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읽은 흐라발의 책이고, 작가는 1965년에 책을 적었다.
단편집이다.
배경은 프라하와 근교 제철소, 시대는 한국전쟁으로 철 생산에 박차를 가하던 1950년
작가가 자원 노동자로 철공장을 새벽을 가르며 출퇴근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등 여러 실험적 작법을 벗어나 쓴 작품이라고 한다.
단편이라 호흡이 짧지만 여운은 짧지 않다. 같은 이름을 쓰는 인물들이 다른 단편에서
한두어 번 얼굴을 들이미는데 낯색을 바꾸고 다른 춤을 춘다.
번역자가 '영국왕을 모셨네'보다 번역이 어려웠다고 변을 남기는데
부조리극 같던 이야기들이 인상적인 서사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프카 씨가 일인칭으로 책의 처음과 끝을 덮고,
인물들이 방울새모양으로 가시철사 울타리 옆 대문간, 모아놓은
철제 수거하치장 위에서 노래를 한다.
희떠운 시선도 없고, 옛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창백한 거리감도 없고,
만담에 풍자는 적고, 지친 노인의 긴 푸념은 아직 없다.
그래도 어디 하나도 모자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