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견고한 삶의 가치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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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규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온라인 서점 검색창 광고로 만났을 때, 큰 고민하지 않았다(?). 이내 장바구니에 담긴 책은 그간 차곡차곡 모은 마일리지의 도움으로 내 손에 올 수 있었다. 어떤 책은 의도치 않게 만나 뜻하지 않게 깊은 메시지를 나에게 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달랐다. 이 책이 나에게 줄 수 있는 바를 예상하였고, 그 예상한 것을 딱 받은 책이었다. 그렇다고 아쉽지 않은 정확하게 이 책이 줄 수 있는 바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한 책이었다.

예상할 수 있는 따뜻함이 진부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생이 말하는 진솔함 덕분에 진부함이란 단어로 책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의 글을 읽으며 눈으로 보는 빛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눈으로 세상의 밝은 빛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수 없더라도 마음의 골짜기까지 빛을 닿게 만드는 또 다른 눈이 있다. 신순규 작가님의 글은 마음의 골짜기에 빛을 밝히는 글이며, 어둠을 걸을 것 같을 때 챙겨야 할 손전등처럼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 고른 글에서 질문과 위로를 받아 좋았다.

*

"이게 다가 아니야. 이게 내 평생은 아닐 거야."
아내는 그런 말로 자신을 격려하며 언젠가 오게 될 밝은 미래를 계획했다. _35쪽

이처럼 꿋꿋하게 하루하루 도전에 응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낙관의 근육과 버릇이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_70쪽

십 대 아이가 스스로 감추려던 자신의 배경을 떳떳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덕분에 예진이가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삶의 이점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자신의 근본적인 정체성에 창피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_137쪽

하지만 잊지 말았어야 할 것은 그 감정이 거짓말도 자주 한다는 사실이다. 짐작이나 의심을 확신으로 변질시키기도 하고, 헤어 나오기 힘든 슬픔, 증오, 실망의 늪으로 나를 끌고 갈 수도 있다. _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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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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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마음에 구멍이 난 듯 허전하게 비어있는 쓸쓸함을 그림 그리듯 표현한다고 느끼게 한다. 《디 에센셜:다자이 오사무》에서 처음 그의 소설을 읽고 《만년》을 읽었다. 《만년》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첫 창작집으로 그가 자신의 소설 세계를 구축하기 전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직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책의 카피처럼, 글 사이사이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의 어찌하지 못하는 고뇌하는 청년의 모습이 스쳤다.

"소설을 시시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내겐 그저 좀 미적지근할 뿐이야. 단 한 줄의 진실을 말하려고 100페이지의 분위기를 꾸미거든."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소설 속에서 자신이 전하고 싶은 바를 말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이 소설집이 자신의 유서가 될 것이라 확신했던 그는 청년기에 쓴 글을 엮은 이 책에 제목을 '만년'이라고 붙였다. 죽음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시절, 그는 단 한 줄로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었던 것을 말하지 못해 소설로 적은 모양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중간마다 중얼거리듯 자기 생각을 소설에 녹인 다자이 오사무식 자기 고백은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의 어둑함과 때때로 그 어둠에서도 따뜻함을 느끼는 찰나와 같은 작은 포인트도 있다. 그는 매 순간이 고민과 고뇌의 연속이었던 모양이다. 허무하고 무용한 세상에 살아가는 자기 생각을 소설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던 그이기에 청년기를 반항으로 보지 않고 치밀한 자기탐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방황하는 자신에게 꾸밈없이 솔직했던 진솔함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는 밝고 활기찬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어딘가 눅눅하고, 그늘진 이야기, 조금 비뚤어진 듯한 생각을 가지고 툭툭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추억으로 혹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고 조금의 꾸밈을 더할 수도 있는데, 흔들리고 나약한 자신을 드러낸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지만, 저마다의 깊은 마음속 그림자를 감추고서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에게 다자이 오사무식으로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

