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여행은 만남이다!?
우리의 다채로운 감정이 집약된 여정

 

 

 

 

편찮으신 아버지를 두고, 두 살, 네 살인 자녀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이라.
좀처럼 여행을 떠나기 적절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난다. 웃고 있지만, 정말 우스워서 웃는 건지 웃픈 상황에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웃음이 가득한 여정이 펼쳐진다. 마치 기쁘고도 슬픈 게 인생이라는 말과 닮은 이 여정은 5개월간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 책 속에 꽤나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미쳤어!"라는 친구들의 경고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믿고 있었던 "굉장히 근사한 여행"이 될 거란 믿음은 조금 다른 빛깔의 모습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 과정을 다 읽고 나니 여행하기 좋은 때가 있을 수 있지만, 그때는 체크리스트를 확인해가며 만드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무엇을 갖추었을 때, 무엇이 해결되었을 때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는 말하고 있다.

 

이게 바로 내가 견디는 방법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평소와 똑같이 살아가다가 가속도가 붙어 내가 선 밖으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가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짜라서.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고, 언제고 장기 여행을 이와 같은 조건에서 떠날 수 있겠는가 싶어서 떠났다. 게다가 가족여행 가이드북이라니. 꽤나 매력적이고 즐거운 조건이라고까지 생각했다. 물론 힘들겠지만,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이미 육아에 단련이 되어 있다고 믿었던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여행 시작하자마자 깨닫는다. 힘든 일은 쉼 없이 몰아치고 이따금씩 다가오는 기쁨은 찰나처럼 스쳐 지나간다. 매일 짐을 싸고, 영국 곳곳을 다닌다. 그가 다닌 곳은 좀처럼 여행지로 가는 곳은 아니다. 영국의 큰 곳을 제법 둘러보았던 나도, 저자가 말한 곳 중에 다녀온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영국 사람들이 여행 가는 곳인 데도 있고, 혹은 공짜로 여행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간 곳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간 곳도 있다. 이유는 달랐지만, 그 이유가 여행지에서 완벽하게 충족되지 않은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화를 나누기 힘든 아이들과 육아와 여행 두 가지가 과업처럼 느껴지는 부부는 별거 아닌 일로 다투곤 한다. 그리고 심장을 내려앉게 만드는 아버지 소식까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다움은 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을 할 때면 참고하는 가이드북 이면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모든 여행 가이드북이 이러하지 않겠지만, 왠지 론리 플래닛 여행서에는 좀처럼 실을 수 없는 시트콤 같은 일상이 펼쳐져 있다. 이 책 속에.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부모님의 표정이 아이보다 밝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단지 어른이라서"만은 아니란 것도 함께 알게 되는 책이었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다닐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이 책은 여러 지역의 박물관을 방문하며 알려준다. 박물관의 동상을 부숴버리거나, 역사적 배경 설명해주는 영상이나 예술성이 높은 영상물을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아이의 말이 다른 관람객에게 미친 여파라던가, 두 살인 아이의 이유식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는 일까지. 어린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다니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벤 해치 가족은 경험으로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월레스와 그로밋"이 먹는 치즈 공장에서 "월레스와 그로밋" 흔적이라곤 포장지 뿐임을 아이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결국 아이가 포기하기를,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길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그러다 문득 동굴 안 부모님 품속에 있는 내 사진이 떠올랐다. 작은 일에도 울음으로 의사표시를 했던 나를 품에 안고 동굴을 탐험했던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싶었다. 이제는 사진 한 장으로 남은 그 하루가 부모님께 어떤 기억이었을지 이제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으로 추론컨대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나의 지평선에 서 있는 대체 불가능한 대형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이 폭파되어 이제 땅을 향해 장관을 이루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서 시작한 여정인데, 그의 여정 속 기억들은 왜 여행이라고 하기에 뭔가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 아마 그건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감정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간에 몇 번씩 아버지의 병실로 저자는 찾아갔다 다시 여행지로 돌아갔다를 몇 번 반복했다. 건강이 좋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이나, 부자간의 남다른 유대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는 서먹서먹한 부자관계였고, 아직 우리 문화에선 낯선 아버지 여자친구인 메리가 아버지 곁에 있었다. 마치 D-Day를 기다리듯 살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아버지를 바라보아서일까, 그의 여행 중간중간에 아버지와 기억이 떠오르고, 그의 입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다. 저자에게 5개월간의 여정은 아버지와 이별을 준비하는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고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어."라는 문장이 그의 입에서 나오고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슬픔을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듯 애잔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되어가는 과정을 적는 저자 역시 아버지로 현재를 살고 있다. 재기 발랄한 아이들과 함께 전쟁과 평화를 오가는 여행을 하는 저자의 여정이 복잡 미묘하다. 아버지이면서 아들인 그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여행을 함께 기록한 이 책은 단지 5달간 자동차 일주로 정리하기 힘든 방대한 만남이 담겨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는 건 낯선 사람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나'임을 저자는 글로 말해준다. 비슷한 듯 다른 아이들의 행동과 아내와의 대화. 그리고 오늘 어떤 일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버지의 모습. 이 모든 관계에서 조금씩 다른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라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고생인 여행이라 얼른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동시에 집으로 돌아갈 만큼 마음이 괜찮은지 묻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너무 웃기면서도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는 E.M. 골드스미튼의 말이 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평이자 책을 다 읽은 나의 마음과 닮아 있는 평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최고의 가이드북을 쓰겠다. 가이드북에 혁명을 일으키리라. 가이드북을 예술로 만들 것이다. 단지 입장료 같은 실용적 도움말만 싣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도 담을 것이다. 입장료와 기저귀 교환대의 존재 여부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명소에 대한 평가 사이에 섬세하고 진솔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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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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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이
교차한 이야기를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벽하게 아무것도 할 일이 없기 위해선 둘 중 하나가 필요하다.
무한대의 재산 또는 무한대의 용기.

