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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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이면서 세계 여러 문학상을 차지한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신작 <어부들>은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수채화로 어부를 그린 커버는 너무 고급스러웠고 암울한 가족사가 끝나고 비로소 한발 내딛는 가족들의 출항을 응원하듯 책의 말미에 내용과 이어져 있었다. 사실 책 속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부>를 굉장히 진취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비극이 일어나고 나서도 새로운 희망을 위해서 여전히 <어부>를 사용한다. <어부>라는 것은 비극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희망과 숙명의 것인 것 같았다.


아프리카 소설은 아마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여서 그랬는지 최근 몸이 많이 피곤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 초반에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우선 글 속에 섞여 있는 이보어(*이보족이 사용하는 언어)가 낯설기도 했고 래퍼 같은 아프리카 고유 명사들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100페이지를 넘어서서야 비로소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이 소설의 가장 특이한 점은 인물과 상황을 동물이나 곤충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 특징이 정말 잘 맞아서 바로 수긍이 가게 만든다. 독수리는 아버지, 이켄나는 비단뱀이었다가 참새가 된다. 보자는 곰팡이, 오벰베는 수색견, 소설을 이끄는 벤은 나방 그런 식이었다. 그 외에도 증오는 거머리, 행복은 올챙이. 마지막으로 동생들은 왜가리로 표현한다.


📖

희망은 올챙이였다.

잡아서 깡통에 담아 집에 가져오지만,

맞는 물에 담가뒀는데도 곧 죽고 마는 것.


많이 문명화 되었지만 여전히 토속신앙이 강한 아프리카에서 저주라는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 주었다. 가족들 간에 깊은 유대가 있었지만 저주를 통해 도미노 쓰러지듯 생기는 가족을 산산조각 내어 버린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증오는 거머리 같았다. 몰래 붙어 있다가 살 속으로 파고드는 떼어내려면 제 살을 떼내어야 하는 그런 존재였다.


가족들의 비극이 연달아 발생하는 스토리를 읽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나마 진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남아 있던 유대감이나 이켄나와 보자의 비극이 있은 후에도 벤자민과 오벰베는 유대가 있었고 오벰베가 집을 떠났을 때에도 형을 살고 돌아온 벤자민과 동생들 간의 유대는 남아 있었다. 증오가 쓸고 간 자리에는 여전히 사랑과 희망이 남아 있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형제 간의 보편적 연대와 가족들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증오에 끝까지 부서지지 않았던 가족을 통해서 가족의 끈끈함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에서는 질병이나 기아 등으로 가족을 쉽게 잃어서 그런 생각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많이 어두운 이야기였다. 남은 사람들의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비극을 통해서 가족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얘기는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섬세한 묘사(사실 너무 섬세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너무 섬세해서..)가 좋았다. 나이지리아의 근대사와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선진 국가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소재여서 신선했지만 또한 조금은 침울해지기도 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희망을 얘기하는 왜가리들 때문에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책을 덮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프리카 소설에 대한 약간의 편견도 날려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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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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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은 한국 과학 문학상 장편 부분 대상을 차지한 소설이다. 꽤 괜찮은 후기들이 많이 보여서 나쁘지 않은 책이구나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표지의 물방 모양이 왠지 알 것 같은 소설이라서 계속 뒤로 미뤄뒀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물방울 속 하늘과 구름이 보였다. 사람의 인지 능력이 참 이기적이구나 싶었다.


김초엽 작가 이후로 한국에서 출간되는 SF소설들에게는 인문학적인 부분이 많아진 것 같다. 스타워즈 같은 SF가 아니라 Science Humanism 느낌이랄까. 스케일과 재미적인 요소보다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아졌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이 붉은색이라면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은 역시 파란색이다. 그것도 파스텔 톤의 파란색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로봇을 통해서 풀어나간다. <태양>만이 조시를 나을 수 있게 굳게 믿었던 클라라처럼 <행복>만이 아픔을 이길 수 있다는 콜리의 생각은 많이 닮아 있다. 로봇의 신념은 고민이 많은 인간의 신념보다 더 강할 것이다. 아니 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들의 장점이면서도 무서운 점이기도 하다.


작품이 처음과 끝을 같은 장면으로 겹치게 만든 것은 인상 깊었다. 연극에서 하나의 막이 끝나는 것 같이 삶이라는 것에 슬레이트를 칠 수는 없겠지만, 로봇이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인간의 삶도 변곡점은 분명히 있을 테니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다.


작품은 말을 달리게 하는 제한된 지능을 가져야 하는 로봇에 잘못 끼워진 학습 칩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콜리>라고 불리는 이 기마 로봇은 마음을 나누는 행위를 학습 나가며 로봇 특유의 눈치없음으로 이뤄진 대화를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돌직구를 던진다. 감추고 싶었던 마음들에 파동이 생기며 숨겨두었던 마음을 이끌어 낸다.


