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은 비밀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금성준 지음 / &(앤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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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지를 비밀로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N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였다. 조금은 허술한 사람들이 꿈꾸는 완전 범죄였지만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넥서스 경장 편 작가상 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글은 교도소의 영치품 중에 들어 있던 돈다발에 관한 해프닝을 얘기하고 있다. 영치품이라는 것은 수감자들이 교도소에 들어올 때 맡겨두는 자기 물건 같은 것이다. 수감자 중에 갑자기 생을 마감한 노인이 있었는데 그가 맡겨둔 영치품에는 9억이 들어 있는 캐리어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영치품을 관리하는 봉규와 태규 밖에 없다. 기존 담당자들은 모두 다른 교도소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둘은 이 9억을 나눠 가지기 위해서 행동을 시작한다.


  봉규와 태규가 조금 더 철두철미 했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못했을 것 같다. 봉규의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성격 급한 아내와 백수의 처남 그리고 철부지 처남의 여자 친구가 그랬다. 그래서 봉규와 태규의 계획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 비밀을 지켜 주는 대신 N분의 1로 나눠달라는 뻔뻔한 요구가 거침없다. 그들이 공범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단순한 걸까.


  가볍다면 너무 가벼운 얘기들로 이어져 있다. 치밀한 구성은 보이지 않지만 읽으면서 그렇게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다. 정말 가볍게 읽고 피식하고 한번 웃어주면 될 것 같은 내용이었다. 결말에 감동적인 반전을 노린 것 같았지만 내용이 스토리 전개가 예상 가능하여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최강이 팀장이 지면에 나타나는 빈도에 비해서 매력적인 인물인 것 같다. 


  책을 가볍게 읽고 싶거나 독서량을 늘려가려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책일 것 같다. 단지, 깊은 사색, 웅장한 서사, 치밀한 플롯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 레미제라블에 깊은 감동을 받은 직후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 너무 잔인한 비교인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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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합본 특별판) 민음 클래식 헤리티지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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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은 뮤지컬이 워낙 유명했었는데 최초로 이 단어를 만났을 때에는 <장발장>의 얘기임을 알지 못했다. 그 뒤로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읽어볼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이수은 작가>와 함께 한 줌 강의는 책을 책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혁명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혁명 그리고 빅토르 위고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수은 작가의 강의도 들었지만 <조승연 작가>의 프랑스혁명에 대한 영상도 함께 보며 공부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왜 1932년 6월 봉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프랑스혁명은 1798년부터 1848년까지 산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루이 16세의 처형으로 인해 프랑스는 주위 나라들로부터 일제히 전쟁 선포를 당하기도 하고 나폴레옹이 독재를 하기도 했다. 장발장은 징집되어 전쟁터에서 죽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마다 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혁명은 5번 정도의 큰 혁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에서 비참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일으킨 혁명은 1832년 6월의 폭동이었다. 나머지 혁명들은 상권으로 부를 획득한 '부르주아'들의 주도로 이뤘으며 이들은 왕의 국민이 아닌 세금을 위해 주거하고 계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재산권에 민감했기도 했다. 그래서 부르주아의 지지가 없었던 6월의 폭동은 6일 7일 양일만에 끝난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빅토르 위고였다. 그는 책에서도 이 6월의 폭동을 위대한 반란이라고 집필하고 있기도 하다.