 

여행을 가고 싶었다. 현실 앞에 놓인 일들이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할 일들이라 좀처럼 의욕이 나지 않는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날 놓아주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재산도 없고, 무전여행이라도 상관없다며 배낭을 메고 떠날 용기가 난 없다. "버는 머리는 없이 쓰는 머리만 있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저자보다 더 겁쟁이인 난 어쩔 수 없이 여행 대신 여행서를 집어 들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여행'을 말이다. 그 여정의 동반자로, 우중충한 날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당신과 만나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줄 아는 누군가와 함께 떠났다.

 

자기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결국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나를 위해 얼마큼의 시간을 어떤 속도로 쓸 것인지 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독특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토록 본능에 충실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와 다른 욕망을 품은 사람이라 더 신기했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자유로운 생각이 여행지의 풍경을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는 게 아닌가. 교과서 속 그림에 낙서를 했던 것처럼, 사진 속 풍경에 검은 사인펜으로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나왔다.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맥주를 공복에 마시며 오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나, 몇 번이나 여행 짐을 꾸리고 풀고를 반복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표정이나, 주린 배를 부여잡고 벽에 기대어 물끄러미 길가를 바라보는 초점 잃은 눈동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상상력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그런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피식피식 웃게 된다. 아! 그의 행동이 재미있거나, 그의 여정 자체가 재미있는 건 아니다. 그가 여행에서 겪은 일들을 비틀어 생각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툭툭 이야기하는 게 흥미롭다. 심각한 상황을 덤덤하게, 걱정할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 주저할 이야기를 서슴없이. '일상과 닮아 있는 보통 할 수 있을 법한 방식'이 아닌 '여행'처럼 표현한다. 나라면 푸념으로 풀어놓았을 이야기들이 저자를 만나 이렇게나 유머러스하게 바뀔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여행기는 저자의 입장에선 지나온 행복이고 독자에겐 다가올 행복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저자의 아쉬움에서 설렘을 찾았다. 이미 지나온 추억을,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의 감정을 그리움으로 더듬는 저자의 글 속에서 말이다. 내가 다녀왔던 여행을 떠올릴 때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을 듣는 것도 참 설렌다. 왜 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그건 내가 곧 떠날 수 있는 여행이라 그런 게 아닐까.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여행을 살펴보는 것이라 설렌다. 마치 새해보다 연말이 더 설레는 것처럼. 여행은 여정보다 그 여정에 다가가기 전이 더 두근거린다. 공항에서보다 공항 가기 전 날 침대 속이 더 행복한 것처럼.

