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 하늘에 계신 아빠가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롤라 제이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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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파스텔톤의 노란색 배경색에 다소곳하지만 뭔지 모를 결연함이 느껴지는한 소녀. 그리고 그녀 앞으로 모아쥔 두 팔에 안겨있는 초록색 노트. 지나쳐도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되는 표지가 인상적인 <매뉴얼>은 책이 주는 따뜻한 첫 인상만큼 읽고 나서도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책이었다.
꽤 두꺼운데도, 어떤 독자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을 단 몇 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부드럽게 읽히는 스토리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매년 생일마다 루이스에게 주는 아빠 케빈의 조언이 어찌나 그 나이때의 고민과 상황에 꼭 맞는지. 이미 나이를 훌쩍 먹어 서른을 코앞에 두고 선 나도, 그래 그 나이때 나도 그런 상황에 이런 고민을 하곤 했어 하며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어릴때 친구를 어느샌가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의 당혹감,
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을 때의 비참함,
남들보다 잘 나갈때의 치솟아 오르는 우월감과
어느새 역전되어버린 상황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었을 때의 처량함,
생애 첫 중대한 결정을 내려애 할 때의 두려움.
루이스가 자라며 경험했던 감정들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아빠 케빈이 주는 조언들을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루이스인양, 케빈이 마치 내 아빠인양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내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 모습에 가깝기 때문에 케빈처럼 다정다감하게 조언을 해주시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케빈은 서른까지밖에 살수 없고, 이제 다섯살 난 딸과 곧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런 것들은 다 차치하고라도 매뉴얼을 남긴 아버지를 둔 루이스가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남자만이 해줄 수 있는 남자들의 특성을 조언해주는 부분에선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지금이야 가슴떨리는 연애와 둥둥 날아갈것 같은 꿈같은 결혼을 모두 경험한 나이니 그냥 웃고 넘기는 거지만, 만약 한참 사춘기 소녀일때, 혹은 스무살 갓 성인이 되어 이런 조언들을 읽었다면 부끄럽기도 하고, 의외의 커다란 도움이 될 것도 같다.
그렇게 루이스라는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따라 아버지 케빈이 남겨준 매뉴얼이 주는 조언을 따라 물흐르듯 이야기가 전개되다 끝날거라 생각했다. 그걸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재능있는 작가는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어느새 매뉴얼에, 돌아가신 아빠에 지독하게 집착하는 루이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루이스가 누구에게도 마음을 깊이 주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 그 중심에는 어차피 혼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을 깊숙히 숨기려는 방어심리가 있었다. 결국 루이스는 조금씩 그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고,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해피엔딩으로 <매뉴얼>은 끝난다.

<매뉴얼>을 읽으면서 나도 이제 자라나는 내 아이를 위한 인생 조언를 남겨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더 풍성한 매뉴얼을 위해선 아이 아빠의 도움이 꼭 필요하겠지. 루이스가 그랬듯, 인생의 어느 순간 절실히 듣고 싶은 조언들을 애정과 함께 담은 내 아이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줄 생각을 하니, 내가 사는 이 삶을 한 순간도 허투로 살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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