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리, 젬베 내친구 작은거인 54
홍종의 지음, 김주경 그림 / 국민서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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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이파!
밤에 태어난 아이라는 뜻이래.


출판사 국민서관의 <영혼의 소리, 젬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젬배는 아프리카의 북으로 동화책의 배경은 아프리카에요.  작가 홍종의님은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사람이 직접 만든 마법의 젬베를 가지고, 젬베를 배워 연주를 하는 동화 작가입니다. 그가 젬베를 치며 동화 속의 주인공들과 그 외 등장인물들을  그들을 동화 속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우리는 그 초대에 응하여 아프리카로 잠시 여행을 떠나봅니다.

 

 

주인공 레테이파는 오랜 시간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척박한 땅,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는 소년입니다. 하루하루 힘을 잃어가는 띠루 할아버지와 오랜 친구, 늙은 염소 바무와 함께 마을에서 뚝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남겨진 이들의 삶은 하루하루 견뎌내기가 힘든 모습을 잘 묘사했으며, 대화체 형식의 부드러운 문체로 편안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백 살도 넘는 언덕 위 린케나무마저 번개의 불화살을 맞고 불이 타 버립니다. 레테파이와 바무에게는 소중한 쉼터이자 놀이터였던 린케나무의 사라짐은 레테이파의 또 다른 삶의 시작점인 듯합니다.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을 잃음으로써 막다른 골목길에 서서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세상이 있듯이 말입니다.

 

 

레테이파가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주요 인물들은 레테이파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이웃 쿠막지 아저씨, 촌장님 집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달쿠시, 촌장님의 딸 구파입니다. 이중 구파는 레테이파의 삶에 긍정과 희망의 미래를 선물하는 주요인물입니다.
구파는 어렸을 적 띠루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젬베를 연주하며 영혼의 소리를 느끼고 교감합니다. 그 과정에 레테이파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사회적 약자인 그의 삶에 개입하여 많은 도움을 제공하게 됩니다. 힘든 삶 속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다르지만, 젬베라는 악기의 연주는 깊이 있는 소리와 리듬을 통해 서로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인간은 나약함을 가지고 있기에 깊은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런 상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치유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젬베는 13세기 무렵 서 아프리카의 기니와 말리 지역에서 유래된 전통 타악기라고 합니다. 절구통 모양의 몸통과 염소 가죽으로 북피를 덧댑니다. 우리나라의 장구와 비슷한 모양이기도 합니다. 북피를 북채로 쳤을 때에 울려 퍼지는 공명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혼연일체 된 인간과 악기와의 만남에서 심리적인 안정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되는 듯합니다.

 

 

레테이파는 오랜 친구 바무를 사고로 잃게 되고, 힘든 이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띠루 할아버지는 쇠약해진 육신에 힘을 더해 정성껏 레테이파를 위한 젬베를 제작하게 되고, 죽은 바무의 가죽으로 젬베의 북피, 타다 남은 린케나무 조각으로 젬베의 몸통을 만듭니다.
이제 레테이파에게는 영혼의 소리를 내는 악기, 그만의 젬베가 생겼어요. 바무와 린케나무, 띠루 할아버지, 레테이파가 하나가 된 젬베는 앞으로 일어날 밝은 미래를 예시하는 듯합니다. 레테이파에게 구파라는 소중한 친구가 생긴 것처럼 젬베 또한 레테이파에게는 그의 삶의 안식처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구파이가 레테이파와 띠루 할아버지를 본인의 집에 데리고 가는 행복한 소식을 전하고, 레테이파의 멋진 젬베 연주 소리에 맞춰 레테이파의 친구 잭과 구파이가 함께 춤을 추고, 젬베 소리를 듣고 찾아온 바무의 영혼과 노는 레테이파의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모습입니다. 오픈 엔딩이지만, 밝은 미래와 희망을 상상하게 하고, 리듬감 있는 타악기 젬베의 무한한 매력에 빠져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한껏 들었던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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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의 달인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2
윤해연 지음, 안병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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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1편 '내 이름을 불러 줘'에 이어 2편 '뽑기의 달인'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뽑기의 달인>은 윤해연 작가님의 단편 6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그림은 안병현 작가님의 작품이 짝을 이룹니다.

