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조직을 위한 펀 경영 - 개정증보판
박기찬 지음 / 다밋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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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직장생활,

자아실현의 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몸과 마음이 지칠때면

회사 생활이라는게 삶에서 최고의 스트레스의 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회사조직에서 개인의 위치는

단지 열심히 일을 하고 봉급을 받는 '고용된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조직 구성원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하고

경영 자체도 수직적 경영이 아니라 조직원들을 존중하고 즐겁게 함으로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펀경영"이라는 개념은 얼핏 들어보긴 했지만,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다.

맥도널드에서 도입하고 있는 경영방식이라는 정도의 지식뿐이었기 때문인지

<신나는 조직을 위한 펀경영>이라는 제목부터가 무척 흥미로웠다.

 

경영의 일반론이 아닐까했는데

간단히 내 예상을 뒤엎어 버린 이 책은 바로 현장에서 펀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메뉴얼에 가깝다.

 

전반부에서 펀경영에 대한 소개와 도입하고 있는 조직에 대한 언급을 있어서

펀 경영이 무엇인지 전혀 생소한 독자에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이 책은 즐겁게 놀듯이 일할 수 있는 회사 환경과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부분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근본으로 칭찬하는 문화에 대해 강조한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칭찬하는 문화가 약한 우리나라 회사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성과 위주, 실적 위주로 경쟁만 부추기고 거기에서 야기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끊임없이 악순환을 겪는 회사원들에게 정말 새로운 전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실행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소개해줌으로써,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상황과 여건에 맞게 우선 실천해볼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인것 같다.

 

10여 년간 인사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칭찬을 할 것인지, 어떻게 즐거운 직장을 만들 것인지, 펀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본문은 먼저 왜 현대 경영에서 인정과 칭찬, 그리고 펀 경영이 왜 필요한지, 칭찬은 어떤 원칙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다음,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잇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팀장이 팀에 어떤 문화를 심어야 하고,

경쟁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특이한 것은,

펀 경영의 요소에 대해 설명한 뒤 바로 이어지는 실천해보는 코너였는데

아주 상세한 설명과 함께 펀 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어 펀경영에 관심을 갖거나 적용해보고 싶은 관리자와 직원들에게 무척 유용할 것 같다.

 

칭찬의 날 정하기, 최고의 사원 뽑아 포상하기 나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레크리에이션의 진행 방법까지

유쾌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펀 경영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펀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 사례와 이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한국의 직장 문화 안에서도 손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조합된 이 책은

펀 경영에 입문하고 싶거나,

혹은 바로 적용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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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정석
존 맥그라 지음, 권이영 옮김 / 다밋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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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아무래도 <자기계발>이나 <성공 노하우> 등을 정리한

장르의 책을 즐겨 보게된다.

그리 폭넓은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권의 성공 노하우를 말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늘 아쉬웠던 것은

모두다 맞는 이야기인건 분명한데, 정작 나에게 적용하려면 내가 할수 없거나

현실과는 약간의 괴리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외국 저자이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맘인 내게 성공 노하우나 자기 계발은 조금씩 거리가 있어보였다.

 

<성공의 정석>이라는 다소 노골적인 제목의 책을 보았을 때도

기대가 반쯤, 그리고 혹여나 맛볼지도 모르는 2%의 부족함(?)의 상반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표지와

다른 구구절절한 설명없이 간단명료하게 던지는 <성공의 정석>이라는 제목이

왠지 신뢰가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호주에서 크게 성공한 젊은 부동산 사업가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러셀 크로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일화를 밝히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갔던 저자는

사실,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좌절과 무력함을 충분히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전반부는 전교에서 꼴찌를 다투던 그가,

여차저차해서 부동산 사업계로 뛰어들고,

젊은 부동산 중개업자는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편견에 부닥쳐 깨지고, 상심하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 다시 일어나 지금의 사업을 일구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저자의 성공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했던 부분은,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말이 쉽지 밀려드는 절망감과 좌절 앞에서 다시 툭 털고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쉬웠다면 실패하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긍정의 마인드 갖기 라는 부분을

이 책은 아주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서 충분히 습관으로 몸에 익힐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이메일 확인은 한번에 몰아서 하거나, 전화응답도 그때그때 하지말고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번에 정리하라는 내용 등

실무에서 늘 시간 활용 차원에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조언이 되었다.