나는 지고 있는 꽃잎이었다. 약간의 바람에도 파르르 떨었다. 타인으로부터 아무리 사소한 멸시를 받아도 죽을 듯이 괴로웠다. 나는 내가 머지않아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영웅으로서 명예를 지켜 가령 어른이 얕보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으므로, 이 낙제라는 불명예도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그 후 나는 전전긍긍하면서 수업을 받았다. _46쪽

"그렇지 않아. 가지가 돋는 모양이 다르고 게다가 나뭇결에 반사되는 햇살도 희미하잖아. 하긴 싹이 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_106쪽

여기서 끝맺을 수 있다면! 한물간 대가는 이쯤에서 의미 있게 끝맺는다. _172쪽

어떻게든 된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하루하루를 맞이해 그대로 보내면서 지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무리 애써도, 도저히 어떻게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처지가 되면, 나는 실 끊어진 종이 연처럼 둥실둥실 고향 집으로 바람에 날려 돌아온다. _ 292쪽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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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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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품.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은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날에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신비롭고 기묘한 그러면서 미묘하게 반짝이는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재난을 여행이란 소재로 끌어들인 윤고은 작가님의 발상은 경고를 받아도 걷잡을 수 없는 쓰나미처럼 덮쳐온다. 재난이 여행상품이 되는 재난 같은 상황과 그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또 다른 의미의 재난. 두 가지 재난이 조각조각난 상황에 맞춰져 《밤의 여행자들》이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밤의 여행자들》 속 세상은 생의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상품으로 소비하는 곳이다. 재난마저 여행 상품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실재하지는 않지만 꼭 실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쓸쓸함에 서늘해졌다. (안전한) 공포가 상품이 된 지는 오래고, 때론 생명까지 위협당하는 극한의 공포마저 상품화되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단지 '무이'라는 공간만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그 상황보다 더 섬뜩한 점은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을 알지만 이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에 죄책감을 누구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누군가는 아니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을 알지만 내가 칼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떠미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을 수 있다는 요나의 생각이 변명으로 바뀌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 소설은 재난을 기획한 재난에 맞서는 또 다른 재난이 시작된다. 시한부 연인이라 생각했던 '럭'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요나의 세계엔 균열이 간다. 두려움과 공포를 기획하고 만들던 요나가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과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가슴을 한없이 얇게 쥐어짜는 슬픔"이란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돌이킬 수 없는 상실. 그 슬픔의 깊이가 자신의 마음 앞에 엄습할 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기쁨과 행복의 그림자처럼 슬픔과 공포가 주는 세계는 짙고 깊지만 그것이 있어야만 기쁨과 행복의 세계가 지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자본주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감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밤의 여행자들》을 읽으며 기쁨과 행복이 주는 세계의 깊이보다 슬픔과 고통이 주는 세계가 더 깊다는 것과 그 덕분에 재난의 타자화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풀어갈 가능성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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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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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여름 계절학기로 필수 교양이었던 근현대사 수업을 들었다. 3주간 집약된 우리 역사의 그림자진 과정을 꽤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내가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 마지막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교과서와 수업이 아니면 좀처럼 돌아보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시간이 있다. 나에게 일제강점기가 그랬다. 그 시간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누구도 제대로 기록하려 하지 않았고, 기억하지 못했고, 돌보지 못한 역사를 기록한 뭉우리돌의 바다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뭉우리돌의 바다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서 있었던 국외독립운동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책이다. 작년 광복절에 <유퀴즈>에 출연해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이 얼마나 많은지 알리고, 이를 기억해야할 이유를 전했던 그가 방송에서는 다 전하지 못한 취재한 사적지, 독립운동가 후손과의 인터뷰, 그리고 이 역사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풀어내기 위해 들춰본 역사 기록물과 논문, 국내외 기사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난 인도 델리의 레드포트를 고등학교 때 갔을 때, 그저 붉고 웅장하고 거대한 건물에 압도되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곳이 한국광복군의 훈련지란 사실을 몰랐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고 가늠조차 못했다. 김동우 작가도 그랬다. 우연히 세계여행을 갔었고, 그 자리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이 작업을 통한 나만의 수행은 고집을 버리고 습관을 바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일이었다. 이따금 투덜거리기도 했고 투정도 부렸지만 항상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처럼. _ 278-279