 

책의 구성은 첫 번째 이야기 '엉뚱한 발레리나'를 시작으로 '뽑기의 달인','화해하기 일 분 전','빵빵 터지는 봉만이','비밀 편지','나중에 할게'로 이루어지고, 작가의 말까지 총 128페이지로 구성됩니다.
한 편 한 편 동화의 내용이 20페이지 이내로 길지 않은 스토리에,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부끄러움이 살며시 밀려오는 통에 한 시간만에 휘리릭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재미있고 생각의 여지를 준 내용들이라 다 소개하고 싶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고 부모인 나와 아이의 공감대가 많았던 세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엉뚱한 발레리나
 

이야기의 주인공은 윤아입니다. 윤아가 함께 발레 학원에 다니는 친구 수지를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으로 풀어내려 간 내용으로 수지의 별명은 '엉뚱한 발레리나'입니다. 발레 실력은 뛰어나지만 뚱뚱한 수지는 엉덩이가 뚱뚱한 발레리나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수지는 그 뜻이 아닌 엉뚱하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오히려 그 별명을 맘에 들어 합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바라본 수지는 행복지수가 높은 친구입니다. 남의 시선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를 개의치 않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수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윤아는 여느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수지의 외면적인 모습에 집중하지만, 수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윤아의 실수로 공연 중 넘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지는 윤아에게 사과를 합니다.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사과를 하는 수지를 보며 사실 나의 아들 선우가 오버랩 됐습니다. 늘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들이 처음에는 너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닌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 점이 아들의 최고의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지 또한 자신을 향한 눈총과 시기, 부러움의 시선에 자신감 충만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인정받게 됩니다. 자신의 단점은 자신이 가장 잘 볼 수 있듯이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그 단점을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수지의 강점인 것입니다.
뒷부분에 나오는 수지 가족들을 보고 수지의 행복지수의 궁금증이 해결됐습니다. 가족들의 단단한 지지체계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가 가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혀진 자세였던 것입니다. 윤아가 앞으로 겪게 되는 친구 수지를 통한 경험은 윤아의 마음을 더욱더 넓게 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윤아를 통해 들은 수지의 이야기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어떤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명답은 있는 것처럼 보다 넓은 시선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

뽑기의 달인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영찬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영찬이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두 번 연속의 뽑기 1등의 경력은  영찬이를 뽑기의 달인으로 등극시킵니다. 예상치 않았던 행운은 영찬이에게 영원한 행복함을 선물한 듯하지만, 영찬이는 일등을 뽑은 그다음 날부터 아무도 몰래 자신의 행운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수많은 뽑기를 반복합니다. 영찬이가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하며 받은 돈으로 몰래 뽑기를 한 모습을 보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또 본인의 행운 실력을 확인하고픈 영찬이의 마음이 읽게 되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영찬이가 아이들 몰래 수많은 뽑기를 한 걸 친구 수호가 알게 되지만 눈물을 쏟는 영찬이의 모습을 보고 수호는 영찬이의 마음을 이내 읽고 따뜻한 손으로 영찬이의 손을 잡아줍니다.
어린 시절 기대치 않았던 행운이 내 마음 졸이며 힘들게 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추억에 잠겨봅니다. 어린이다운 고민과 생각에 공감대를 이루며 같은 경험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이들 사이에 일순간에 뽑기의 달인으로 주목을 받게 된 영찬이가 본인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다고 다시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는 상황은 다시 새로운 좋은 운으로 다가올 것을 영찬이는 알기에 한층 더 성숙한 영찬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나중에 할게

'나중에 할게'라는 주인공 아람이의 일기 형식의 이야기로 아람이와 민구의 문자 메시지를 엄마가 보게 되며 이루어지는 사건이 중심을 이룹니다. 아람이의 일기를 읽으며 아람이 엄마와 아람이의 모습이 꼭 저와 우리 집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웃음부터 나게 된 작품입니다. 특히 일기 첫 줄에 기록하는 날씨의 내용이 아람이의 심경을 대변하는 표현이어서 그 부분이 공감이 갔습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어보는 것은 어른의 입장에서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아이의 일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람이의 일기 내용 중 가장 재밌었던 것은 아람이에 대한 가족들의 지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저희 가족 또한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아이가 되어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마음을 앞서갈라치면 아이는 화들짝 놀라 흥분을 하게 되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웃음보가 터지게 됩니다.
아람이의 여섯 편 일기를 통해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세심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었고, 솔직 담백한 아람이의 생각들에 공감하며 함께 흥분하고, 함께 놀라고, 함께 즐거워한 듯합니다.

