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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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에는 <우리들>, <1984> 그리고 이 책이 있다. 세 작품이지만 이 책과 <1984>는 자주 비교가 된다. 비슷한 메시지를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4가 억압과 기만을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 작품은 쾌락을 사용한다. 전체주의라는 정의라는 것이 꼭 빅브라더 아래서 강제되는 삶만을 얘기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유토피아 또한 디스토피아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독재와 사회주의는 모두 전체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만 존재하는 세상은 지옥이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소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작품 속 영국은 소마라는 약물로 안정을 최우선하는 사회다. 모든 것은 변하지 않으며 계급별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모두의 소유여야 한다. 인간 그 자체마저도 말이다. 인간은 최대한 비슷해야 하기에 많은 쌍둥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한다. 생명 과학은 계급 별로 그 모습을 다르게 만들 수 있고 정신 교육은 그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변화가 업는 사람. 결핍과 분노가 지워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마치 유전자 재배열이 가능할 머지않은 세상을 덮칠 사상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거대한 시스템의 한 축이 되어 조금도 벗어나지 않도록 삶을 유지하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등장인물이다. 문명화된 세계에 야만인 존을 데리고 오는 자의 이름은 사회주의 철학자 '마르크스' , 이 세계를 조율하는 관리자는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스타파,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파고드는 이는 감각 생리학의 창시자 헬름홀츠, 가장 육감적인 여성으로 등장하는 레니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생각나게 한다. 야만인의 이름으로 존, 문명에서 내쳐진 여성의 이름이 린다 인 것은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게 행복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무스타파와 존의 대화를 살펴보면 그런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식량 걱정도 일에 대한 걱정도 완벽하게 사라지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을 줄인다는 것은 여가에 대한 새로운 걱정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일에 빠져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어쩌면 행복은 콩국수에 들어가는 작은 스푼의 소금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빛과 어둠.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앞뒤와 같아서 어느 한쪽이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행복은 어느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변화량이다.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이 있는 것이다. 끝없이 넓은 평지를 걷는 것만큼 지겨운 것도 없다. 유토피아라는 것은 어쩌면 예쁜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한낮의 우울>이라는 책을 읽고 비슷한 이야기를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품을 읽는 동안 내가 써보고 싶은 글을 펼쳐놓아 놀랐다. 그리고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라고 많이 배웠다. 작품 자체는 잔잔하지만 그 속에 위트가 있고 묵직한 메시지도 있었다. 그리고 너무 재밌다.

  그리고 군중심리의 무서움과 혁명의 어려움 또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수의 횡포일 수도 있고 정상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꽤나 고전이지만 SF소설 같았고 당시에는 먼 미래의 일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닌 듯 한 디스토피아.

  무수히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근본은 전혀 바뀌지 않는 변화를 변화로 인식하며 그 속에서 쾌락을 좇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투영해 볼 수도 있다. 쾌락적이지 않은 것은 고리타분한 것으로 느끼는 지금의 시대를 관통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왠지 몇 번이고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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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이충녕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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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에는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스콜세이지 감독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평론가들은 그의 철학을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예술 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사랑'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면서 가장 오래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랑에 대한 고민을 책은 하고 있다.

  시대는 변하고 생각은 바뀐다. 그렇다고 사랑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인스턴스 사랑, 환승 연애. 우리는 사랑에 대해 잊어버린 것일까.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것일까. 그런 사소하면서도 다정한 이야기는 클레이하우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랑이 뭐냐고?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시큰해지기도 하는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다가 얼어붙기도 하는 뭐 그런 거? 노래 가사로 표현하자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런 거? 뱃길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거? 한눈에 홀린 듯 빠져 버린 거? 

  그래 사랑은 복잡한 것이고 AI로 학습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껏 사랑을 해온 인류의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 정도니까 말이다. 똑같은 사랑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사랑이라는 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람이 사랑의 공식을 얘기하지만 어쩌다 맞을 뿐이거나 어쩌다 틀린다. 

  인간의 행위 중에 간단한 것은 없다. 모든 행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빠른 답을 원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부딪혀 얻는 답보다 남들의 내어준 답을 더 신뢰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니 예전에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을 거다. 우리가 세상이 빠르게 바뀐다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도깨비방망이를 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이라는 건 공학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만든 것들에는 정확한 쓰임새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확한 목적과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철학적인 인문학적인 것들에도 기술이 붙는다. 그들은 정말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내어 놓는다고 생각하면 오만이다. 수많은 경우 중에 하나의 예를 들어주는 것이다. 응용은 본인의 몫이다.

  '사랑의 기술', '연애의 정석'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 하는 법'은 이제 너무 많아서 평범할 정도다. 

