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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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품.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은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날에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신비롭고 기묘한 그러면서 미묘하게 반짝이는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재난을 여행이란 소재로 끌어들인 윤고은 작가님의 발상은 경고를 받아도 걷잡을 수 없는 쓰나미처럼 덮쳐온다. 재난이 여행상품이 되는 재난 같은 상황과 그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또 다른 의미의 재난. 두 가지 재난이 조각조각난 상황에 맞춰져 《밤의 여행자들》이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밤의 여행자들》 속 세상은 생의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상품으로 소비하는 곳이다. 재난마저 여행 상품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실재하지는 않지만 꼭 실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쓸쓸함에 서늘해졌다. (안전한) 공포가 상품이 된 지는 오래고, 때론 생명까지 위협당하는 극한의 공포마저 상품화되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단지 '무이'라는 공간만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그 상황보다 더 섬뜩한 점은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을 알지만 이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에 죄책감을 누구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누군가는 아니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을 알지만 내가 칼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떠미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을 수 있다는 요나의 생각이 변명으로 바뀌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 소설은 재난을 기획한 재난에 맞서는 또 다른 재난이 시작된다. 시한부 연인이라 생각했던 '럭'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요나의 세계엔 균열이 간다. 두려움과 공포를 기획하고 만들던 요나가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과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가슴을 한없이 얇게 쥐어짜는 슬픔"이란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돌이킬 수 없는 상실. 그 슬픔의 깊이가 자신의 마음 앞에 엄습할 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기쁨과 행복의 그림자처럼 슬픔과 공포가 주는 세계는 짙고 깊지만 그것이 있어야만 기쁨과 행복의 세계가 지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자본주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감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밤의 여행자들》을 읽으며 기쁨과 행복이 주는 세계의 깊이보다 슬픔과 고통이 주는 세계가 더 깊다는 것과 그 덕분에 재난의 타자화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풀어갈 가능성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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