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9 - 5국 전쟁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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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덕 9권이 정말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10권 완결로 알고 있는데 이제 그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고조선의 신수가 한반도 그 자체를 뜻함을 알아채고 백제와 신라를 도모하기 위해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겨야겠다는 다짐으로 후반부에 등장한다. 장수왕이 천거를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광개토태왕의 의지를 이었던 것인가 싶기도 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광개토태왕의 9번째 이야기는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는 내치와 외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너무 안으로만 돌면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너무 밖으로만 돌면 적이 많아져 결국 소모전에서 패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정을 튼실히 하고 군대를 늘려 가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나라가 커짐에 따라 이웃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그들과의 이해관계를 외교로 풀어가며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위의 탁발규와의 외교를 주로 다뤘던 8권에 이어 9권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왜와 후연이 펼치는 5국 전쟁을 서술하고 있다.

  신라는 고구려를 섬기기로 했지만 한성을 뺏긴 백제와 요동성을 뺏긴 후연 그리고 호시탐탐 내륙을 노리는 왜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 그래서 양동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기에 신라에서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요동의 외성들이 공격받는 것은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광개토태왕은 서두르지 않고 군사를 정비해 후연의 숙군성을 함락시킨다. 마동을 일부러 내어주고 포로 교환을 통해 자연스러운 퇴각과 함께 후연의 장수를 귀화시킬 여지를 남긴다. 일본으로 도피했던 해평의 아들은 5국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나 광개토태왕이 살피고 돌려보내준다. 다시 아버지 해평과 함께 대방 전투에 참여하였지만 다시금 붙잡히고 만다.

  아버지 해평은 지난날을 후회하며 자결하지만 아들은 보살펴 다시 돌려보내려 했지만 한 치의 부끄러움 모른 채 목숨만 구걸하는 해광을 보며 마동이 그를 수장시켜 버린다. 왕의 명령을 어긴 마동은 죽어 마땅하나 충신들의 읍소로 겨우 목숨만은 부지하게 된다. 어진 마음도 좋고 훗날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것도 좋고 되려 아군이 되면 더욱 좋지만 그것이 필요 이상할 때 오히려 내분이 생길 수도 있다. 강했기 때문에 어질 수 있었을까. 쉬운 길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마지막은 태왕의 죽음과 평양으로의 천도 정도만 남았을까. 태왕과 함께한 대장정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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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14호 : 2024.08.20 - #서평단 마케팅의 정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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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 614호는 서평단 마케팅에 대해 얘기한다. 서평단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호기심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 아니었나 싶었다. 아무래도 서평단을 진행하는 입장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장의 규모가 크고 많은 자본들이 움직이는 산업의 경우에는 마케팅에 대한 예산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셀럽 마케팅이나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출판업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큰 시장도 아니고 매년 지속적으로 축소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은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일인 출판사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마케팅에 돈을 쓸 수 없는 구조를 가진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마케팅 전략 중에는 <입소문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동네 맛집 소문나듯 그렇게 책도 소문이 나게 된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연일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알음알음 꾸준히 팔리게 되는 것이다. 책 같은 경우에도 셀럽에게 본의 아니게 '픽'된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쇼펜하우어의 갑작스러운 인기도 그렇다). 빌게이츠 휴가 독서 목록은 꾸준히 공유되고, 문재인 대통령 추천 도서는 금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출판 시장 활성화에 셀럽들이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입소문 전략의 정점에 <서평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잡지나 매스컴에 투고되는 전문가 집단의 서평이 아닌 SNS으로 중심으로 한 일반인 혹은 인플루언스 집단의 서평이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 것을 읽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다.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좋다고 한 것들은 대체로 자신에게도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평단 운영에는 다른 마케팅보다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평단에는 큰 책임부여가 어려운 면이 있다. 일명 '먹튀'라는 것은 서평단에도 존재한다. 게다가 내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동등한 입장일 순 있지만, 소위 '내가 써준다'라는 스텐스를 취하는 서평자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적어도 마감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정을 전해줘야 한다. 일정 미준수 시 5배 환불 같은 규정이 있다면 서평단을 맡았을까?