  자본주의 시대, 사람과 사람이기 이전에 손익을 따지는 사랑이 당연해지고 있는 시대. 디지털 시대,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는 시대. 계산적이고 약간은 삭막하고 냉소적이기까지 한 사랑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랑의 모습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가성비를 따지지 않으면 호구라고 놀림받는 시대. 얼리어답터에 열광하는 시대. 정을 주고 오래 쓰는 것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시대에 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 환승 연애처럼 속도에 밀려하는 사랑이 '유사 사랑 행위'인지 사랑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 사랑이 쾌락과 동등해져 버린 세상에서 사랑의 본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

  가장 사소한, 아니 가장 소중한 우리 한가운데를 들여다보는 철학의 시간을 가져 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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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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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남쪽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 인류는 조금씩 이동을 시작해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다. 부의 축적이 시간의 문제라면 아프리카는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여야 하지만 실상은 제3 세계로 분류되는 빈곤 국가다. 고대에 가장 부유하고 강했던 초승달 지역은 분쟁 지역이 되었고 중국의 황허강 유역은 이제야 다시 과거의 영향을 찾으려 한다. 그러는 사이 부는 유럽에서 집중되었고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을까?

  부를 이뤄내기 위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포레스트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부와 권력의 이동에 대한 책들은 많다. 여전히 많은 독자에 사랑받고 있는 <총균쇠>부터 광범히 하게 다루고 있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전쟁과 문명으로 이를 알아보는 <문명과 전쟁>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류의 긴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는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이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류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부와 힘이 흘렀다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부터 시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산업혁명 전후부터 시작을 한다. 그즈음이 인류의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이 왜 유럽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는 다른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얘기한다.

  부는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보통의 견해다. 하지만 부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산업 혁명 시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부는 땅과 농경에 있었다.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곧 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땅을 아무리 많이 차지하고 있더라도 비옥한 땅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해낼 수 없다. 부는 땅의 힘만큼 한정되어 있다. 산업 혁명은 부의 한계를 증가시켰다. 고정되어 있던 땅의 힘과는 달리 인간을 교육하여 공장으로 보내는 일은 투자할수록 높은 생산성을 보장했다. 부의 증가는 <맬서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면서부터 폭발적이었다.

  사실 부라는 것이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류에게 잉여 재산이라는 게 생겨나면서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권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왕은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산은 개인 것이라는 법이 만들어 짐으로서 부라는 것의 폭발적 증가는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대 사회에도 재산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인 합리주의 그리고 자본시장 그리고 운송과 통신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이 부를 이끌었다고 얘기를 하지만 뛰어난 기술도 보호해 주는 법률과 든든한 투자가 없다면 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운송 수단의 발달도 시장이 넓어질수록 부의 확장은 빨라지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예전의 인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행복하냐의 문제는 조금 다른 듯하다. GDP가 50배 이상 성장한 나라들 중에는 행복도가 전혀 성장하지 않은 나라도 많기 때문이다. 수학으로 얘기하 지면 행복은 값이 아니라 기울기이기 때문이다. 삶이 나아지는 정도가 곧 행복이다. 가진 게 많은 지금의 우리가 행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변화가 필요할까? 그래서 진보하면 더 행복해지기 어려워지는 것일까?

  죽은 후에 행복하려고 평생을 일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다루는 책이어서 다른 책들과 중복되는 부분도 많았다. 여러 예를 들며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속에는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특하게 (최근에 많인 책들이 성공에 관해 얘기하는 것과 달리) 행복에 관한 얘기와 불평등에 대해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작가가 신자유주의자인가 싶을 정도로 자유와 자본, 경쟁에 대한 뉘앙스가 많았는데 철학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해외 도서들이 이런 식으로 결말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이 고민이 많음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는 계속 성장할까? 인류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아니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까?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비슷하지만 드라마틱한 면은 조금 부족했다. 대신 여러 질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과학사를 너무 길게 넣어 조금 지루하긴 했다 (과학사 책만 여러 권 읽은 후라). 그런 점을 덜어내고 본다면 부가 기지개를 켜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만약 어느 공동체의 리더라면 숙고해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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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10 -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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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에 흥미를 느낀 딸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건 "셜록"이었다. "셜록은 너무 멋져"라는 감탄사와 함께 셜록이란 책은 죄다 구매했던 것 같다. 소년 셜록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셜록보다 루팡을 좋아하는 나는 딸에 루팡을 존재를 알려줬다. 딸은 루팡이 더 멋진 거 같아라며 곧 루팡에 빠지게 된다. 그 뒤로 여러 루팡 책을 섭렵했다. 특히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 책을 유독 좋아했다. 최근에는 아빠의 루팡 책도 찾아볼 정도다.

  새로운 귀공자의 탄생을 알리는 뤼팽 시리즈는 국일아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뤼팽 + 귀공자는 거부할 수 없는 프리패스 같은 것이다. 책을 집에 가져 보여주자마자 딸은 낚아채듯 책을 가져간다. 그리곤 소파에 누워 그대로 완독해 버린다. "오오, 이건 처음 읽는 스토리인데.. 재밌네" 라며 감탄을 하며 씻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끝까지 읽어 버렸다. 아직 아빠의 루팡 전권을 다 읽지 않은 상태라 띄엄띄엄 스토리를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만이 특히 좋아하는 사건들이 있다.