또 외부에서의 약속을 연이어 잡으라거나,

수면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충분히 몸을 쉬어주는 것이

효율적으로 자기를 관리하고 커리어를 관리하는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알고는 있지만 깨기 힘들었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간단명료하고 정확하게 써내려간 이 책의 내용들이

누군가에게는 또 어디선가 보았던 내용일 수도 있고,

늘 반복되는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로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한단계 한단계 실천해서 성공의 정석을 나의 습관으로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책으로 다가왔다.

 

금방 읽었지만 여러가지 내용들이 뇌리에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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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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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열명중 일고 여덟은 아마 은반위의 여왕, 김연아를 꼽을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사실 김연아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분야의 전성기를 가져온 가녀린 한 소녀, 김연아.
그렇지만 그녀가 가진 파워풀한 매력과 자신감,
그리고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경험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갓 스물의 그녀가 드디어 일을 냈다.
버라이어티 쇼, 다쿠멘터리, 뉴스는 물론이고, CF까지 점령해버린 그녀
김연아가 그녀의 피겨스케이팅 인생을 담은 책을 펴냈다.

책을 내기에는 어린 나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녀의 화려한 무대위  모습 뒤로 드러나지 않은
노력과 열정, 그리고 실패의 순간들까지도
낱낱히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그녀의 강력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푸른 코스튬의 김연아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는 산뜻한 겉띠지 뒤에는
김연아 그녀처럼, 보는 면마다 반짝반짝 다른 빛깔을 내는 특이한 종이로 표지가 꾸며져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볼때 디자인을 신경써 보는 편이라 그런지 늘 표지를 눈여겨 보는데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표지부터 김연아의 책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듯
카멜레온 같은 그녀의 여러 단면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김연아가 우연히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이후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걸어온 길을
김연아가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진솔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재미로 언니와 시작한 피겨 스케이팅, 그녀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코치와
전문 운동선수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뒷바라지 할 결심을 한 당찬 김연아의 엄마,
그리고 새로운 김연아로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오서 코치와 안무가 데이비드와의 만남 등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았던 김연아의 면면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 책은 내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선수로서의 김연아의 모습에서는
경기장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비춰지는 자신감보다 더 강렬한
피겨에 대한 애정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
그리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는 끈기를
그녀가 써내려간 글의 행간 곳곳에 오롯이 베어 있었다.

또 평범한 십대 청소년기를 겪는 한 소녀로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책을 읽는 색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나 열심히 연습만 할 것같은 '독해보이는 김여아' 뒤에 가려진
반항하고 짜증내고 실망하고 도망치기도 하는 솔직한 마음들을 읽다보니
오늘날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뒤로 미루며 살아왔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또 나부터도
그녀의 빛나는 모습, 화려한 조명 아래의 자신만만한 웃음만을 기억하지만
그런 모습이 되기까지 스무해, 성숙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맘껏 어리광부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고스란히 얼음판 위에 내려놓고 피겨만을 사랑하고 피겨를 품었던 한 소녀 김연아를
앞으로도 더 응원하고 더 자랑스럽게 여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
김연아 칠드런이라 불리는 피겨 새싹들을 향해, 또 그들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를 향해
던지는 뼈있는 부탁은 그녀가 감내했던 많은 어려움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에도
다 이룬것 같은 정상의 순간에서도
늘 피겨에 대한 사랑과 겸손을 잊지 않는 작은 거인 김연아,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오늘도 내 맘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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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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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
막 1학년이 된 나에게 아버지는 한질의 위인전집을 선물로 안겨주셨다.
반들반들 윤이나는 양장커버에 멋들어지게 그려진 위인들의 그림과
새책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지에 반해버려서
글씨도 잘 읽지 못하면서 하루에 몇번이고 이 책 저 책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했었다.
한국의 위인과 외국의 위인이 한번호씩 걸러 소개되고 있는 그 위인전집에서
처음부터 내 맘을 꼭 사로잡았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광개토 대왕이었다.

그때부터 책을 곧잘 읽게 되기 시작한때부터 광개토대왕은 왠지 내 마음의 연인같은
존경하는 위인이었다.
그리고 그후 역사시간에 배운 광개토대왕의 업적들은
첫사랑에 빠진 아이처럼 늘 나를 설레게 했던 기억이 난다.

첫 아이의 태명을 담덕이라 지으려했을만큼의 애정때문이었는지
하병무 작가님의 <신비>를 광고로 보고 나서부터 얼른 읽고 싶은 마음에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그리고 읽게 된 광개토 대왕의 이야기 <신비>는
내게 태왕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인간 담덕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해주었다.