  반대로 서평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너무 깐깐히 서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출판사는 일단 피한다. 책에 자신이 없는 곳이다. 좋은 리뷰가 나갈 수 없으니 서로 좋을 것이 없다. 안 좋다고 리뷰하면 화를 내거나 연락 두절이 되는 곳도 있다. 그러면 그 출판사 책을 일절 구매하지 않는다(내돈내산이라도). 반대로 '힘드셨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얘기해 주면 그다음 서평은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개인적으로 출판사 출판 리스트를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아쉽게도 이렇게 반응해 준 출판사는 한 곳뿐이다. (가디언 출판사 마케터님은 사랑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들이 직접 권하는 서평단은 진행하지 않는다. 자식과 같은 책에 안 좋은 얘기라도 달리면 정말 힘들어하신다. 그래서 서평은 마케터/편집자 분들과만 진행하는 편이다. 서평단 진행이 유료라는 얘기를 들으니 출판사를 제외한 곳에서 제안하는 서평은 더 이상 진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웃소싱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멀듯 가까운 듯 지내던 성모님이 투고 글이었다. 알고 있던 얘기보다 훨씬 많은 솔직한 얘기들이 있어서 놀랐다. 책과 서평단에 대한 놀랄 정도로의 활동에 대한 동기가 궁금했는데 이해가 되었다. 더 많은 분들이 서평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번씩 신청하고 있다(내 책도 한참을 밀려 있기도 하고).

  서평단은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좋은 기회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돈 주고 읽을 만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살짝 있기에 서평단으로 받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좋은 책을 썼을 것 같은 작가들의 책은 서평단 도서로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3년 넘게 서평단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고 서평단에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 이 부분이다.

  잘 팔릴 것 같은 좋은 책은 서평단 도서로 나오지 않는다.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부분이겠지만 서로를 믿고 믿음에 보답하고(먹튀 하지 말자 제발..) 그런 시너지가 나오면 서로 더 좋은 기회가 많지 않을까 싶었다. 여전히 좋은 책이 나오는지 둘러보는 재미는 마치 보물 찾기와 다르지 않아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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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나의 힘 - 생각의 힘을 길러 주는 논리 학습의 결정판
최훈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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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책은 아이들 때문에 종종 사서 보는 출판사지만 이렇게까지 두꺼운 책이 존재할지 몰랐다. 요즘 같이 무논리가 판치는 세상에 논리 있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는다. 해리 G.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무논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얘기해 줬다. 논리적으로는 대응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개소리. 하지만 우리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지성인이 되는 길이 아닐까.

  논리라는 어려운 말을 재미난 예제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이 책은 우리 학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과 화술/말하기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상대를 빠져들게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그리고 정치적인 메시지에서 그런 것들을 알 수 있다. 논리적인 발언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을 더욱 많이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유나 근거를 묻는다면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는 주장이 있고 근거가 있다. '그냥'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 사회에서 토론과 논쟁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 논증이라고 하는 것이 자칫 다툼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 쉽지만 논증이란 서로의 논리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어 가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적으로 이기고 지는 게임에 심취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논증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자유로운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는 지식이라기보다는 기술에 가깝다. 다른 사람의 말에서 주장과 근거를 나누어 내고 그것이 정말 타당한지를 살피는 작업이다. 전제는 타당한지 서로의 연관성은 합리적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상대의 논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그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논증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렵지 않고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얘기한다. 이 어렵고 두꺼운 책이 왜 청소년 도서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래된 책이라 예제가 오래되었을 법한데, 이번 개정판에서 그런 예제도 최근에 맞게 수정되었다고 한다.