 

그 뒤에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에서 찾은 포기하지 않은 우리 역사를 확인했고, 이 책에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시선에 담긴 역사의 궤적을 따라 갈 때마다 과거의 우리 역사와 지금의 흐릿해진 현장이 씨실과 날실로 교차한 듯 엮어져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쿠바의 기록은 남겨진 것도 많지 않아 속상했고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매번 얄궂은 운명의 신은 그들 편에 서주지 않았다. 쿠바의 한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내일이 오늘보다는 나을 거란 체념 섞인 기대를 가져보는 게 다였다. 쿠바는 그런 절절함의 땅이다. _163

 

뭉우리돌의 바다의 글을 읽었을 때 큰 돌이 내 마음을 누르는 듯 묵직함이 느껴졌다. 알지 못했던 시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기억의 덩어리가 무지하고 무심했던 마음이 눌려서 먹먹했다. 100여 년 전에 있었던 묵직한 우리 조상들의 시간을 전해 받은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이 나라에 이 땅에 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 중 유독 멀리 있어서 닿지 못했던 곳. 그래서 자꾸만 흐릿해져가던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김동우 작가의 시선, 사진 그리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역사 사료가 더해져 정리된 글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만 나의 무관심에 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의 무게가 버거워 바래진 것은 장소였다. 숨겨져 있었던 영웅의 이야기는 계속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후손들의 기억 끝에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책을 읽는 나의 기억과 또 다른 누군가의 기억에서 계속해서 빛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독립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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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 나를 둘러싼 존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들시리즈 2
박훌륭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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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구나. 《이름들》을 읽으며, 그동안 책을 읽으며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장르가 에세이여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이름들》은 푸른 약국 약사이자, 독립서점계의 독보적이고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 아독방 사장님의 에세지집이다.
(책 서평을 써야 하는데..)주저리주저리 썰을 풀어보자면, 아독방은 내가 출판 마케터가 되기 전에 연락을 진행했던 서점이고, 출판 마케터가 된 이후에 가장 먼저 연락했던 서점이다. (뭐든 처음은 뜻깊다. 마케터가 되고 처음 방문한 서점은 그. 책. 다 다)
살림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있을 때, 살림 출판사 계정 dm으로 아들러 심리학 책을 아편책으로 제안받으며 연락을 받았고, (아쉽게도 진행을 하지 못했다) 수오서재에서는 고수리 작가님의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로 아편책 진행을 하며 연락을 받았다. (이건 진행했다)
사장님도 몰랐던 작은 인연이 있었고, 아독방이란 이름은 출판 마케터가 되기 이전부터 각인되었다. 이후 작가님의 글처럼 존함이 남달랐기 때문에 나에게도 더 잊지 못할 서점과 서점 사장님이 되었다.

시간과 사물은 무척 가까운 사이고, 서로의 역사를 보여 주는 존재이다. 우리가 가까이 두는 사물이나 좋아하는 사물에는 우리가 겪고 있는 또는 흘려보낸 시간이 스며 있다. _124쪽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재미있게 읽었다. 담담하게 담백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였다. 가볍게 넘을 수 있는 담장에 기대어 한 사람의 진솔한 생각을 넘겨보는 기분이었다. 내 취향의 글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글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말하는 글이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여러 이름들로 이야기되는 것이다." 호명되는 이름이 가진 의미부터, 또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가진 의미까지. 이름에서 하나 둘 엮어낸 이야기가 만든 의미를 쫓는 과정이 술술 읽혔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잠깐, 퇴근길에 호록 다 읽었다.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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