줄곧 묻혀진채 변방 어느 조선족 노인의 손에 보관되어 오고 있던 고서.
바로 절두 라는 이름의,
광개토대왕의 심복인 장수가 기록한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우연히 중국여행길에 발견하게 된 작가의 고백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시작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위대한 태왕이라는 이름과 거대한 업적 외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서른 아홉에 홀연히 생을 마감한 위대한 내 민족의 영웅에 대해
더 깊이 알기를 사모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소설임을 알고 있었지만 읽는 내내 이거 사실이 아닐까 라고 종종 생각해버릴만큼
나는 책에 흠뻑 빠져들었다.

적에게는 가장 두렵고 무서운, 무자비하기까지 한 왕이면서도
내 나라 내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깊은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성군으로 그려진 왕.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고,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취할 수 있었던 절대 권력의 소유자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절절하게 한 여인을 향한 연모를 깊이 간직했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왕.

그리고 그런 왕의 주변을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라도 보답하고
그림자처럼 수호했던 충신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매력적이고, 가슴이 뛰고 아름답고 절절하다.

이미 <남자의 향기>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
절절하고도 아름다운(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던 하병무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도
이 책을 선택하는데 망설이지 않게 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시간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마지막 장에서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낸 것임을
명시하고 있는 부분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이 <신비>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아, 그렇지 실제가 아니지, 누군가의 손에서 빚어진 소설이라는 게지... 그렇지...
이런 마음이 너무나 아쉬웠던 건,
그만큼 책에 깊이 몰입되어 가슴뛰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묵직하고 거대하지만
한편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가는 태왕의 그 선선한 뒷모습처럼
오랜동안 마음에 섬세한 일렁임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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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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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짜 특이한 소설을 만났다.
표지의 기괴함,
오랫동안 보고 나면 내 머리속까지 어질어질해지는 표지 바로 뒤의 면지가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 소설 <오즈의 닥터>는 진짜 "뭔가 있는" 소설이었다.
2010년 처음 읽은 책으로 손색이 없었달까.
뭔가 정신이 확 드는, 읽을만한 책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들을 자꾸만 되뇌이게 만드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머리속에서 되살아가는,
언젠간 다시 한번 읽어보리라 맘 먹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오즈의 닥터>는
한 남자와 그가 상담을 받는 닥터 팽이라는 기묘한 인물의 상담으로 시작된다.
상담을 하고 있는 닥터 팽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오글오글 알수 없는 불쾌감이 동반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끌리는 기묘한 닥터 팽과 정상인인 주인공의 대화가 읽기를
멈출 수 없게 했다.

정말, 그랬다.
이상한건 닥터 팽이고, 정상인 건 주인공인 남자라고,
멀끔한 세계사 선생님이 어쩔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이상한 정신과의사와 말도 안되는 상담을 하는 주인공이 정상인거라고
당연히 그렇게 믿으며 읽던 나는 중간쯤을 넘으면서부터 이 기묘한 상황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으아.... 반.전.이.라.니.
매 장마다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던 지독히 불쾌한 느낌의 닥터 팽,
알코올 중독에 약물중독에 시달리다 월미도 앞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아버지,
스포츠 댄스에 빠진 자신을 반대하던 아버지 앞에서 시위하듯 짧은 댄스복을 입고
빗속의 춤을 추었던 누나,
사탕봉지처럼 인생이 비뚤어졌다며 한많은 삶을 살다 폣병으로 죽은 엄마,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망친 수연이와의 사건,
이 모든 것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머릿속에 만져질듯 살아있는데,
갑자기 강타한 반전에 나는 잠시 멍하니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거, 세다.
이 작가 참 재주가 엄청나다. 평범할 수 있는 소재를 살짝살짝 비틀어
누구도 그려내지 못할 스토리로 엮어내는 솜씨라니...

소설이라는 장르에 전문성을 가진 자음과모음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기획했을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의 수상작이니
뭔가 있겠거니 했지만, 그야말로 굉장해!라고 말하게 만드는 재주를, 글맛을
<오즈의 닥터>는, 작가 안보윤은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스토리 자체보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존재,
그 기억들을 정의되는 자신의 한 부분이 진짜인가 허구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
비행기가 이륙할때 가슴이 묵직하게 눌리는 기압을 느낄 때 터져나오는 깊은 숨처럼
읽고나면 꽤나 오랫동안 심호흡을 하게 되는 기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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