이야기를 다 읽고

총 여섯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멋지고 칭찬받는 최고의 어린이들이 아니고, 솔직한 우리 여느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공감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봐 주고 손잡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뼘씩 성장하는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함께 읽고 함께 웃으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 저는 뽑기의 달인 도서를 추천하면서 좋은책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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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영 Forever Young
밥 딜런 지음, 폴 로저스 그림, 엄혜숙 옮김 / 바우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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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영>은
201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 아들이 태어나자
아들을 위해 만든 노래,
포에버 영을 엄혜숙님이 번역한 책입니다.
저는 들어보지 못했던 노래라
함께 실어봅니다.

https://youtu.be/Frj2CLGldC4

자신을 사랑하라

책의 구성은
세계적  화가 폴 로저스에 의해
포에버 영이라는 노래가
새롭게 해석되었어요.
각 장의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대단합니다.

폴 로저스는
이 책의 삽화를 그리는 동안
밥 딜런의 모든 앨범을 들으면서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사람들에 생각하고,
그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영감을 주었는지도 떠올렸다고 해요.
그림들은 밥 딜런의 삶과 노랫말,
노래에 이르는 이미지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내용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그림도 천천히 보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밥 딜런이 그의 아들을 향해 전하는 메시지는
여느 부모의 마음과 다름이 없습니다.

밥 딜런이 역사상 가장 칭송받고,
최고로 사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문학에 대해서도 놀라운 경력을 보입니다.
한 세대를 먼저 살게 된 그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축복의 말들과 조언의 말들,
희망의 말들, 바램의 말들

그리고 forever young
늘 영원히 젊게, 어린 모습 그대로,
꿈꾸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노래를 통해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로버트 먼치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함께 노래해왔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포에버 영> 또한
글 한 줄 한 줄, 그림 한 장 한 장이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로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번역본과 비교해보니
정확히 매칭하여
생략된 부분이 없이
완벽하게 책으로 구성하였고,
책을 통해 오감이 만족되고.
글의 내용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행복감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의 뒷부분에 그림풀이를 통해
밥 딜런의 인생을 엿볼 수 있어요.
우리가 책을 보면서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그림풀이 부분에 풀어놓았어요.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는 즐거움도
중요하기에
모든 걸 다 풀이하지 않고
궁금증의 여지를 남겨두죠^^

가족 간의 사랑과 존중과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잔잔하게 표현하여
마음속에 잔물결을 일으켜 준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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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리 눈먼 쥐와 코끼리 보랏빛소 그림동화 2
주드 데일리 지음, 김지연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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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말이에요... "


보랏빛소 출판사에서 출간한
<여섯 마리 눈먼 쥐와 코끼리>는
런던 출생의 작가 주드 데일리의 작품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도의 한 우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19세기의 미국 시인
존 가드프레이 색스의 <장님과 코끼리>라는
시를 빌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인 쥐는 눈이 먼 장님입니다.
내용은 짐작할 수 없지만
오감 중 시각이 결여된 여섯 쥐들을 통해
큰 교훈을 줄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거기에 쥐와 비교도 안되게
커다란 코끼리가 등장한다니
흥미진진해집니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니
코끼리는 뒷다리만 나옵니다.
쥐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클로즈업한 그림이라 뒷다리만 포착됩니다.

아주 더운 어느 날,
숲에서 나온 코끼리가 졸려 하며
농부의 헛간에 들어가 이내 잠이 듭니다.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농부는
'진짜 코끼리'를 발견하고 신이 나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구경시키고,
이웃들까지 가득 모여
코끼리를 보고 감탄하게 되죠.

 

앞이 보이지 않는 여섯 마리 쥐들은
코끼리의 생소한 냄새에 잠을 깨고
헛간 안으로 들어와
'코끼리 찾기 대작전'을 시작합니다.
쥐들은 차례대로 코끼리와 첫 만남을 하게 돼요.
첫 번째 쥐는
코끼리의 거대하고 딱딱한 몸에 부딪히고,
두 번째 쥐는
매끄럽고 날카로운 엄니를 오르내리고,
세 번째 쥐는
코끼리의 귀 위로 올라갑니다.
코끼리는 각각 벽, 창, 부채처럼
생겼다고 확신하죠.
여기서 눈먼 쥐가 자신이 마주하게 된
커다란 코끼리를
본인이 경험한 사건의 느낌에 비추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우리 인생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떠올랐지요.
본인이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내가 아는 것이 다라는 편협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요.


 

나머지 쥐들도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위만
경험하고는 뱀, 나무, 밧줄이라고 말합니다.
순간 여전히 졸린 코끼리가
잠시 잠에서 깨어 이야기합니다.

나는 그저 모두가 '조금씩은'
옳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
나는 마치
딱 코끼리 같단 말이지!