 

수첩을 덮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가봤지만 기억나지 않는 장소들을 떠올린다.
만났지만 희미해져버린 사람들을 생각한다.
기록되지 않아 존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그러다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기록을 하지 않아 이젠 생각나지 않는 여행이 남긴 부재를 바라보는 글 속에서 여행이 남긴 그림자를 보았다. 잊을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순간들이 기록물 없이 힘없이 사라질 수 있고, 그 뒤엔 감정만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현재를 받아들일 여유를 찾았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 지금은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되어 기억 속에서 잊힌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진짜 행복해서 놓고 싶지 않은 기억이 흐릿해지듯, 진짜 힘들어서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는 기억도 공평하게 흐릿해진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너무나 충격적이고 강렬한 기억"은 영원히 기억 속에 남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렇게나 충격적이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그렇게 해서 창피함과 시시함과 우스움과 행복함을 공평하게 나눠 가진 후에야, 그것은 모두의 '추억'이 된다. 맥락의 고갯길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었을 당신의 진짜 모습도 고개를 쳐든다.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는 여행지에서 다시금 일상을 돌아오게 만드는 책이다.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들은 결국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 잠시 잊고 싶은 마음에 떠난 현재는 여행지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본능에 충실한 여행을 즐기다가도 저자 역시 이따금씩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그리고 그 되돌아오는 길에 지금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하나씩 마음 주머니에 담아준다. 여행지에서 사 들고 온 기념품처럼 마음에 차곡차곡 여유란 녀석이 쌓여간다.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카라카스나, 서울이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라는 서글픈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믿음직하다. 신기하게.


여행을 통해 여행이 아닌 일상을 이야기하는 저자와 즐겁게 지구 곳곳을 다니다 내 방 내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지금 당장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기다리며, 우선 이 책에서 잔뜩 들고 온 여유를 안고 오늘을 한결 여유롭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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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 ‘대통령의 통역사’가 들려주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
최정화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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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역사가 들려주는
소통의 기술

 

 

 

 

 

"인터랙티브 고독이요?"
"네. 인터랙티브가 '상호적인'이라는 듯이잖아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그렇네요. 각자의 공간에서 SNS를 하니까요."
어디에 있든 모두를 연결해준다는 SNS 세상이지만, 실상 그 안에서는 누구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굳이 얼굴을 직접 대면하며 말하지 않아도 우린 각종 SNS를 통해 실제 삶을 공유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시시콜콜한 가벼운 일상에서 조별 과제 준비까지. 카톡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여행 다녀온 이야기는 페이스북으로 대신 전한다. 참 편리하다.  짧은 글과 사진, 이모티콘, 짤 등으로 내 이야기 감정을 짧게 빠르게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말을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말을 하려는 순간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바로, '블랙아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정권에 무관하게 역대 다섯 명의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통역을 맡았던 저자는 우리가 제대로 말할 기회를 가지지 못해 언어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이란 계속 사용해야 익숙해지고 성장하는데,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가 말은 어린 시절에 키우는 것이란 점이다. 저자는 "어른도 끊임없이 훈련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특히 SNS를 이용해 혼자 말하는데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언어 감각은 불균형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구조를 저자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국가 원수의 말을 통역했던 저자는 2000회가 넘는 국제회의에 참여해 '격'을 갖춘 말하기를 해왔다. 수많은 실전을 통해 쌓은 언어 감각을 체화한 저자는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말하기 노하우를 전한다. "첫마디에 행운에 맡기지 마라!"라는 당부를 제목에 담아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말을 꺼내는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자기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쌍방향 소통이 진짜 목적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스피치 노하우보다 저자는 소통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소통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고, 제대로 된 소통, 품격을 갖춘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4개로 나누어 읽을수록 소통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생각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소통이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처음 글을 읽을 때, 내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것과 '격이 다른' 대화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대통령들의 말을 통역했던 통역가의 말과 내가 하는 말은 달라도 너무 다를 게 아닌가. 그런데 "소통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지는 자아'와 '타자의 말을 듣는 자아'가 한데 어우러져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라는 그 본질에 대한 생각을 열어준 저자의 글을 읽을수록 생각은 달라졌다. 자리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어도, 대화란 것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나와 상대방의 생각이 같다고 전제하는 것은, 통역 없이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시공간에 있다고 해서 자신과 타인을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고 단정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사실은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오찬 모임에서도 유효하지만, 학교 수업시간 발표나 친구와 일상을 이야기할 때도 충분히 유효한 메시지다. 이처럼,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는 대화는 소통은 "그냥 말하기"가 아니라고 저자는 천천히 공을 들여 글을 통해 우리와 '소통'한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만 충분히 전해도 우리 잎에서 나오는 말이, 그리고 우리 삶이 한층 더 향기로운 품격으로 가득할 것 같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은 무엇일까?
나는 책 속에서 다음 문장에 밑줄을 쳤다.

