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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 ‘대통령의 통역사’가 들려주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
최정화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평점 :
대통령 통역사가
들려주는
소통의 기술
"인터랙티브 고독이요?"
"네. 인터랙티브가 '상호적인'이라는 듯이잖아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그렇네요. 각자의 공간에서 SNS를
하니까요."
어디에 있든 모두를 연결해준다는
SNS 세상이지만, 실상 그 안에서는 누구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굳이 얼굴을 직접 대면하며 말하지 않아도 우린
각종 SNS를 통해 실제 삶을 공유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시시콜콜한 가벼운
일상에서 조별 과제 준비까지. 카톡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여행 다녀온 이야기는 페이스북으로 대신 전한다. 참 편리하다. 짧은 글과 사진,
이모티콘, 짤 등으로 내 이야기 감정을 짧게 빠르게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말을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말을 하려는 순간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바로, '블랙아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정권에 무관하게 역대 다섯 명의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통역을 맡았던 저자는 우리가 제대로 말할 기회를
가지지 못해 언어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이란 계속 사용해야 익숙해지고 성장하는데,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가 말은 어린 시절에
키우는 것이란 점이다. 저자는 "어른도 끊임없이 훈련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특히 SNS를 이용해
혼자 말하는데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언어 감각은 불균형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구조를 저자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국가 원수의
말을 통역했던 저자는 2000회가 넘는 국제회의에 참여해 '격'을 갖춘 말하기를 해왔다. 수많은 실전을 통해 쌓은 언어 감각을 체화한 저자는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말하기 노하우를 전한다. "첫마디에 행운에 맡기지 마라!"라는 당부를 제목에 담아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말을 꺼내는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자기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쌍방향 소통이 진짜
목적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스피치 노하우보다 저자는 소통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소통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고, 제대로 된 소통, 품격을 갖춘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4개로 나누어 읽을수록 소통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생각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소통이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처음 글을 읽을 때, 내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것과 '격이 다른' 대화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대통령들의 말을 통역했던 통역가의 말과 내가 하는 말은 달라도 너무 다를 게 아닌가. 그런데
"소통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지는 자아'와 '타자의 말을 듣는 자아'가 한데 어우러져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라는 그 본질에 대한 생각을
열어준 저자의 글을 읽을수록 생각은 달라졌다. 자리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어도, 대화란 것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나와 상대방의
생각이 같다고 전제하는 것은, 통역 없이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시공간에 있다고 해서 자신과 타인을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고 단정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사실은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오찬 모임에서도 유효하지만, 학교 수업시간 발표나 친구와 일상을 이야기할
때도 충분히 유효한 메시지다. 이처럼,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는 대화는 소통은 "그냥 말하기"가 아니라고 저자는 천천히 공을 들여 글을
통해 우리와 '소통'한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만 충분히 전해도 우리 잎에서 나오는 말이, 그리고
우리 삶이 한층 더 향기로운 품격으로 가득할 것 같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은 무엇일까?
나는 책 속에서 다음 문장에 밑줄을 쳤다.
1. "청중이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주목해줄 수 있는 시간은 2분이다. 혼자 시간을 독점하지
마라. 2분은 민주주의다." _19쪽
2. 버니 트릴링이 쓴 『21세기 핵심 역량』에는 '깊은 간결함'과 '가벼운 간결함'에 대한 분류가
나온다. 심플한 메시지가 힘이 있다고 해도 내용의 '밀도'가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줄의 아이디어를 3줄로 줄여 밀도를 높여야 강력한
메시지가 탄생한다. 트릴링은 이를 '깊은 간결함'이라고 표현했는데, '통찰력'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_ 50쪽
3. 상대방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자신과 연결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할 때 듣는
이들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 특효약이다. _ 60쪽
4. 말을 할 때는 명확한 발음으로 목소리는 크게, 1분 동안 100~150 단어 정도를 말하는 것이
좋다. _ 63쪽
실용적인 스피치 노하우와 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많이 한다고 그 많은 말이 청중에게 다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간결하게 요약한다. 또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가벼운 것과 간결한 것의 차이를 설명한다. 좋은 자기소개나, 청중들에게 가볍게
한마디를 전해도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말의 특징을 포착해 설명한다. 대화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는 상대를 함께 고려해 나와
상대의 교집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 교집합 속에 담겨야 할 이야기는 무엇일까. 격있는 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마음을 사로잡는 말"은 정량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저는 말한다. 각종 화술이 듣기 좋은 말이나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게 해줄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오롯이 내 진심을 전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그 어떤 말도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알았다면, 그 진심을 마음에 품고, 이제 말이 아닌 소통을 시작해보면 된다.
이직도,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시도하기 싫은가? 그냥 평범하게 적당히 말하며, 보통에 만족하고
싶은가? 확실해 보이는 실패에 망설이고 있는가? 언제 할지 알 수 없는 성공에 의문이 드는가? 이런 고민으로 격있는 말하기에 망설이고 있는 내게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지적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얻을 수 이는 최고의 보상은 기껏해야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마이너스만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도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값이 제로라면 허무하지 않을까?
곧
개강을 앞두고 스피치 수업에서 이 책이 알려준 1분 스피치의 노하우를 시도해봐야겠다. 부디 이번엔 "블랙아웃"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