  좋은 논증과 논증이 아닌 것을 구분해 내는 것부터 훈련은 시작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연역과 귀납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릎을 탁하고 쳤다. 연역은 전체가 참이면 결과가 무조건 참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귀납은 결과가 참이어도 전제가 참일 가능성이 아주 높을 뿐이라는 점의 차이라는 해석이었다. 

  그 외에도 논증에 대한 여러 오류를 설명하고 있다. 권위에 대한 호소, 거짓 딜레마, 논점 일탈, 대중에의 호소, 허수아비 공격 등등 여러 가지를 설명한다. 어느 책 같은 경우는 논리적 오류를 50가지가 넘게 분류해 놓았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오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전문가들이 해내면 될 일이고 우리는 일상에서 논리적이지 않은 것을 캐치해 내면 될 뿐인 것이다.

  미인은 잠꾸러기, 콘푸로스트의 호랑이 기운, 너는 몇 살이야? 같은 비논리의 예제는 친근하면서도 재밌다. 여성부나 고엽제에 대한 무지나 성급한 일반화 또한 그랬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쉽게 쓰인 책이었다 그럼에도 알맹이는 가득 채웠다. 나 또한 곁에 두고 조금씩 연습해보고 싶은 기분이다. 

  챕터마다 존재하는 숙제는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아직 하진 않았지만 시간을 두고 하나씩 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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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스크립트 + 리액트 디자인 패턴 -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의 최신 패턴과 렌더링, 성능 패턴까지
애디 오스마니 지음, 윤창식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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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를 대부분 다루기 때문에 GOF 디자인 패턴 책을 보곤 했다. 뒤에 자바 관련 디자인 패턴 책을 살펴봤는데 언어만 다르고 코드는 비슷했다. 그 뒤로 파이썬 디자인 패턴도 대부분 비슷했다. 물론 언어에 따라 유리한 것이 있고 조금은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에 대한 디자인 패턴을 다룬다.

  무엇이든 반복적인 작업을 하려면 이미 검증된 구조와 가장 쉬운 방법론을 찾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작업을 통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비단 컴퓨터 언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 경영도 자기 계발도 그런 방법론은 존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디자인 패턴이라는 것도 건축에서 유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책 제목은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의 디자인 패턴을 얘기하고 있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다자인 패턴이라는 것은 코드를 넘어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 같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바스크립트나 리액트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책 초입에는 디자인 패턴에 대한 역사에 대해 얘기한다. 패턴이라는 건 반복되는 문제와 주제에 적용할 수 있는 재사용 가능한 템플릿을 의미한다. 디자인 패턴이 개발자에게 유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검증된 방법론이며 재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발자의 알아보기 쉽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디자인 패턴을 공부한 사람끼리는 쉽게 소통도 가능하다는 추가적인 장점도 존재한다.

  좋은 패턴이 되려면 정확한 목적이 있고 유용해야 하며 넓은 범위에 걸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패턴이라고 불리기까지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은 패턴성을 검증하지 못한 솔루션이나 알고리즘들을 프로토 패턴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쁜 패턴의 경우는 안티패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패턴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설명과 사용할 수 있는 패턴에 대해 말한다. 같은 형식으로 리액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자바스크립트의 경우는 가끔 써보기도 하지만 리액트의 경우 완전 처음이라 생소했다. 워낙 많은 언어들이 나와서 들어는 봤지만 써 볼 기회는 좀처럼 없는 그런 경우다. 

  자바스크립트의 디자인 패턴은 기존 C++이나 자바와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돋보였다. 사실 자바스크립트를 어떻게 나눠 코딩해야 하나 난감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코딩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리액트의 경우에는 Hooks 패턴이라고 해서 또 새로운 형태의 패턴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 패턴이라는 것은 많이 복잡한 코딩을 하는 백엔드 쪽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렇게 웹 개발 쪽에서 사용하는 것을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적화는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수 배워 간다.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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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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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는 책마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스티븐 핑커 교수의 책들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어렵다는 느낌이 없이 뭔가 풀어써준 느낌이 있다. 유시민 작가는 읽어 나갈 때 막힘이 없는 글이 잘 쓴 글이라고 했었는데 핑커 교수가 약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 같았다. 그런 핑커 교수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어본능> 같은 언어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핑커 교수는 어떤 글쓰기에 대해 얘기할까.

