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손가락 수호대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
홍종의 지음, 최민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지손가락 강은혁,
집게손가락 박준형,
가운뎃손가락 고문도,
약손가락 오해서,
새끼손가락 최예성

너희들은 멋진
다섯 손가락 수호대야!


살림어린이 출판사의 <다섯 손가락 수호대>는 5.6학년 창작 동화로 처음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그림의 주인공들이 가족으로 생각했다. 중간 이상 읽고 나서야 5학년 멋진 친구들이란 걸 알고는 몇 번을 또 보고 다시 보며 웃음 짓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표지의 맨 앞에 있는 친구가 주인공 은혁이다. 여느 주인공처럼 미남형도 호감형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친근형의 외모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내심 기대가 됐다. 은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6학년 남아인 나의 큰 아들에게 비슷한 공감대를 선물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목차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빠가 맞았단다. 무슨 일일까? 아빠가 누구한테 맞은 걸까? 궁금한 마음에 첫 이야기로 후다닥 들어가 본다.

 

은혁이는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피투성이가 된 아빠를 거실에서 발견한다. 초저녁잠이 많은 엄마는 주무시고 계시고, 은혁이는 모른 척해달라는 아빠의 무언의 메시지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든다. 아빠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 같은 인물이다. 이 세상을 정의롭게 사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많기에 은혁이 가족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 듯하다.
주인공의 아빠가 첫 장부터 피투성이인 것이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로운 무언가를 하다 다친 것이라는 지레 짐작에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아빠는 결국 의식을 잃은 채로 119에 실려 응급수술을 하게 되시고, 은혁이는 아빠를 해친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범죄 지도까지 그리게 된다. 그 과정 중에 같은 반 친구 예성, 준형, 문도, 해서가 은혁이를 돕기 위해 합류하게 된다. 사실 이야기 속의 예성이는 은혁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로 작가님이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인물이기도 하다. 예성이는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엄마의 강한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서 적극적인 태도와 말솜씨로 시원시원하게 꼬인 매듭을 풀어 나간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앞서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5학년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 아래 정의의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예성이의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사실 나의 큰 아들 선우는 정의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고리타분한 건 아닌지, 요즘 아이답지 않게 왜 저렇게 정의타령이지 했는데 요즘은 좀 멋져 보인다.
우리는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고, 성인인 나 또한 비겁한 모습은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

 

친구 다섯 명이 모여 다섯 손가락 수호대를 결성하게 되고, 은혁이의 사연을 예서에게 전해 듣고 기사로 내 주는 기자 누나, 교통경찰로 오해했던 형사 아저씨까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인물들도 등장하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헤쳐 나가는 과정 중에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바라보는 5학년 친구들의 대화와 행동들이 결코 어려 보이지 않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나도 함께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은혁이 또한 아빠 못지않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였다. 중학교 형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과감하게 뛰어들어가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지만, 대신 부은 얼굴과 눈 주의의 멍을 선물 받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은혁이가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나 또한 성인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 것처럼 은혁이의 모습을 통해 통쾌함을 느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빠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을 찾게 되고, 피의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를 하게 된다.

 

은혁이는 담임 선생님과의 풀지 못한 갈등마저 잘 마무리 짓게 된다. 이 소설에는 자신만의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상처들은 다양하고, 아픈 모습이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 상처들이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다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모습 또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아픔을 느낄 것이다.
선생님과의 갈등을 잘 해결한 그 순간 은혁이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은혁아, 아빠가 깨어나셨다.

거실에는 아직도 엄마의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고, 담임 선생님이 은혁이의 어깨를 꼭 안아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오픈 엔딩으로 밝은 희망과 기쁨을 선물 한 듯하다. 한층 더 성장한 5학년 열두 살 친구들의 고학년 느낌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용기와 의리가 무모함과 오지랖이 되어 버린 세상을 향해 작가는 말한다.

정의를 부탁해!

세상은 내가 아는 것이,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언제든 어디에서든 나를 도와줄 슈퍼팬은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로운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이 함께 하리라 믿고, 다섯 손가락 수호대 다섯 친구들을 열렬히 칭찬하며 서평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