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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의 달인 ㅣ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2
윤해연 지음, 안병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1편 '내 이름을 불러 줘'에 이어 2편 '뽑기의 달인'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뽑기의 달인>은 윤해연 작가님의 단편 6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그림은 안병현 작가님의 작품이 짝을 이룹니다.
책의 구성은 첫 번째 이야기 '엉뚱한 발레리나'를 시작으로 '뽑기의 달인','화해하기 일 분 전','빵빵 터지는 봉만이','비밀 편지','나중에 할게'로 이루어지고, 작가의 말까지 총 128페이지로 구성됩니다.
한 편 한 편 동화의 내용이 20페이지 이내로 길지 않은 스토리에,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부끄러움이 살며시 밀려오는 통에 한 시간만에 휘리릭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재미있고 생각의 여지를 준 내용들이라 다 소개하고 싶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고 부모인 나와 아이의 공감대가 많았던 세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윤아입니다. 윤아가 함께 발레 학원에 다니는 친구 수지를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으로 풀어내려 간 내용으로 수지의 별명은 '엉뚱한 발레리나'입니다. 발레 실력은 뛰어나지만 뚱뚱한 수지는 엉덩이가 뚱뚱한 발레리나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수지는 그 뜻이 아닌 엉뚱하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오히려 그 별명을 맘에 들어 합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바라본 수지는 행복지수가 높은 친구입니다. 남의 시선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를 개의치 않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수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윤아는 여느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수지의 외면적인 모습에 집중하지만, 수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윤아의 실수로 공연 중 넘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지는 윤아에게 사과를 합니다.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사과를 하는 수지를 보며 사실 나의 아들 선우가 오버랩 됐습니다. 늘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들이 처음에는 너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닌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 점이 아들의 최고의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지 또한 자신을 향한 눈총과 시기, 부러움의 시선에 자신감 충만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인정받게 됩니다. 자신의 단점은 자신이 가장 잘 볼 수 있듯이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그 단점을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수지의 강점인 것입니다.
뒷부분에 나오는 수지 가족들을 보고 수지의 행복지수의 궁금증이 해결됐습니다. 가족들의 단단한 지지체계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가 가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혀진 자세였던 것입니다. 윤아가 앞으로 겪게 되는 친구 수지를 통한 경험은 윤아의 마음을 더욱더 넓게 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윤아를 통해 들은 수지의 이야기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어떤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명답은 있는 것처럼 보다 넓은 시선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영찬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영찬이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두 번 연속의 뽑기 1등의 경력은 영찬이를 뽑기의 달인으로 등극시킵니다. 예상치 않았던 행운은 영찬이에게 영원한 행복함을 선물한 듯하지만, 영찬이는 일등을 뽑은 그다음 날부터 아무도 몰래 자신의 행운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수많은 뽑기를 반복합니다. 영찬이가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하며 받은 돈으로 몰래 뽑기를 한 모습을 보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또 본인의 행운 실력을 확인하고픈 영찬이의 마음이 읽게 되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영찬이가 아이들 몰래 수많은 뽑기를 한 걸 친구 수호가 알게 되지만 눈물을 쏟는 영찬이의 모습을 보고 수호는 영찬이의 마음을 이내 읽고 따뜻한 손으로 영찬이의 손을 잡아줍니다.
어린 시절 기대치 않았던 행운이 내 마음 졸이며 힘들게 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추억에 잠겨봅니다. 어린이다운 고민과 생각에 공감대를 이루며 같은 경험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이들 사이에 일순간에 뽑기의 달인으로 주목을 받게 된 영찬이가 본인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다고 다시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는 상황은 다시 새로운 좋은 운으로 다가올 것을 영찬이는 알기에 한층 더 성숙한 영찬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나중에 할게'라는 주인공 아람이의 일기 형식의 이야기로 아람이와 민구의 문자 메시지를 엄마가 보게 되며 이루어지는 사건이 중심을 이룹니다. 아람이의 일기를 읽으며 아람이 엄마와 아람이의 모습이 꼭 저와 우리 집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웃음부터 나게 된 작품입니다. 특히 일기 첫 줄에 기록하는 날씨의 내용이 아람이의 심경을 대변하는 표현이어서 그 부분이 공감이 갔습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어보는 것은 어른의 입장에서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아이의 일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람이의 일기 내용 중 가장 재밌었던 것은 아람이에 대한 가족들의 지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저희 가족 또한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아이가 되어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마음을 앞서갈라치면 아이는 화들짝 놀라 흥분을 하게 되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웃음보가 터지게 됩니다.
아람이의 여섯 편 일기를 통해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세심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었고, 솔직 담백한 아람이의 생각들에 공감하며 함께 흥분하고, 함께 놀라고, 함께 즐거워한 듯합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멋지고 칭찬받는 최고의 어린이들이 아니고, 솔직한 우리 여느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공감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봐 주고 손잡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뼘씩 성장하는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함께 읽고 함께 웃으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 저는 뽑기의 달인 도서를 추천하면서 좋은책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