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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 외향적 교회 문화에서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기
애덤 S. 맥휴 지음, 강신덕 옮김 / IVP / 2022년 7월
평점 : 
같은 내향인으로서 반가웠던 책...
0. intro
목사로서, 다년간의 부목사 사역을 통하여 교회 내에서 설교, 성도들과의 대화 및 소그룹인도와 같은 외향적인 기술들을 발전시켜 오며 직분을 감당하고 있지만, 한 명의 성도로서의 나의 모습은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어린시절, 새로 등록한 사람을 예배시간에 인사시키는 것이 싫어서 새가족 등록을 하지 않고 교회에 다녔다. 찬양할 때 흥겨워서 춤추는 법이 절대 없이 박수만 쳤다. 드러나는 역할보다 뒤에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역을 좋아했다. 사람들 사이의 진지한 만남은 좋아하지만 웃고 떠드는 모임을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하였다(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누가 책 제목을 볼까봐 숨겨가면서 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 SNS에서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은 꼭 사야 한다.”고 다짐했고, 나오자마자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였다.
1. 저자 소개
이 책의 저자 애덤 맥휴는 본인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콰이어트(Quiet)’의 저자인 수전 케인의 홈페이지에 많은 글을 기고하고, 그 뒤에 ‘경청’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을 볼 때, 이 사람의 연구의 주제나 활동영역이 내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인 “Introverts in the Church”라는 제목에 비추어 봤을 때, 애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 교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내향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2. 내용
이 책의 본문은 ‘1. 외향적 교회’부터 ‘9. 교회 안의 내향적인 사람들’까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상 크게 세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애덤은 서구 사회의 외향성과 내향성에 관하여 고찰하고, 외향성이 주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회 가운데 내향성 역시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단락에서 애덤은 내향적 영성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주로 사색, 관찰, 관상을 주로 하는 관상적 영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내향인이 내향적 공동체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교회 내에서 지도자가 되기에 유리한 현실 속에서, 내향적인 사람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내향성 본래의 모습으로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 내향적인 사람들의 복음전도 방식은 어떠한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로 깊이와 진정성을 추구하는 내향인들이 자리를 찾고 시대 가운데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나가기를 권면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교회에서도 사역을 하고 있는지라, 교회 내 내향적인 리더의 역할과 전도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읽게 되었다. 미국은 리더란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곳이며, 심지어 “오스왈드 샌더스는 사도 바울을 완전히 외향적 방식으로 기술한다(181쪽)”. 기타 많은 기독교 작가들도 이상적인 리더상으로 외향적인 사람을 꼽았으며, “97%의 학생들이 예수님의 MBTI 가장 앞글자가 'E(외향적)'일 것이라고 예상(34쪽)”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내향인들도 리더가 될 수 있는가?
애덤은 ‘Yes’라고 답한다. 애덤은 외향인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향인들에게) ‘복된 소식’을 들려준다. 개인의 카리스마나 은사에 의한 리더십보다는 노력과 훈련, 팀워크에 의한 리더십이 조명을 받고 있다며, 내향인들을 격려한다. 또한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조나단 에드워즈의 예를 들며 신앙인들을 위로한다.
애덤은 내향적인 목회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외향적인 목회자들보다 적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넓이보다 깊이를 추구하는 성격의 특성상,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의 영향력을 미치기보다 적은 사람에게 깊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역을 제공하는 것보다 사역을 수행하도록 구비하는 일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도 언급한다(나는 사역을 제공하는 것을 사역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구비하는 것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내향인들은 신중한 성격 때문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대신에, 만들어진 일을 운영하고 개선하고 돕는 일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 전도에 있어서, 애덤은 내향인에게 가장 적합한 전도방법은 일대일 맞춤식 전도이며, 영적 지도 스타일을 지니게 된다고 말한다. 내향적 구도자에게는 내향적 목회자가 필요하며, 설교에 있어서 외향적 설교자가 공동체를 위해서 설교한다면, 내향적 설교자는 한 사람을 향해서 설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피드백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3. 느낀 점
이 책을 읽으면서, 내향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내향인으로서의 리더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전도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도 ‘나는 리더 타입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왔었다. 성경의 인물로 치면 ‘바나바’와 같은 사람이 내가 아닐까 생각하며, 바나바를 주제로 교회에서 설교도 했다. 세상이 원하는 바울과 베드로 같은 리더는 될 수 없고 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가 가진 특성을 발휘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공동체와 구성원을 이끌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성격과 기질의 영향으로 상담, 소그룹, 영성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관심 없고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집중하기보다 관심있고 은사와 재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 보기로 하였다.
4. 아쉬운 점
저자는 이 책이 ‘콰이어트의 기독교 버전’으로 보일까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목회자요 사역자의 관점에서 무리하지 않고 잘 쓴 책인 것 같고, 글이 술술 잘 읽힐 정도로 번역도 잘 되었다. 다만 한국판 책 표지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지 못하겠다. 원서의 디자인은 흰색 교회건물을 배치하면서 목가적이고 평온한 느낌을 주는데, 번역본 디자인은 너무나 심오하여 나같이 미적 감각이 탁월하지 않은 사람에게 낯섦을 안겨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인 애덤 맥휴가 목회 사역을 그만둔 것 같다는 점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가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아마존 사이트에서 저자 소개를 찾아보았다. 애덤은 두 달 뒤인 10월11일에 “Blood From a Stone: A Memoir of How Wine Brought Me Back from the Dead(IVP)”을 출간할 예정인데, 책 소개 문구의 앞부분에는 “이렇게 해서 Adam McHugh는 호스피스 군목이자 슬픔 상담가로서의 한 경력을 끝내고(ending of one career) 캘리포니아 산타 이네즈 밸리의 포도나무 사이에서 와인의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전환을 시작합니다.(구글 번역기 사용)”라고 기록되어 있다. 책과 저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착된 관계인데, 목회사역을 내려놓은 분에게 교회 리더십과 전도방법에 대해서 과연 인사이트를 얻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저자에 대한 평가는 두달 뒤 출간되는 책을 읽어본 후에 최종적으로 내려야 할 것 같다.
5. outro
어쨌든 이 책을 만나서 매우 반가웠고, 흥미로웠다. 외향성을 최고의 선으로 추구하는 시대 가운데 내향인으로서 꿋꿋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보며,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내가 가진 특성과 장점으로 구성원을 아름답게 섬겨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