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 하늘에 계신 아빠가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롤라 제이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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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파스텔톤의 노란색 배경색에 다소곳하지만 뭔지 모를 결연함이 느껴지는한 소녀. 그리고 그녀 앞으로 모아쥔 두 팔에 안겨있는 초록색 노트. 지나쳐도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되는 표지가 인상적인 <매뉴얼>은 책이 주는 따뜻한 첫 인상만큼 읽고 나서도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책이었다.
꽤 두꺼운데도, 어떤 독자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을 단 몇 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부드럽게 읽히는 스토리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매년 생일마다 루이스에게 주는 아빠 케빈의 조언이 어찌나 그 나이때의 고민과 상황에 꼭 맞는지. 이미 나이를 훌쩍 먹어 서른을 코앞에 두고 선 나도, 그래 그 나이때 나도 그런 상황에 이런 고민을 하곤 했어 하며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어릴때 친구를 어느샌가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의 당혹감,
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을 때의 비참함,
남들보다 잘 나갈때의 치솟아 오르는 우월감과
어느새 역전되어버린 상황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었을 때의 처량함,
생애 첫 중대한 결정을 내려애 할 때의 두려움.
루이스가 자라며 경험했던 감정들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아빠 케빈이 주는 조언들을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루이스인양, 케빈이 마치 내 아빠인양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내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 모습에 가깝기 때문에 케빈처럼 다정다감하게 조언을 해주시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케빈은 서른까지밖에 살수 없고, 이제 다섯살 난 딸과 곧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런 것들은 다 차치하고라도 매뉴얼을 남긴 아버지를 둔 루이스가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남자만이 해줄 수 있는 남자들의 특성을 조언해주는 부분에선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지금이야 가슴떨리는 연애와 둥둥 날아갈것 같은 꿈같은 결혼을 모두 경험한 나이니 그냥 웃고 넘기는 거지만, 만약 한참 사춘기 소녀일때, 혹은 스무살 갓 성인이 되어 이런 조언들을 읽었다면 부끄럽기도 하고, 의외의 커다란 도움이 될 것도 같다.
그렇게 루이스라는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따라 아버지 케빈이 남겨준 매뉴얼이 주는 조언을 따라 물흐르듯 이야기가 전개되다 끝날거라 생각했다. 그걸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재능있는 작가는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어느새 매뉴얼에, 돌아가신 아빠에 지독하게 집착하는 루이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루이스가 누구에게도 마음을 깊이 주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 그 중심에는 어차피 혼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을 깊숙히 숨기려는 방어심리가 있었다. 결국 루이스는 조금씩 그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고,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해피엔딩으로 <매뉴얼>은 끝난다.

<매뉴얼>을 읽으면서 나도 이제 자라나는 내 아이를 위한 인생 조언를 남겨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더 풍성한 매뉴얼을 위해선 아이 아빠의 도움이 꼭 필요하겠지. 루이스가 그랬듯, 인생의 어느 순간 절실히 듣고 싶은 조언들을 애정과 함께 담은 내 아이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줄 생각을 하니, 내가 사는 이 삶을 한 순간도 허투로 살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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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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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얼굴 가득 따뜻한 미소를 띄우게 만드는 말들이 있는데 ‘행복’도 바로 그런 단어중 하나인 것 같다. 행복의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행복을 찾기 위해서’ 애쓰는 것을 보면 행복은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아마 거부할 수 없는 마술같은 힘을 가진 말인가 보다.
그래서 일까. 일생을 ‘행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보고 자칭, 투덜이에 불평꾼이라는 기자출신의 에릭 와이너가 계획한 행복한 나라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단순한 재미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그의 계획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다소 엉뚱하고 무모한 계획일지라도.

만약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래서 그 행복의 이유와 조건을 명백하게 밝히수만 있다면 행복과 불행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 불행에 허덕이는 사람도, 행복을 독점하는 듯 보이는 사람때문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사라지게 될테니까.
내 생각과 동일한 의도는 물론 아니겠지만 에릭의 여행은 시작되었고, 그의 뒤를 좇는 내 마음은 도대체 이 시니컬한 불평꾼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첫 장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으로 가득 부풀어올랐다. 게다가 전세계 저널리스트, 세계 여행가, 심리학자, 명상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작품이라는 글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 나도 이 불평꾼을 따라가다 보면, 책 마지막 장을 덮을때쯤엔 뭔가 해답을, 아니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겠지.