 

1. "청중이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주목해줄 수 있는 시간은 2분이다. 혼자 시간을 독점하지 마라. 2분은 민주주의다." _19쪽

 

2. 버니 트릴링이 쓴 『21세기 핵심 역량』에는 '깊은 간결함'과 '가벼운 간결함'에 대한 분류가 나온다. 심플한 메시지가 힘이 있다고 해도 내용의 '밀도'가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줄의 아이디어를 3줄로 줄여 밀도를 높여야 강력한 메시지가 탄생한다. 트릴링은 이를 '깊은 간결함'이라고 표현했는데, '통찰력'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_ 50쪽

 

3. 상대방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자신과 연결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할 때 듣는 이들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 특효약이다. _ 60쪽

 

 

 

4. 말을 할 때는 명확한 발음으로 목소리는 크게, 1분 동안 100~150 단어 정도를 말하는 것이 좋다. _ 63쪽

 

실용적인 스피치 노하우와 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많이 한다고 그 많은 말이 청중에게 다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간결하게 요약한다. 또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가벼운 것과 간결한 것의 차이를 설명한다. 좋은 자기소개나, 청중들에게 가볍게 한마디를 전해도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말의 특징을 포착해 설명한다. 대화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는 상대를 함께 고려해 나와 상대의 교집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 교집합 속에 담겨야 할 이야기는 무엇일까. 격있는 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마음을 사로잡는 말"은 정량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저는 말한다. 각종 화술이 듣기 좋은 말이나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게 해줄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오롯이 내 진심을 전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그 어떤 말도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알았다면, 그 진심을 마음에 품고, 이제 말이 아닌 소통을 시작해보면 된다.

  

 

 

이직도,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시도하기 싫은가? 그냥 평범하게 적당히 말하며, 보통에 만족하고 싶은가? 확실해 보이는 실패에 망설이고 있는가? 언제 할지 알 수 없는 성공에 의문이 드는가?
이런 고민으로 격있는 말하기에 망설이고 있는 내게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지적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얻을 수 이는 최고의 보상은 기껏해야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마이너스만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도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값이 제로라면 허무하지 않을까?

 

곧 개강을 앞두고 스피치 수업에서 이 책이 알려준 1분 스피치의 노하우를 시도해봐야겠다.
부디 이번엔 "블랙아웃"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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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의 구조 - 베살리우스 해부도 클래식그림씨리즈 1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지음, 엄창섭 해설 / 그림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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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해부학.
나에게 이 단어는 나와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들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해부학을 전공으로 배웠던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난, 친구들의 쪽지시험 준비를 돕곤 했다. 때론 피부에 숨겨진 내 뼈들을 집으며 뼈 이름을 말하고, 난생처음 듣는 근육 이름을 듣기도 했다. 때로는 다 못 외웠다며, 어디가 시험에 나올지 찍어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 과제라며 하얀 종이 위에 뼈 그림을 그대로 옮겨 그리고, 근육을 색칠하는 친구를 보며 존경했던 기억도 난다. 난 해부학을 직접적으로 접할 일은 없었지만, 해부학은 내 주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신입생 때 기억이 겹쳐진 것이 나에게 해부학이었다. 그런 해부학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 수 있을까. 그 과정을 《사람 몸의 구조》로 열어보았다.




 


해부도에 담긴 이야기 하나, 과거의 학문적 담론에 대한 도전

 

《사람 몸의 구조》는 베살리우스의 해부도를 엮은 책이다. 근대 해부학의 아버지라는 호가 붙는다. 사실 해부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내가 해부학 책을 보기 전에 떠오른 그림은 그가 그린 습작들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었다. 하지만 인체를 최초로 해부한 사람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1514~1564)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의 해부도가 의미 있는 건, 약 1000년 이상 동안 잘못된 정보를 올바르게 바로잡는데 기여한데 있다. 원래 서양 의학의 근본엔 갈레노스가 세운 이론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고, 그 도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베살리우스는 달랐다. 그는 해부학적 오류를 지적했고, 이를 토론을 통해 수정해나갔다. 아마 그의 태도가 그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해부도보다 더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아닐까.


