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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특이한 소설을 만났다.
표지의 기괴함,
오랫동안 보고 나면 내 머리속까지 어질어질해지는 표지 바로 뒤의 면지가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 소설 <오즈의 닥터>는 진짜 "뭔가 있는" 소설이었다.
2010년 처음 읽은 책으로 손색이 없었달까.
뭔가 정신이 확 드는, 읽을만한 책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들을 자꾸만 되뇌이게 만드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머리속에서 되살아가는,
언젠간 다시 한번 읽어보리라 맘 먹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오즈의 닥터>는
한 남자와 그가 상담을 받는 닥터 팽이라는 기묘한 인물의 상담으로 시작된다.
상담을 하고 있는 닥터 팽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오글오글 알수 없는 불쾌감이 동반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끌리는 기묘한 닥터 팽과 정상인인 주인공의 대화가 읽기를
멈출 수 없게 했다.
정말, 그랬다.
이상한건 닥터 팽이고, 정상인 건 주인공인 남자라고,
멀끔한 세계사 선생님이 어쩔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이상한 정신과의사와 말도 안되는 상담을 하는 주인공이 정상인거라고
당연히 그렇게 믿으며 읽던 나는 중간쯤을 넘으면서부터 이 기묘한 상황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으아.... 반.전.이.라.니.
매 장마다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던 지독히 불쾌한 느낌의 닥터 팽,
알코올 중독에 약물중독에 시달리다 월미도 앞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아버지,
스포츠 댄스에 빠진 자신을 반대하던 아버지 앞에서 시위하듯 짧은 댄스복을 입고
빗속의 춤을 추었던 누나,
사탕봉지처럼 인생이 비뚤어졌다며 한많은 삶을 살다 폣병으로 죽은 엄마,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망친 수연이와의 사건,
이 모든 것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머릿속에 만져질듯 살아있는데,
갑자기 강타한 반전에 나는 잠시 멍하니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거, 세다.
이 작가 참 재주가 엄청나다. 평범할 수 있는 소재를 살짝살짝 비틀어
누구도 그려내지 못할 스토리로 엮어내는 솜씨라니...
소설이라는 장르에 전문성을 가진 자음과모음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기획했을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의 수상작이니
뭔가 있겠거니 했지만, 그야말로 굉장해!라고 말하게 만드는 재주를, 글맛을
<오즈의 닥터>는, 작가 안보윤은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스토리 자체보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존재,
그 기억들을 정의되는 자신의 한 부분이 진짜인가 허구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
비행기가 이륙할때 가슴이 묵직하게 눌리는 기압을 느낄 때 터져나오는 깊은 숨처럼
읽고나면 꽤나 오랫동안 심호흡을 하게 되는 기묘한 매력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