 

에릭 마음대로 선정한 열곳의 나라를 둘러본다는 일은 생각만큼 만만하진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마음대로 생각에너지'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여타의 여행서나 행복에 관한 책들과는 다른 에릭만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했다. <행복의 지도>는 그저 이런 나라는 이렇더라 라는 식의 기행문도 아니고, 이런 현상을 보니 이들이 이 정도 행복한 것 같다는 행복분석서도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읽기 시작할때 예상했던 "이렇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대요"를 가르쳐 주는 명상서도 아니고...(이 대목에서는 약간 당황,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여러 상황속에서 행복에 목말라있던 나였기 때문에 행복해 질 방법을 좀 가르쳐주길 바랐던것 같다.)

뭐라고 한마디로 딱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읽을수록 <행복의 지도>는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같은 곳을 여러번 읽게 되고, 그렇게 읽은 한 장이 끝날때마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깊이 곱씹게 되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루할만하면 터지는 그만의 유머에 책에 머리를 박고 낄낄거리게 된 적도 여러번이다. 곳곳에 묻어나는 방대한 지식의 장도 존경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온전히 그의 것으로 소화해 다시 그만의 글로 풀어내는 그 솜씨란....

가장 멋들어진 부분은 바로 이거였다. 그의 발걸음을 좇아 나도 함께 열곳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맛본 그 수많은 경험들이 책장을 덮고 나서 공중에 흩어져 버리고 만게 아니라 이상하게도 내 뇌속에, 가슴 어딘가에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쩍 들러붙어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자꾸만 되뇌이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상황속에 다시 나의 언어로, 나의 느낌으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로 마술처럼 바뀌어진다는 것.

 

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한 적이 드문것 같다.

그것은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가볍게 위로받고 싶어 부러 심각한 것들을 피하려는 알량한 내 마음때문이었겠지.

<행복의 지도>는 읽는 내내 나의 그런 비겁함을 쿡쿡 꼬집고 들었다.

결국 행복이란 건

마리화나를 멋대로 피울 수 있다거나 합법적으로 성이 개방되는 등의 자유로부터 오는 것도

국왕이 직접 국민들의 행복을 챙기며 정책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교육시킨다고 만들어 지는 것도,

쿠데타같은 나라의 변고에도 끄덕하지 않는 굉장한 낙천주의로부터 비롯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것들은 그저 행복의 조건 중 하나가 될수는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충족된다 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닌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가장 먼저 빈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

읽는 내내, 다 마치고 나면 꼭 해야될것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빈 종이를 펼쳐들고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써내려갔다.

부모님 모두 건강하신것, 하고싶은 일 맘껏할 수 있는 직장, 귀여운 우리 아들, 맘좋은 착한 우리 신랑, 지난주에 새로산 진짜 맘에 드는 컨버스운동화, 커피 한잔의 즐거움, 집 냉장고에 내가 젤로 좋아하는 냉동만두가 가득한 것....

처음 몇줄은 쓰다가 자꾸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서너줄 넘고나자 별 이상하나 이유들까지 생각나면서 점점 기분이 흐뭇해졌다.

 

그래, 행복이란 결국 내 안에 있는 거였다.

내가 행복의 씨앗을 품을수만 있다면 행복의 지도도 나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걷는 길이, 내가 사는 그곳이 행복의 지도의 한 점 한 점이 될테지.

 

한참 들고 다녀 손때 묻은 책을 책장에 꽂으며 새삼 고맙다고 말해본다.

잊고 있었던,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행복의 가치를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에릭이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의 스타일에 중독되고 만것 같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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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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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양한 소설을 읽는 시각이 부족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 최근까지 소설 출간의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바로 거대하게 밀려들어 오는 일본 문학의 물결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일본문학을 잘 모르기도 했을뿐더러, 고등학교 때 정신없이 좋아했던 어떤 선생님의 영향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만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일본문학, 특히 소설에 대한 좁은 시각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요 근래 많은 일본 작가들을 접하면서 일본 소설이 가진 특유의 문체와 스토리 전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줄 모른다는,정말이지 지금 내 상황을 꼭 집어 주는 이 적절한 속담처럼 나도 자꾸만 자꾸만 일본소설에 빠져들어가는 중이다.