 


 



해부도에 담긴 이야기  둘, 당대 통념에 대한 도전

그의 해부도는 단지 관찰 일지가 아니다. 그의 그림은 신체를 해부하고 난 뒤에 그 모든 걸 기록한 것이자 동시에 자신의 후임에게 그 모든 걸 알려주기 위한 강의 교안이었다. 인체를 해부한다는 건 지금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 옛날에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해부한 지식이 간절히 필요했지만, 그 일을 하지 않았던 당대 교수들과 달리 베살리우스는 시신을 직접 해부했고 그 해부를 세밀화로 기록했다. 그는 당대의 통념과 마주 섰고 그 마주 섬이 근대 의학 발전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생각들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보면 단지 기록과 교안이라고 보기에 너무 아름답다. 그의 시선에 인간 존재의 외형을 보여주는 과학적 탐구의 대상만 담겨 있었던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그 비율과 모든 게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그가 해부한 시신이 아름다웠을 수도 있지만, 그가 해부를 하며 바라본 시각이 인체를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완전한 존재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해부도가 아닌 그 옆의 글귀에 담긴 이야기, 때론 무거움 보다 유쾌함

해부학 그림에 이렇게 가벼운 문장을 더해도 될까 싶었다. 그림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옮겨 넣었다고 한다. "시신이나 뼈대라면 응당 느껴져야 할 두려움 대신, 마치 친구가 서 있는 듯한 친숙함"이 든다며. 이런 문장을 거침없이 쓴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해부학이 마냥 의학의 영역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사실 해부학이 밝혀낸 세계는 과학계, 의료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단지 과학계에만 한정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이후 예술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학문을 구분하고 있지만, 학문이 이루어지는 실제에선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과학과 예술을 구분하는 게 당연하게 여기지만 베살리우스의 그림에는 그 두 가지 간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의학적으로 기념비적인 기록임과 동시에 예술성을 가진 그림이 될 수도 있다. 
해부학에 대한 내 기억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처럼, 두 영역은 겹쳐지기도 하고, 벗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겹쳐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분리될 수도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진중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유쾌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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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
요코야마 노부히로 지음, 김지윤 옮김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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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해서 난감했던 우리에게





나는 말을 잘하고 싶다. 말을 잘하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있더라도, 말을 못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들 말을 잘하고 싶은데, 왜 말이 잘 안 통하는 일이 발생할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건네고 받는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다. 그리고 이 대화는 두 명 이상이 모이는 순간,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대화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마법'에 걸린 듯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말이 잘 통하는 때가 있다. 누군가와는 통역을 하지 않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이 차이는 사람들마다 말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극복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은 단순히 대화를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화 가운데 흐름을 끊어버리는 대화만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대화를 최대한 유연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단지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람이 대화를 나누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 직장, 학교 등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이고 이 사람과의 소통을 못한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고민한다. 저자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저자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직장인들을 만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다. 실제 직장 생활에서 찾은 방법들이기 때문에 각 대화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해 그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준다. 실질적으로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대화가 통하지 않는 정도를 파악하는 기준, 대화를 잘 통하게 할 수 있는 도구, 대화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있는 기술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하는 것이지만, 노력을 기울이면 한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라'는 말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뜻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을 다물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를 듣고 상대가 원하는 것의 논점을 파악한다. 상대의 요구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 질문을 거듭한다.


누군가와 만나는 순간 이미 우리의 소통은 시작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소통을 피할 수 없다. 조별 과제를 함께 해야 하는 선배,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직장동료를 우리는 고를 수 없다.  소통하기 힘들어 속 끓이던 우리들에게 전하는 방법들을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설명한다. 1장에선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2장에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정도를 파악하는 기준'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소통을 힘들게 하는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3장과 4장은 대화를 통하게 하는 기본적인 기술과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화도 일종의 공식이 있으며, 이 공식을 따라서 실제 대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예시를 통해 대화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보여준다. 5장은 대화를 통하게 하는 도구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술적인 대화가 아닌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방법까지 다루어, 일반적인 대화에 대한 기술을 폭넓게 설명하며 마무리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말이 통해야'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집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대화를 잘하는 법인지 설득을 잘 하는 법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대화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까지 얻을 수 있다. 이는 회사원으로 직장 상사, 후배, 동료 더 나아가 거래처 직원 등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에 따라 적절한 말과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우선, 홀-파트-홀 전달법, 백트래킹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 방법의 유용성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팁도 알려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단지 회사원만이 유용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법을 설명함에 앞서 대화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입으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종이에 글자나 숫자를 쓰면서 설명하는 편이 대화가 잘 통할 거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자보다 ‘숫자’를 제시해야 상대가 ‘지레짐작’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이해도가 더 높아집니다.

물 흐르듯 대화한다는 건, 반드시 부드럽게 연속성을 띠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화의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고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상대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라는 조언이나, 대화의 흐름을 끊으라는 과감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대화를 천천히 돌아보자. 그리고 그 흐름을 어떻게 이끌어가볼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 생각을 시작했다면, 이 책과 함께 대화의 물꼬를 틀 수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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