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경성, 1937
소설가 구보 선생이 천변풍경을 신문에 연재합니다.
전쟁의 기운 탓인지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소나기 피하는 뒷골목아이들처럼 흐지부지, 우왕좌왕거립니다.
1 마드리드 1943/44/45
La Colmena/벌집
셀라의 1950년 작, 54년 검열관 작가와 무척 껄끄러웠을 망명작가가 서문을 쓴 영문판으로 읽었습니다.
죽치고 앉았던 카페에서 굶주려서 실신하고, 밤거리 걷다가 불심에 걸리는 시인을 비롯한 주된 인물 백여 명, 잡다한
인물 3백 여명이 마드리드 거리(구심)을 오고가는 한호흡 길이, 몰입을 방해하며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작중인물의 서술, 사변과 대화의 기나긴 나열이 공간과 시간을 축으로 도는 듯도 하지만
가끔씩 시간을 뒤섞기도 하며 (은근히 내비치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반파된 마드리드가, (물론 나오지는 않습니다) 2차대전에 완전 세계와 차단되어 담배 한 개비에도 눈치로 구걸을 하는 쌀쌀한 늦가을 거리, 고단한 삶, 굶주림, 불안, 부도덕, 타락, 욕심, 도둑질, 고난한 질병에 넋두리를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그런 현실을 한 발 크게 물리고,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저미고 연결해 다른 서구에서 이미 낯설어진 '가난이 죄','리얼리즘' 객관적인 카메라의 시선을 유지합니다. 적어도. 일부는-
2 파리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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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grés/Degrees 1960년 미셸 뷔토르의 작품이고 1961년 영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제목이 '변심'이 더 맞지 않을까 싶은 작품 '변경'에 '정도'라는 제목으로 소개가 되었는데
사실 '촌수' 혹은 '척도'가 더 맞는 말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전에 번역본 읽은 기억이 나는데 못 찾겠습니다)
내용은 2차대전 끝난지 십년, 전쟁의 여파나 불안한 정치는 가을비처럼 아득한 파리 어느 고등학교 11학년 학급 서른한 명과 선생 열한 명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친인척과 지인들의 객관적인 관찰일기를 써서 '나' 피에르 베르니에 선생이 학년 시작한 둘째 주 누보로망의 영원한 주인공, 미래의 "너' 피에르 엘레르 조카에게 들려주겠다는 야심한 계획이 바탕에 깔려 있는 책입니다.
역사-지리학 학교 선생인 나는 우연히 너의 외숙(3촌)인데, 또다른, 내재종숙(오촌)이 라틴-그리스-프랑스어 선생 역시 학급을 가르치게 되어 이런 삼각법에 혹하여 촌수와 파리의 지리적 거리사이의 두고 또 다른 친척 관계의 학생들과 선생들의 우연에 자극을 받아 그들의 촌수 혹은 관계척도에 따라 그 뒤/현재를 '캐기' 시작합니다. 책은 역시나 다층적으로 학습의 내용으로 사이가 뜨고, 인물의 동시적 행동과 촌수로 문장을 연결하며 즉 문장내에서 서사가 바뀌며, 벌집보다 더 자잘하게 부스러지며 진행됩니다.
(스포일러랄 것 없지만 기본구조가 스포일러-)
직접 관찰 일기에 조카까지 공범으로 끌어들여도, 수업하랴, 수업준비하랴, 관찰일기 쓰랴, 연애하랴, 동료교사들의 정보 모으러 다니랴, 조카수업내용까지 따라 잡으라 촌수로 얽힌 사회생활하랴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프로젝트는 요원해 갈팡지팡, 결국 학생 일곱 명, 선생 여덟 명과 그에 따르는 스무 명-서른 여명의 이야기만 겨우 꾸리고-
"확실성 사이 메꿀 수 없는 의심의 요소를 참고 사항을 증폭시켜 자세하게 구체화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명확하게 하느라' 줄창 반복을 하게 되고, 상상의 공간은 커져만 가지만, 둥근 지형을 평면 지도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도법처럼 어려움은 갈수록 늘고 이야기는 흐지부지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에 정보원이자 관찰대상이 충실히 정보를 공급하던 조카가 전면에 나서서, 치환된 나(조카)와 너(외숙)와 그(내재종숙)이야기를 하고,(실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장입니다) 학년을 넘기고 점점 54년의 나로부터 멀어집니다. 이에 다시 내재종숙이 이제껏 그 많은 에피소드 속에서 정작 배제되었던 너(5촌외조카)와 무촌 관계 지리 선생, (결핵인지, 강박장애의 끝판인지) 그만 나자빠져버려 고대그리스어처럼 유적이 되어버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바톤을 이어받아 두 관찰자를 관조하고 틈새를 메우죠.
