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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깔끔하게 떨어지는 짙은 파랑색 표지와 양장제본에 은색 박이 선명한 <탕나라 사람들>을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특이함이었다. 다양한 질감의 먹선과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주홍, 파랑의 색감이 신선했던 일러스트도 그런 느낌을 갖는데 힘을 보탰다. 거친듯한 그 일러스트는 어릴때 정기구독했던 <샘터>라는 잡지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연재하셨던 정채봉 님의 간결하지만 깊은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책을 한번 쓰윽 훑는 버릇을 가진터라 정독하기 전에 여러장을 넘겨가며 살펴본 <탕나라 사람들>은 제목과 겉모습만큼이나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뺑글이와 똥희라는 두 아이가 우리 몸의 모양을 한 탕나라를 여행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과 이야기들과 질문들은 내가 실제로 살고 있는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과 간결하고 익살스런 그림들, 그리고 짧은 대화체 문장들은 금방 읽을 수 있겠다라는 왠지 간단한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처음 한번은 간단히 금방 읽어내려갔다.
처음 한번 읽으면서는 참 독특한 발상이다 하는 감탄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라는 컨셉이 재밌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다. 우리 몸을 비유해 만든 탕나라의 구석구석을 똥희와 뺑글이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도 꽤 새롭고 유쾌했다.
목욕탕에서 내가 겪은 일들, 내가 했던 일들이 익살스런 그림들과 천진한 목소리의 대화로 쓰여 있는 걸 읽는게 참 재밌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한번 더 찬찬히 봐야겠단 생각에 다시 읽었을땐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허울, 그것을 다 벗어내버리는 목욕탕이라는 곳, 모두가 벌거벗은 채 똑같은 곳, 그리고 내 마음을 때들.
‘생각하는 동화’를 읽었을 때처럼 가벼운듯 재밌는듯 그려낸 일러스트와 아이들의 대화 곳곳에는 일상에 찌든 내 모습을 드러내는 신랄함이 있었고, 내 마음에 켜켜히 쌓여있는 상처와 자존심과 명예욕과 교만을 쓸쓸히 바라보는 연민이 있었고, 그런 나조차도 괜찮다고 씻어내면 되는거라 다독이는 따뜻한 위로가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뒷부분 덧붙여져 있는 작가의 제작 후기는 책을 이해하는데 또다른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몇장의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는 작가의 열정과 노력들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전국의 목욕탕을 돌아보았던 작가의 특이한 여행 컨셉도 그렇지만,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냥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겨두지 않고 삶에 대한 진진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삶을 바라보는 그 진지함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때가 낄때마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내듯, 이 책속의 탕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나면 책장을 덮고 여행을 마칠때쯤엔 어느새 가뿐해진 내 마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