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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꽤나 묵혀둔 책이 있었더랬다. 길지는 않지만 첫페이지 열었다가 마지막 덮을 때까지 2년의 시간차가 난다.
연탄 같은 깜깜하고 먹먹한 시작에 손길이 꺼렸던 탓도 있고 훨씬 더 알려진 작품들이 너무 진중했던 탓도 있다.
어렵사리 캔,(혹은 훔친) 나른, 이동한, 산 석탄이 shute로 통해 순식간에 난로에 불살라지듯이, 화르락 불사르고 나니
꼭 끝에는 결국 아무 것도 모른다, 몰랐다는 느낌이 새록거려,
숨쉬러 나가다 (한겨레출판, 2011년 절판)을 읽어내려갔다.
(표지가 상당히 우울하다. 하지만 실상 상당히 유쾌하다, 전쟁을 목전에 앞둔 책치고는)
작품순으로는 위건부두 다음이지만 위건 부두의 강경한 목소리가 코믹한 과거찬가와 풍자극이 그렇듯 불운밖에 없을 미래상 속에서 조금씩 스며난다. 그렇지,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희미하게 소설 속에 희석한 차 (작가는 싫어하지만)로 맛있게 우려내는구나 싶었다가 아뿔싸, 종장은 확인도 못한 채 도서관 대출 기한으로 돌려주고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위건부두에서도 언급이 되는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하러 나가보았다. 기조는 비슷하지만, 위건부두 2번째 part 즉 작가의 반자서전 불평 불만, 지금 보면 불충분한 해석으로 불편했던 부분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고, 사실적인 심층적인 보고서인 첫번째 부분에 이르기 전 (조금은 설익은 듯한) 인식과 고찰에 반갑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곡해인지 소문인지 바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끝내고 나니,
다시, coming up for the air
사십 줄의 틀니를 해넣은 영업직 배 나온 아저씨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 점층하는 불행의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었고,
잠시 숨을 돌리며 위건부두로, 로우빈필드로, 파리와 런던으로 과거로, 그리고 현재로 다녀왔노라----그러고 보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위건 부두 표지를 보고 왜 익숙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고 이것도 인연이로구나 샀던 기억이 난다.
저 책들이 주는 현재나, 과거의 저 내 기억은 어디가 먼저인지는 지금 생각하니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