 역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살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몰두하여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권하면 유익할테고 그 외의 사람에게도 충분히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만큼 권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책이다. 시간 내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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