<마리아불임 클리닉의 부활>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일본소설을 탐독하던 나에게 무언가 조금 다른, 새로운 종류의 맛을 알게 해준 소설이다. 사실 이전까지 읽은 일본소설은  대충 내게 두어 가지 종류의 맛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티일의 무겁고, 미묘하며 의미심장한 느낌의 축축한 안개같은 맛 하나(물론 그의 에세이는 소설과는 완전 대조적으로 유쾌 발랄 엉뚱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와 무라카미 류의 일부 소설처럼 스릴러와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가 가득한 여러가지 맛이 섞인 톡톡뛰는 상큼발랄한 맛.


그런데 이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은 첫장부터 왠지 만만치가 않았다. 자로잰것 듯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초반부터 눈에 힘을 주게 만든 산부인과 관련 전문 의학용어들은.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땐 꼭꼭 짜여진 치밀한 구조를 보고 있는 것 같았고, 지레 겁을 집어먹은 탓인지 가볍게 읽힐것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장치들이 익숙해질때쯤 되자, 나는 곧 스토리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곰꼼하고 세심한 묘사와 상황에 대한 플롯이 바로 이런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었음을 알았다. 중반 이후부터는 어찌나 속도감있게 읽히는지, 좀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밤새도록 읽다가 출근못하고 그대로 기절할까봐 간신히 책을 떼어냈다. (아침에 눈도 못뜨는 나를 보시던 엄마로부터 출근할 애가 정신나갔다는 한소리를 결국 들어야 했으니... 말다했다)

 
<마리아불임 클리닉의 부활>은 분명 말랑말랑한 재미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겐 다소 어렵다 느껴질 수도 있고, 저자의 통렬한 사회비판적인 시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진실을 바라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점이 바로 이 소설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늘 말랑말랑 모든게 다 잘될거야, 재미만 있으면 그뿐이지.... 라는, 단지 즐기기만을 권하는 소설보다는 나는 다소 불편하지만, 내가 사는 현실에 대해 한번쯤 소설의 이야기를 대입하며 "생각"이란걸 해볼 수 있는 이런 류의 소설이 오히려 생각의 힘을 키우고, 작지만 내 고정관념과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이야기는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한 사건을 모티브로 시작된다. 지방 병원에서 열과 성을 다해 산부인과 업무를 수행하던 한 의사가 만 번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희귀한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고 누구라도 손을 쓸 수 없었을 그 일로 인해 임산부와 아이가 사망하자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는 우울한 뉴스였다. 그 뉴스를 듣고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거라는 번역자의 추측 끝에는 이 소설이 지향하는 메시지가 어떤 느낌이지 대강 짐작하게 했다.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의 소재가 되는 일본의 산부인과 실태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실 일대일로 딱 맞아 떨어지는 유사성은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아본 경이로운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또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건인지를 누구보다도 체험을 통해 절절하게 알고 있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국의 산부인과 의료 현실을 맹렬하다 싶을 정도로 꼬집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이 가고 그 안타까움이 고스란이 내게도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점점 아이를 적게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을 내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부러 아이를 안낳겠다 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생긴 아이를 쉽게 떠나보내기도 한다. 저자는 일본에도 불고 있는 이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하얀 거탑에 갇혀 탁상공론을 일삼는 무능한 행정적 방법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다소 과격한 대리모 출산이라는 장치를 사용한다는 점이 윤리적 논쟁을 가져올 소지가 다분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겁먹으며 시작했던 이 책과의 시간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두가지 선물을 해주었다.

첫째, 지금까지 읽었던 일본소설들과는 또다른 차원의 맛을 느껴주게 했다는 점. 그래서 내 독서의 스펙트럼을 아주 약간일지라도 확장시켜주었다는 점.