  글쓰기 책이 이렇게 두껍다니.. 그래도 사이언스북스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책을 고려며 간과한 것이 바로 핑커 교수가 언어학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글쓰기 책이지만 영문학 책이면서 언어학 책인 것 같다. 그리고 글쓰기가 아니라 영어 글쓰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부제목을 꼭 봐야 한다!). 그가 영어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수많은 예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영어 문법에 영어 문법책을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언어학자답게 언어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 그래서 언어 파괴라며 핏대 세우며, '요즘 것들에 대한 불평'을 거두고 본질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대부분 영어 문장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중학교 이후로 영어와 별거 중). 언어는 필요에 따라 쉼 없이 바뀌고 있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일생동안 그런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그들을 대신해 또 그 작업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문법이라는 것 또한 변형을 만들어 가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철학적 문장가들은 그런 것들을 교묘하게 활용해 난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생뚱맞게 붙는 부사 같은 걸로 전혀 다른 철학적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저자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자기 내면의 열정과 즐거움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마치 독자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쓰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있는 것처럼 쓴다.

  고전적 스타일의 작가는 글로 써 내려가기 전부터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 위함인 것이다. 저자와 독자는 동등한 입장이며 저자는 독자가 자신이 보여주기만 하면 다 알아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작가와 독자는 대화 형태가 된다.

  반대로 지식의 저주는 독자가 저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이것은 훌륭한 사람들이 나쁜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독자의 입장이 되어 노력해 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차라리 자신이 목표로 하는 독자층과 비슷한 지인에게 글을 읽게 하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지식의 저주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왜냐면 쉬운 말을 쓰면 풋내기, 애송이 같은 느낌을 동료에게 보이는 것이고, 전문용어를 일일이 풀어쓴다면 오히려 독자를 무시한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뻔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가르치려 드는 작가의 이미지보다 독자를 헷갈리게 할지언정 주제에 통달한 작가라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편집자가 필요한 것일지도.

  문장을 짧게 써야 하는 것은 많은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것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다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미덕이 있다. 작가가 문장에 단어 하나를 더할 때마다 독자에게는 인지적 과제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문장들은 주제를 먼저 제시하면 독자에게 더 선명하게 다가갈 수 있다. 

  말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듬은 글 쓸 때에도 유용하다. 그것은 문장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중얼중얼 읽어 보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자신의 문장이 낯설어질 만큼의 시간이 지난 뒤 읽어보면 잘못된 지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문장의 부호를 사용하면 독자가 글을 읽을 때 잘못 해석할 여지를 줄여 줄 수 있다.  단락 구분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적 책갈피와 같다. 독자는 잠시 쉬며 그동안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고, 다시 읽기 시작할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 중립성 때문에 he나 she 대신에 they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때 they는 단수가 된다. 단수형 they는 셰익스피어도 최소 네 번을 사용했고 제인 오스틴의 경우 87번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단수형 they는 단순히 성 중립적 의미를 넘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법적으로는 단수지만 심리적으로 복수인 경우다. 우리나라 영어 시험이라면 바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용법이지만 뉘앙스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 책은 철저하게 영어 글쓰기에 대한 얘기지만 글 쓰는 기본적인 마인드에 대해서도 나열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일반적인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논문이나 학술서적 같은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 나아가 영문 글쓰기를 한다면 더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글쓰기 책이었지만 어원을 분석하고 고전적은 문법과 현대적인 활용들을 나열한다.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감성적인 설명이 아니라 학자다운 설명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언어가 파괴되고 신조어가 넘쳐난다. 그것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글 쓰는 것은 언제가 어려운 문제다. 단지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제대로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상상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쓰기의 규칙 보다 문장과 문장을 매끄럽게 이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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