  한참을 읽더니 "호랑이 이름이 싸이다야 싸이다"라며 깔깔 거린다. 뭔 소린가 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호랑이 이름이 싸이다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칠성 사이다'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박 씨 물어온 제비도 아닌데, 호랑이가 은혜를 갚는다. 아이들 이야기니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루팡이 멋있으면 된다.

  이 책은 총 10권인 듯하다. 그리고 순서가 내가 가진 루팡 전집과 순서가 똑같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함축된 이야기인 듯하다. 루팡이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싸우는 사건이야 말로 마지막 권으로도 적절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축약된 스토리와 큼직 막 한 글자는 쉽게 읽히고 박진감 넘친다. 딸이 아빠 책은 이야기를 쭉 늘려 놓은 것 같아 재미없어라고 얘기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과 어린이 책 사이 정도의 글밥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크기와 자간이 충분히 넓어서 한 장 한 장 읽기에 지겨움이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 삽화도 있어서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도 있다. 멋진 루팡과 아름다운 패트리샤를 보는 것은 읽기를 지속해 나가기에 충분한 듯하다. 

  그럼에도 약간의 걱정은 존재한다. 추리 소설에는 어김없이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은 이런 책을 무서워한다. 총을 쏘고 사람이 다치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에 푹 빠져 있고 '찰리 9세', '셜록', '해리포터'까지 섭렵한 딸에게는 그냥 멋있는 영웅물이다. 잘 생겼는데 성격은 쿨하고 다재다능하니 어찌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명탐정 코난에서도 괴도 키드를 좋아하니 그 취향 어디 가지 않는다.

  추리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사실 셜록, 뤼팽 보다 나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적당한 글밥으로 읽기에도 좋고 재밌으니 여러 번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뤼팽은 충분히 잘 생기고 멋지다. 한 번도 접하지 않았다면 루팡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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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비스트로 - 입문자를 위한 솔티클래식의 음악 편지
원현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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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점심시간. 친구를 따라 음악실에 갔다. 피아노를 쳐다보던 친구는 "한번 쳐볼까?"라며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다. 피아노를 치는 걸 처음 가까이서 봤다. 친구가 너무 멋있었고 캐논은 너무 좋았다. 그 뒤로 나에게 클래식은 곧 캐논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로망스'가 나에게 왔다. '레이크 루이스'를 더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유키쿠라모토는 애정하는 연주가가 되었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바꿀 녀석이 다가오는데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였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에 엮인 스토리를 알면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클래식과 작곡가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노다메>는 정말 탁월했다. 클래식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마 도입부에 치아키가 노다메의 연주를 '비참'이라고 얘기했던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 치아키를 각성시키기 위해 준비된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미네와 노다메의 연주를 '장마' 같다고 얘기했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그리고 지휘자가 된 치아키의 첫 곡 베토벤 교향곡 7번. 치아키 없는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랩소디 블루'. 치아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였던 라흐마니노흐 교향곡 2번. 정말 명곡이면서도 대중적인 곡들이 나를 덮쳤다. (괜히 노다메 후기 같다)

  노다메 유렵 편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악보에는 작곡가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쓰여 있지 않다. 밖으로 나가서 작곡가가 어떤 시대에 어떤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는지를 공부해 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리스트 한수진 님은 체력적으로 4시간 이상 연습할 수 없어서 남은 시간엔 음악학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가들의 레슨을 보면 테크닉에 대한 얘기보다는 분위기, 풍경, 생각에 대한 얘기가 훨씬 많다. 

  그래서 클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곡가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곡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면 곡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꺼운 작곡가 개개인들의 평전이나 서양음악사 같은 책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담백하게 풀어놓은 이런 책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노다메 이후로 베토벤 바이러스, 피아노의 숲, 4월은 너의 거짓말로 이어지는 클래식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제는 클래식을 즐길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앞에서 말했듯 한수진 님의 바이올린에는 특별함이 있다. 정경화 님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초절기교파의 느낌과는 다른 온화함과 따스함 위에 올려진 카리스마가 있다. 최근에는 바이올린리스트 고소현 님의 바이올린도 즐겨 듣는다. 우리나라 임윤찬이나 조성진 님의 피아노도 좋지만 최근에 알게 된 스미노 하야토의 피아노도 좋다. 그리고 클래식은 아니지만 한규희 님의 기타도 좋다(클래식 기타니까 클래식이라 하자).

  하나같이 좋은 곡들이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담겨 있다. 바람둥이도 있고 절절한 로맨티시스트도 있다. 최고의 연주를 QR코드로 남겨두어서 감상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고소현 님의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 Op.25를 듣고 있다. 

  열정적인 바이올린 음색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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