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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2009년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열명중 일고 여덟은 아마 은반위의 여왕, 김연아를 꼽을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사실 김연아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분야의 전성기를 가져온 가녀린 한 소녀, 김연아.
그렇지만 그녀가 가진 파워풀한 매력과 자신감,
그리고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경험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갓 스물의 그녀가 드디어 일을 냈다.
버라이어티 쇼, 다쿠멘터리, 뉴스는 물론이고, CF까지 점령해버린 그녀
김연아가 그녀의 피겨스케이팅 인생을 담은 책을 펴냈다.
책을 내기에는 어린 나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녀의 화려한 무대위 모습 뒤로 드러나지 않은
노력과 열정, 그리고 실패의 순간들까지도
낱낱히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그녀의 강력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푸른 코스튬의 김연아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는 산뜻한 겉띠지 뒤에는
김연아 그녀처럼, 보는 면마다 반짝반짝 다른 빛깔을 내는 특이한 종이로 표지가 꾸며져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볼때 디자인을 신경써 보는 편이라 그런지 늘 표지를 눈여겨 보는데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표지부터 김연아의 책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듯
카멜레온 같은 그녀의 여러 단면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김연아가 우연히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이후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걸어온 길을
김연아가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진솔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재미로 언니와 시작한 피겨 스케이팅, 그녀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코치와
전문 운동선수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뒷바라지 할 결심을 한 당찬 김연아의 엄마,
그리고 새로운 김연아로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오서 코치와 안무가 데이비드와의 만남 등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았던 김연아의 면면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 책은 내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선수로서의 김연아의 모습에서는
경기장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비춰지는 자신감보다 더 강렬한
피겨에 대한 애정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
그리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는 끈기를
그녀가 써내려간 글의 행간 곳곳에 오롯이 베어 있었다.
또 평범한 십대 청소년기를 겪는 한 소녀로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책을 읽는 색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나 열심히 연습만 할 것같은 '독해보이는 김여아' 뒤에 가려진
반항하고 짜증내고 실망하고 도망치기도 하는 솔직한 마음들을 읽다보니
오늘날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뒤로 미루며 살아왔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또 나부터도
그녀의 빛나는 모습, 화려한 조명 아래의 자신만만한 웃음만을 기억하지만
그런 모습이 되기까지 스무해, 성숙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맘껏 어리광부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고스란히 얼음판 위에 내려놓고 피겨만을 사랑하고 피겨를 품었던 한 소녀 김연아를
앞으로도 더 응원하고 더 자랑스럽게 여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
김연아 칠드런이라 불리는 피겨 새싹들을 향해, 또 그들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를 향해
던지는 뼈있는 부탁은 그녀가 감내했던 많은 어려움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에도
다 이룬것 같은 정상의 순간에서도
늘 피겨에 대한 사랑과 겸손을 잊지 않는 작은 거인 김연아,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오늘도 내 맘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