둘째, 늘 기쁘게 생각하는 책의 역할이기도 한, 무언가 내게 곰곰히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는 점. 혹 내가 처한 현실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난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꼭 필요한 과정인것 같다.

오랜만에, 쉽진 않지만 다 읽었다고 그냥 덮어두고 싶지만은 않은 그런 소설 하나를 만난것 같다. 꽤 괜찮은 일본 소설 좀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는다면 망설임없이 그 목록중에 꼭 끼워 소개하게 될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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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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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D-1 세계는 그야말로 오바마 열풍이다.

세계최고 권력자라는 미국 대통령을 꿈꿨던 오바마. 그의 도전에 사람들의 첫 반응은 아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될리가 없어 라는 식이었을 것이다. 두어달전쯤이던가 힐러리와 맞붙었던 오바마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때 나의 반응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던 그의 도전은, 이제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은 오바마 그에게 집중조명을 쏘아대고 있다.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해도 미국 차기 대통령과 한국의 연관성은, 정치과 별 관련없는 것처럼 보이는 나같은 보통 시민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나도 자연스레 오바마가 누구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궁금증이 자라나는 사이, 오바마에 대한 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에 대한 예고편이라도 되듯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라는, 역동적인 표지 사진만큼 내 마음을 확 잡아끄는 한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모노톤의 오바마 사진을 배경으로 단정하지만 힘이 넘치는 고딕체로, 마치 그의 당당함과 강렬한 도전정신을 반영하는 듯한 제목을 보면서 내 머리속의 오바마는 열정이 넘치고 지칠줄 모르는 젊은 사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오바마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이 책을 구상했던 만큼 때로는 객관적으로 또 때로는 상황과 오바마에 대한 주관적인 평을 곁들여 써내려간 글은 읽기에 부담없으면서도 오바마에 대해 알고 싶은 나의 욕구를 핵심만 꼭꼭 짚어 채워주었다. 

더욱 즐거웠던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자료를 나열하는 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의 적수(이제 곧 그 자리마저 의미없어 질테지만,)인 맥케인과 비교분석하면서 미대선을 좀더 깊숙히, 그리고 면밀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각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따뜻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자칫하면 인물이야기에 치중하여 지루함을 줄 수도 있는 주제를 균형있게, 그러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는 말로 이끌어가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며 기자생활의 오랜 경력을 적절히 녹여낼줄 아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그의 노하우에 혀를 내둘렀다.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를 읽고나서 나는 오바마에 대해 한가지 오해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그 쟁쟁하다는 힐러리를 꺾고 이제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며 앞으로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그를 나는 당연히 전사의 이미지, 젊은 사자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만난 오바마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를 바탕으로 한 관용과 공감을 모토로 삼고 있는 지극히 겸손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뿌리, 자신에게 물려준 조상들의 유산을 결코 부끄러워 하지 않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픈 자신의 과거를 탓하거나 핑계거리로 삼으며 동정을 얻어내려는 쉬운 길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가 가진 핸디캡을 무기로 내세워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밀의 기술로 바꿀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바로, 정말 헤어날수 없을 것 같던 곳에서 그를 일으켜 역전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힘인것 같다.

 

오바마를 보면서 혹자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거라 전망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는 사실 정치나 외교에 관한한 거의 문외한이라 해도 좋을만큼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될거라는 이유 때문도,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도전정신의 소유자이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애정어린 눈으로 오바마를 바라보는 것은,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지치지 않고 솟아나는 배려와 관용의 정신때문이다. 때로는 한없이 낮아짐을 기쁘게 감수하는 겸손함 때문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을 생각해본다.

좋다 나쁘다 그들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바마처럼 자신을 낮추고, 뿌리를 잊지 않으며 야망을 품었지만 그것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적까지도 사로잡는 마력을 우리의 정치인들도 배웠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이 한권의 책으로 오바마에 대해 이런 저런 평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오바마는, 지금처럼 어려움만 가득한 것 같은 시대에 다시 한번 일어서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멘토가 되리라는 것이다.