벌집이 처참한 외면 혹은 도외시 했던 '그' 현실의 단면이 가위질한 작품의 마지막의 긴장을 조인다면,
'촌수'에서는 프로젝트 자체가 현실에 섞여들어 거꾸로 무너뜨리는 절정으로 결말을 맞습니다. 차-안창-지이잉-뚝.
3. 파편화된 소설
그렇게 동시에 다층 서술, 다중인물로 파편화된 작품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1600페이지 짜리 '장크리스토프'처럼 한 인물의 생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설도 있지만 대체로 장편이란 게 여러 인물의 서사에 기대기 마련이긴 해도, 이렇게 서사 자체가 찢어진 작품들, '단편화'지향 장편을 찾아보니 꽤나 되네요.
누가 친철하게 '파편화된 소설'이라는 제목하에 역사적 경향과 단계, 그에 따른 대표작과 차이점들을 나열한 에세이를
발견했습니다. "다성부 음악이라고 해도 불협화음을 지향하는 책, 각자의 가사가 다 다른 방언으로 된 책들" 고맙게도 그 대표작들, 저명한 작가 쉰일곱 편을 추려놓았기에 여기에 한편 나열해봅니다.
또렷한 파편으로 얼기설기 엮지 않는 작품들, 다중 인물이 의식의 흐름을 통해 그라데이션으로 엮은 30-40년대 획기적 작품들, 여러 인물을 대비적으로 그렸으나 막판에 서로 힘을 합치는 M-코믹스와 그래픽노블, 하이퍼텍스트로 인쇄매체서술적구조를 벗어난 작품들은 여기 없고, 파편화라기보다 분절화, 한 가지 단층으로 뚝 절단해 놓은 작품도 들어있고, 주인공은 일정하나 이야기가 연결점 없이 단편적인 경우도 포함되어 있고 진짜 얍삽하게 단편을 잘라붙어 장편으로 뚝딱
재구성한 책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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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은 건, 찬찬히 읽어봐야지요. (한국어는 국내 출판 제목)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Sherwood Anderson
-황금당나귀/변신이야기 아풀레이우스
-the Atrocity exhibition, J.G Ballard
-2666, 로베르토 볼라뇨
-When the killing's done T.G Boyle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레이 브래드베리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레이 브래드베리
-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Stand on Zanzibar John Brunner
-거장과 마르가리타 미하일 불가고프
-the soft machine 윌리엄 버로우즈
-소유 A.S 바이어트
-If on a winter's night a traveler 이탈로 칼비노
-Answered Prayers 트루먼 카포티
-the house of Mango street Sandra Cisneros
-Rayuela(Hopscotch) 훌리오 꼬르따르자르
-House of leaves Mark Z. Danielewski
-the fifty year sword Mark Z. Danielewski
-only revolution Mark Z. Danielewski
-Underworld 돈 드릴로
-발리스 필립 K. 딕
-맨해튼 트랜스퍼 존 더스 패서스
-USA trilogy 존 더스 패서스
-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빨간 집 마크 해던
-Demon Box Ken Kesey
-Gods without Men 하리 쿤즈루
-The wanderer 프리츠 라이버 Fritz Leiber
-황금 공책 도리스 레싱
-Wittgenstein's mistress David Markson
-속죄 Ian McEwan
-클라우드 아틀라스 데이비스 미첼
-창백한 불꽃,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시간여행자의 아내 오드리 니페네커
-At Swim two-birds 플랜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
-Coming through slaughter 마이클 온다치
-영국인 환자 마이클 온다치
-하자르 사전 밀로라드 파비치
-Life : a user's manual 조르쥬 페렉
-Exercises in style 레몽 크노 (Raymond Queneau)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프랑스와 라블레
-불완전한 사람들 톰 래크먼
-Mumbo Jumbo Ismael Reed
-N-W Zadie Smith
-Mulligan Stew Gilbert Sorrentino
-트리스트럼 샌디 (등등) 로렌스 스턴
-올리브 키트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the white Hotel D.M Thomas
-the Mixed man A.E 밴 보그트
-the voyage of the space Beagle A.E 밴 보그트
-고양이 요람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the pale king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트레인스포팅 어빈 웰시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작가들
로버트 쿠버 Robert Coover, 마르크 사포르타 Marc Saporta, 유명한 보르헤스, 미셀 뷔토르 외 누보로망 작가들,
컬럼 매캔, 제발트(이민자들), 니콜 크라우스(그레이트 하우스)- 도 살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