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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ridge (Paperback)
Connell, Evan S / Penguin Classics / 2013년 1월
평점 :
Evan S. Connell 작가가 1969년 작이며,
희한하게 1930년대가 배경이다. 내가 읽은 건 아래 표지로 바뀐 새 책,

사실 표지에서 웃고 있지만, 브리지 씨, 여간해서는 웃지 않고 늘 똑부러지게
한 소리 늘어놓고, 실없는 웃는 사람에게 가차없는 눈초리를 던지는 "꼰대" 전형이다.
내용은 길어봤자 세장, 짧으면 반장의 에피소드들로 웃기기도 하고, 생각거리를 주기도 하는
짧게 치고 들어오는 펀치들이다.
중산층보다는 상류층에 가까운, 늘 일에 치이고, 돈 걱정에, 가족들 대소사를 살뜰히 챙기는,
그렇다고 사사건건 간섭이 아니라, 엄중한 결단이 필요한 경우에만 번복없는 판정을 내리는
오른쪽으로 홱 돈 정치관도 또렷하고, 인간 관계에 맺고 끊는 일 중요하고, 남에게 해끼치지 않는다는 지론 역시 지당하나,
그 시대의 (30년대의) 시대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한 "옹고집쟁이" 시민이다.
글 읽어나가는 일은 무난하다, 재미 있는 일화들이 일화들이라, 책은 쉽게 넘어간다.
작가가 이 알랑한, 속좁은, 편견을 자랑하는 소시민의 삶에 가타부타 끼어드는 일은 없이, 오로지 브리지 씨의
생각만 책은 진행되는데,
그래도 매번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응어리가 지는,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다.
자식들은 하나씩 (소소하지 않은 말썽들을 부리며) 떨어져 나가고, 시대는 40년대로 고비로, 하나씩 억눌렀던, 모른
척 넘겼던 일들이 그렇게 세월의 격랑 속으로 딱 한발자국 앞에서 책은, 멈춘다.
뒤의 해설자 말대로 펜을 놓을 때를 절묘하게 아는 것이다.
이 책은 Mrs. Bridge 인디아 브리지 여사(1959), 그 10년 후에 나온 후편인 셈인데, 브리지 여사는
같은 시기를 두고, 뒷전에서 등장하는 일 별로없는 브리지 씨를 두고 아이들 피우는 말썽에 머리는 앓지만
남에게 폐끼치 않고, 사람 몫하는 아이들 키우는 일에 열심인 아주머니,
점차 이유없이 우는 일 많아지던 중년의 가정주부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시나 무미건조한 어조로,
재미난 에피소드들로 연결이 된다. 사실 브리지 씨 보다 독자층이 10배는 넓고, 이름도 훨씬 많이 났다.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걸음걸이, 웃기면서도 웃지 못할 상황, 끝이 끝이 아닌 책. 좀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