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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청춘 - Soulmate in Tokyo
마이큐.목영교.장은석 지음 / 나무수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잘 지내나요 청춘>은 오랜동안 잊고 지내왔던 내 안의 설레임을 다시 찾게 만들어준 책이다. 스물 아홉, 이십대의 끝트머리에서, 왠지 모른 권태감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겨우 몇시간 뿐이었지만 <잘 지냈나요 청춘>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가슴이 두근두근함을 경험할수 있었다. 아마 이제 한 해만 더 지나면 청춘이라는 푸릇푸릇한 이름을 내게 붙이기 민망하다는 기분 때문이었는지, 나름 세상에서 기준으로 정해놓은 것들을 차근차근 잘 밟아 온것 같은 지난 내 이십구년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허무함에 조금씩 심장이 잠겨가고 있던 찰나였다. 하고 싶은 공부 대학에서 잘 마치고,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소신있는 선택이었다고 자부하는 직장도 다니고 있고, 콩알같은 이쁜 아이에 자상한 신랑까지 이 정도면 뭐 괜찮지 하는 삶이 바로 내가 사는 인생이었는데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오는 권태감.
<잘 지내나요 청춘>은 이런 나에게 내가 하고 싶은 꿈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주었다.
각각 그림쟁이, 사진쟁이, 음악쟁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세 청춘들.
그들이 일본이라는 ‘무국적 매력’이 물씬한 곳에서, 때론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론 그곳에 발 붙이고 사는 일상의 시선으로 오롯이 담아낸 일본의 풍경과 거칠고 투박하지만 진솔한 그들의 고백, 그들만의 마음의 소리들은 권태로움에 잠긴 나를 부드럽게 권태의 수면위로 떠오르게 해 준것 같다.
<잘 지내나요 청춘>의 세밀하고 따뜻한 앵글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전형적인 도쿄의 모습에서 살짝 비켜간, 그렇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장소들로 나를 안내한다. 그리고 이 땅의 청춘들이라면 으례하게 되는 고민들, 나에 대해, 내 미래에 대해, 내가 이룬 것들과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들에 관한 꼭 거치고야 마는 질문들, 그리고 거기서 겪는 답답한 상황들을 공감할 수 있는 단어들로 풀어낸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생각이고 그들의 고백지만 나도 깊이 공감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고,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는 따뜻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의 에세이는 일반적인 여행안내서처럼 전형적인 도쿄를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굳이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도쿄의 숨은 속살을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넘쳐나는 일본의 이미지들에 식상함이 목까지 차오른 내겐 다시한번 일본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숨어있는 그곳들, 정말 일본냄새 나는 그곳을 나도 경험해보기 위해서 말이다.
<잘 지내나요 청춘>을 읽으면서 나는 용감하게 홀로 나섰던 일본여행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밟았던 하라주쿠의 뒷골목, 오모테산도를 걷다 더위에 지쳐 들어간 아오야마 뒷길의 어느 카페, 키치조지의 오밀조밀하고 따뜻한 풍경, 일본어 한마디를 제대로 못하는 여행자에게 밝은 웃음으로 힘을 준 어느 일본인 할머니의 미소... 잠시 잊었던,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떠올린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시모키타자와, 역시 일본에 갈때면 늘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그곳 키치조지, 벼룩시장과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요요기, 언제 생각해도 에너지가 솟는 활기찬 시부야, 고즈넉해서 더 매력적인 나카메구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책 옆에 작년에 일본에 갔을때 늘 들고 다니며 단상을 메모했던 다이어리를 꺼내 놓고, 다시 가고 싶은 곳들을 적고 있었다. 다이어리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옮겨적던 나는 문득 그동안 잠겨있던 권태로움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더운 여름 어느날, 난 지금이 이 설레임을 가지고 도쿄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 한결 가벼워진 가방 속에는 두꺼운 여행자용 소개책자가 아니라 바로 이 <잘 지내나요 청춘>을 넣고서 말이다.
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내가 몸담은 이 일상이 즐겁고 소중하다.
다신 걸을 하라주쿠 뒷골목을 떠올리면서 그 꿈을 다시 꾸게 해준 이 책이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