바라기는,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어두운 경제 사정에, 나날이 늘어가는 근심거리에, 휘청거리는 한국 상황에,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실업의 산 앞에 절망하고 울부짖고 분노하는 이 땅의 실패자들에게, 그가 했다면 나도 해낼 수 있어 라는 열정을 가슴에 다시 품을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무언가 이뤄놓은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저 낙오한 것만 같았던 내가 다시 해볼테야! 라는 맘을 먹게 된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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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NewYork 가자!
오하영 지음 / 위캔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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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젊은 여행자, 특히 나같이 <섹스앤더시티>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매료된 젊은 여성에게 있어 뉴욕은 이미 마법같은 힘을 지닌 도시다. 가보지도 못했으면서 언젠간 가보리라 몇번이고 결심하고 다짐하게 하는 힘을, 그래서 먹고픈 것 갖고픈 것 참아가며 여행경비 마련을 위한 적금을 붓게 하는 힘을 이 도시 뉴욕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뉴욕을 소개하는 책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빠져들고야 마는 이유도 바로 빅애플 뉴욕이 가진 마력때문일게다.

특별히 내겐 더 깊은 애증(?)의 기억으로 남은 뉴욕. 가고자 했고, 그것때문에 모든걸 걸었지만 결국 가지 못했던 도시인 탓에 내게 있어 뉴욕은 그냥 미국의 거대한 도시 이상의 의미이다.

이런 나에게 <여우야 뉴욕가자>라는 제목은 그냥 두고 지나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늘 뉴욕에 관한 책을 읽을때마다 변함없이 되풀이 되는 기대감을 가지고, 나는 <여우야~>에 그야말로 달.려.들.었.다.

 

책을 읽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판형도 크고, 두께도 한두시간에 읽어낼 얄팍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정확한 이유는 그 모든 페이지를 빡빡하게 채우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여우야, 뉴욕가자>는 패션의 도시, 디자인의 도시, 온갖 브랜드의 집합소인 뉴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쇼핑컬럼니스트로 오랜기간 활동한 저자의 경력덕분인지, 뉴욕의 패션에 관해 나이보다 훨씬 방대하고 자세한 이야기들을 하나가득 풀어놓고 있었다. 패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여행 갔을때 흔히 찾게 되는 뉴욕의 맛집들, 재즈바나 클럽, 센트럴파크나 타임스퀘어, 소호 등의 맨해튼을 중심으로 하는 볼거리, 미술관과 박물관 등의 문화체험 장소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6일 코스로 뉴욕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뉴욕에서 실제 생활하는 그녀의 노하우 아래 시간표까지 짜여져 있는 것은 처음 뉴욕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이 책은 쇼핑과 패션의 중심지로서의 뉴욕을 주로 다루고 있어 명품이든 빈티지든 여행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안내와 지도를 함께 싣고 있다.

 

돈 쓰면서 돈 버는 뉴욕 알짜배기 쇼핑&여행이라는 카피처럼 이 책이 패션과 쇼핑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문화 특히 디자인과 공연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뉴욕의 모습은 많이 다뤄지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개인의 관심사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뉴욕을 이야기할때 디자인과 뮤지컬을 빼놓는 것은 "단팥 빠진 호빵"을 바라보는 정도의 서운함을 넘어선다. 저자가 FIT를 다니고 있고 뉴욕에서 학생신분으로, 컬럼니스트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고군분투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지극히 객관적인 정보들로 가득한 책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책을 읽을 독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겠지만 조금더 사사롭고 영리하고, 때론 좌충우돌하는 모습속에서 진짜 뉴욕의 속살을 맛보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책의 구석구석을 지치지 않고 잘 찾아보고 활용한다면

흔하디 흔해빠진 여행안내서가 갖지 못한 저자만의 영리한 노하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여행준비하며 도대체 어디서 뉴욕의 축제스케줄과 세일기간의 명품구입 노하우와 무료 혹은 도네이션으로 1달러만 내고 들어갈 수 있는 멋진 박물관 미술관 정보를 얻을 수 있겠는가?^^)

특히 패션에 대해 공부를 한다거나 쇼핑호스트, 칼럼니스트를 소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 당장 없더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인것 같다.

분명한건 이 책을 읽고나면 온스타일에서 방송하는 거의 모든 패션관련 프로그램을 섭렵한 것 같은 효과를 얻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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