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뭉우리돌 1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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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여름 계절학기로 필수 교양이었던 근현대사 수업을 들었다. 3주간 집약된 우리 역사의 그림자진 과정을 꽤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내가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 마지막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교과서와 수업이 아니면 좀처럼 돌아보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시간이 있다. 나에게 일제강점기가 그랬다. 그 시간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누구도 제대로 기록하려 하지 않았고, 기억하지 못했고, 돌보지 못한 역사를 기록한 뭉우리돌의 바다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뭉우리돌의 바다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서 있었던 국외독립운동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책이다. 작년 광복절에 <유퀴즈>에 출연해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이 얼마나 많은지 알리고, 이를 기억해야할 이유를 전했던 그가 방송에서는 다 전하지 못한 취재한 사적지, 독립운동가 후손과의 인터뷰, 그리고 이 역사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풀어내기 위해 들춰본 역사 기록물과 논문, 국내외 기사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난 인도 델리의 레드포트를 고등학교 때 갔을 때, 그저 붉고 웅장하고 거대한 건물에 압도되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곳이 한국광복군의 훈련지란 사실을 몰랐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고 가늠조차 못했다. 김동우 작가도 그랬다. 우연히 세계여행을 갔었고, 그 자리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이 작업을 통한 나만의 수행은 고집을 버리고 습관을 바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일이었다. 이따금 투덜거리기도 했고 투정도 부렸지만 항상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처럼. _ 278-279

 

그 뒤에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에서 찾은 포기하지 않은 우리 역사를 확인했고, 이 책에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시선에 담긴 역사의 궤적을 따라 갈 때마다 과거의 우리 역사와 지금의 흐릿해진 현장이 씨실과 날실로 교차한 듯 엮어져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쿠바의 기록은 남겨진 것도 많지 않아 속상했고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매번 얄궂은 운명의 신은 그들 편에 서주지 않았다. 쿠바의 한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내일이 오늘보다는 나을 거란 체념 섞인 기대를 가져보는 게 다였다. 쿠바는 그런 절절함의 땅이다. _163

 

뭉우리돌의 바다의 글을 읽었을 때 큰 돌이 내 마음을 누르는 듯 묵직함이 느껴졌다. 알지 못했던 시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기억의 덩어리가 무지하고 무심했던 마음이 눌려서 먹먹했다. 100여 년 전에 있었던 묵직한 우리 조상들의 시간을 전해 받은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이 나라에 이 땅에 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 중 유독 멀리 있어서 닿지 못했던 곳. 그래서 자꾸만 흐릿해져가던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김동우 작가의 시선, 사진 그리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역사 사료가 더해져 정리된 글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만 나의 무관심에 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의 무게가 버거워 바래진 것은 장소였다. 숨겨져 있었던 영웅의 이야기는 계속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후손들의 기억 끝에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책을 읽는 나의 기억과 또 다른 누군가의 기억에서 계속해서 빛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독립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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