각각의 쥐들이 생각한 코끼리의 모습을 종합해서 정리를 해주지요.
이 부분에서 쥐들의 판단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험의 폭과 시간입니다.
충분한 경험의 시간을 통해
다양하게 얻게 되는 지식의 폭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험의 폭을 인정하는 것도
삶의 지혜인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여섯 마리 눈먼 쥐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코끼리를 상상합니다.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자신들이 겪은 경험과
코끼리가 각 쥐들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 코끼리의 모습을 조합하여
아마도 '딱 코끼리 같은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작가의 바람대로
우리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이
작은 것을 먼저 보고 눈앞의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향한 시선으로
더 크고 먼 곳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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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수호대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
홍종의 지음, 최민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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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 강은혁,
집게손가락 박준형,
가운뎃손가락 고문도,
약손가락 오해서,
새끼손가락 최예성

너희들은 멋진
다섯 손가락 수호대야!


살림어린이 출판사의 <다섯 손가락 수호대>는 5.6학년 창작 동화로 처음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그림의 주인공들이 가족으로 생각했다. 중간 이상 읽고 나서야 5학년 멋진 친구들이란 걸 알고는 몇 번을 또 보고 다시 보며 웃음 짓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표지의 맨 앞에 있는 친구가 주인공 은혁이다. 여느 주인공처럼 미남형도 호감형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친근형의 외모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내심 기대가 됐다. 은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6학년 남아인 나의 큰 아들에게 비슷한 공감대를 선물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목차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빠가 맞았단다. 무슨 일일까? 아빠가 누구한테 맞은 걸까? 궁금한 마음에 첫 이야기로 후다닥 들어가 본다.

 

은혁이는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피투성이가 된 아빠를 거실에서 발견한다. 초저녁잠이 많은 엄마는 주무시고 계시고, 은혁이는 모른 척해달라는 아빠의 무언의 메시지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든다. 아빠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 같은 인물이다. 이 세상을 정의롭게 사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많기에 은혁이 가족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 듯하다.
주인공의 아빠가 첫 장부터 피투성이인 것이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로운 무언가를 하다 다친 것이라는 지레 짐작에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아빠는 결국 의식을 잃은 채로 119에 실려 응급수술을 하게 되시고, 은혁이는 아빠를 해친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범죄 지도까지 그리게 된다. 그 과정 중에 같은 반 친구 예성, 준형, 문도, 해서가 은혁이를 돕기 위해 합류하게 된다. 사실 이야기 속의 예성이는 은혁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로 작가님이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인물이기도 하다. 예성이는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엄마의 강한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서 적극적인 태도와 말솜씨로 시원시원하게 꼬인 매듭을 풀어 나간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앞서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5학년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 아래 정의의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예성이의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사실 나의 큰 아들 선우는 정의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고리타분한 건 아닌지, 요즘 아이답지 않게 왜 저렇게 정의타령이지 했는데 요즘은 좀 멋져 보인다.
우리는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고, 성인인 나 또한 비겁한 모습은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

 

친구 다섯 명이 모여 다섯 손가락 수호대를 결성하게 되고, 은혁이의 사연을 예서에게 전해 듣고 기사로 내 주는 기자 누나, 교통경찰로 오해했던 형사 아저씨까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인물들도 등장하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헤쳐 나가는 과정 중에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바라보는 5학년 친구들의 대화와 행동들이 결코 어려 보이지 않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나도 함께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은혁이 또한 아빠 못지않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였다. 중학교 형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과감하게 뛰어들어가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지만, 대신 부은 얼굴과 눈 주의의 멍을 선물 받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은혁이가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나 또한 성인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 것처럼 은혁이의 모습을 통해 통쾌함을 느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빠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을 찾게 되고, 피의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를 하게 된다.

 

은혁이는 담임 선생님과의 풀지 못한 갈등마저 잘 마무리 짓게 된다. 이 소설에는 자신만의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상처들은 다양하고, 아픈 모습이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 상처들이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다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모습 또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아픔을 느낄 것이다.
선생님과의 갈등을 잘 해결한 그 순간 은혁이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은혁아, 아빠가 깨어나셨다.

거실에는 아직도 엄마의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고, 담임 선생님이 은혁이의 어깨를 꼭 안아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오픈 엔딩으로 밝은 희망과 기쁨을 선물 한 듯하다. 한층 더 성장한 5학년 열두 살 친구들의 고학년 느낌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용기와 의리가 무모함과 오지랖이 되어 버린 세상을 향해 작가는 말한다.

정의를 부탁해!

세상은 내가 아는 것이,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언제든 어디에서든 나를 도와줄 슈퍼팬은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로운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이 함께 하리라 믿고, 다섯 손가락 수호대 다섯 친구들을 열렬히 칭찬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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