로봇이 던지는 질문은 철학적인 질문이 많았고, 그 질문에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로봇이 때문에 꺼리낌없이 내놓을 수 있었던 얘기들을 통해서 대비하지 못한 감동을 준다. 아픔을 가진 등장인물들 (심지어 로봇과 경주마마저도 온전하지 못한)을 하나로 엮어가는 스토리를 통해서 행복이라는 마음을 심어주는 이야기는 일분일초를 세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을 음미하며 조금은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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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찔끔 스콜라 창작 그림책 53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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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이 찔끔하는 아이의 말 못 할 사정에 대해서 얘기한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찾아 나서는 아이는 세상에는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우리도 오줌 찔끔하는 아이처럼 말 못 할 고민을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거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고 안심이 되며 상대의 소중함마저 느끼게 된다.


  최근에 사람들의 고민을 나누지 못하고 입을 다물게 되면서 우리는 책이나 웹에서 마음을 나눌 것을 찾으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에세이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해질 텐데. 개인들은 점점 더 벽을 쌓고 있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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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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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그림과 간단한 문장에서 풍기는 철학적인 내용이 매력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만약의 세계>는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생각과 후회를 얘기하지만 그것마저도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 다르지 않은 세계이며 내가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한다. 두 세계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두 세계는 나라는 존재로 이어져 있으니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말고 천천히 즐겁게 만들어 가자라는 내용이다.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몫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느끼는 것과 부모가 느끼는 느낌은 분명 다를 거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늘 그렇다. 자신만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힐링이 필요하다면 어린아이들의 책이 어른에게도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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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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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힐링과 자기 위안은 중요시 되고 있다. 직장에서의 승승장구보다 워라벨을 요구하고 있으며 단체 생활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농경 중심이었던 동양의 공동체주의는 어느새 개인주의로 변해왔으며 이것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 되었다.


  고도화되고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현시점에 인간을 대신해서 빅데이터니 AI니 하는 기술들이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를 저술한 제임스 팰런은 책에서 사이코패스로 진화는 인류의 당연한 방향이라고 얘기했다. 이런 빠른 사회에서는 감정에 휘둘리는 종이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작품은 나르시시스트 중에서 병적인 자기애성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잘못된 사회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병적인 나르시시즘을 가진 자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얘기하고 있다. 행복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만들어내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여기저기서 많은 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흩뿌리고 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유나>다. 그리고 모든 사건을 실마리를 간직한 인물은 유나의 딸 <지유>다.  나머지 인물들은 묘하게 엮혀서 있지만 결국 <유나>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이다. <유나>는 어릴 때 엄청나게 엄격한 할머니의 교육과 할아버지의 이중적인 행동으로 통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를 가진 사람이 된다. 자신의 행복을 위협하는 자들은 모두 적이 된다.


  행복은 완벽할 수 없다. 우리는 행복을 하나씩 더해 총량 중에 행복의 비중을 높여 행복의 가능성을 높이려고 한다. 작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행복은 뺄셈이야,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라는 말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던 <유나>의 삶의 가치관이자 세상을 향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들어냄의 마지막은 결국 '무(無)'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나>는 알아챌 수 없었던 것일까 외면했던 것일까.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스산한 묘사보다 자신의 딸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는 엄마에 모습에서 엄마라는 사람의 잔인함이 느껴졌기도 했지만 부모라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의 일반적인 모습과도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는 듯한 <지유>의 반응이 도입부를 더 소름 돋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유>는 행복의 구심점 같은 것이면서 동시에 사건의 모든 불행을 간직한 인물이었다. 엄마의 바람에 완벽하리만큼 반응하면서도 내면의 반항도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요망한 생쥐>라는 것으로 이 반항 심리를 발현시키고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은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법한 스토리였지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어서 그런지 몰입감이 상당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사건의 전개는 도중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깊지 않은 늪과 그 건너의 계곡의 절벽이 있다는 설정은 삶의 질곡을 건너 결국 최후를 맞이하는 <유나>의 삶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늪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 유독 시끄럽게 굴었던 되강오리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더는 울지 않게 되었다.


  절대적인 행복지수가 있다면 세상이 가진 행복의 총량은 일정할지도 모른다. 내가 욕심을 부린 만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뺏어야 한다. <재인>에서 뺏겼다고 생각한 행복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유나>는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갔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개인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행복을 뺏어오는 것이 아닌 세상의 행복의 양을 늘려야 한다. 행복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기 때문이다. 불행한 생각을 행복한 마음으로 치료할 수 있을 정도의 덧셈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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