# 그 1832년의 운동은, 그 급속한 폭발과 그 비통한 소멸 속에 그렇게 많은 위대함이 있었으므로 거기에 폭동밖에 보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존경심 없이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책은 크게 두 개의 줄기로 나눠져 간다. 프랑스의 역사에 대한 에피소드와 장발장에 얽힌 소설적 스토리로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읽지 않고 넘겨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이 책을 빠르게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장발장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며 벽돌 책답게 각 인물에 대한 긴 설명이 있다.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이 살아온 삶을 자세히 묘사를 해준다. 가끔은 너무 자세하다 싶을 정도로.. 그래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이해되며 살아보지 않은 세상이었지만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역시 내적 갈등의 묘사이다. 각 인물들이 빠지는 갈등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한다. 장발장이 코제트를 구할 것인지 법정에서 가짜 장발장을 구할 것인지도. 마리우스가 아버지에 대한 고뇌도 코제트에 대한 사랑도. 자베르의 가치관의 혼란도. 마지막에서는 장발장의 행복과 양심에 대한 갈등도 모두 걸작이라 평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았던 부분은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이렇게나 말을 잘하는 것인지 한 번 입을 떼면 한 페이지는 기본으로 떠들고 있다. 나도 이들처럼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잠깐 부럽기도 했다. 2200여 페이지였지만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빅토르 위고는 마지막 몇 장을 위에서 그렇게 긴 지면에 글을 적었는 것 같다. 그의 정성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가슴과 눈가에 일었다. 소설이었지만 역사였고 꽤나 감동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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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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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EBS에서 방영 중인 <포텐 독>이라는 어린이 만화에 <똥 밟았네>라는 노래와 영상이 유행을 타고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똥이라는 소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개그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쓰임이 더 자유로워서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효게쓰 아사미의 <화장실 이야기>는 변을 보는 화장실이 아닌 여러 의미의 화장실에 대해서 적어내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었으며, 피식 웃다가 감동하다가 놀라기까지 했다. 그만큼 다루는 소재의 폭이 넓었다.


  작품은 어린아이가 특공대에 빙의해서 화장실로 침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상관(누나)의 엄호를 받으며 복귀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온 신호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과민성 대장인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별을 보이는 화장실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한 밤 중에 화장실이 가기 너무 무서워 (화장실에 전등이 없어) 가로등 아래 신문지 펴고 하늘을 보며 볼일을 보던 경험도 생각나게 해 주었다.


  화장실은 기능적으로는 변을 보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화장실을 찾기도 하고 현실의 도피처로 화장실을 택하기도 한다. 임신을 확인하는 신성한 작업도 화장실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범죄자에게 쫓겨 마지막에 숨게 되는 곳도 화장실인 경우가 많다. 글의 에피소드를 빌리자면 남편 몰래 먹은 킹크랩을 해치우는 것도 화장실에서 일어나고 슬픔에 못 이겨 마신 술의 대가를 치르는 곳도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우리에게 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때로는 위로받는 화장실의 존재에 대해서 조금은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딱 들어맞는 그림체와 어우러진 이 책은 즐겁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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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글배우 지음 / 강한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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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배우님과의 첫 만남은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회사일로 아내는 육아로 많이 힘들어 있던 상태였다. 책 제목은 나를 이끌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공감과 위로로 함께 했던 책이었다. 그런 글배우님의 신간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를 읽어 보았다.


  <글배우>님의 글은 여전히 좋았지만, 내 상황이 위로가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작가님이 힘들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분명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JTBC <해방 타운>에서 배우 유선님이 동생들에게 전달하는 글에서도 이 책의 글은 인용되기도 했다. 이런 글귀를 소중한 사람을 통해서 듣게 된다면 그 감동은 이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어

지금 보이는 건 결과가 아니라

이 시간 마주한 잠깐의 모습이야.

너는 잘할거야.


--


당신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혼자 다 짊어지기에는

지치고 무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


어느 날 어느 순간에

가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때

그 사람을 꼭 믿어 줘.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될 때는

자신을 꼭 믿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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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옮기는 사람 제안들 37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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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가 어느샌가 이 책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의구심으로 들게 된 이 얇고 작은 책은 13,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지니고 있었다. 속으로 "<개소리에 대하여>도 7,000원인데 이 책은 왜 2배나 비싼 거야"라고 불평부터 늘어놓게 되었다.


  사실 변역가의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해서 구입했으며 당연히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에세이처럼 시작된 글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왔다 갔다 했다. 무슨 얘기인지 도통 모르고 연결되지도 않았다. 단지, 섬으로 번역을 하러 떠난 번역가의 얘기이고 그 섬에는 바나나 농장이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나>라는 번역가는 현실과 번역해야 하는 소설 속의 세상을 넘나들고 있었고 때로는 원작의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끝날 때까지 아니 역자의 해설을 읽기 전까지 소설임을 인지하지 못했고, 교보문고 분류가 <일본 소설 일반>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소설이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형식의 글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읽기가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 언어의 순서대로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단어와 그것을 모국어로 옮겨가는 과정은 번역자의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번역이라는 것은 글자를 그대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번역자는 작가에게 끊임없이 묻고 글의 내용들에 관여하지 않고 싶더라도 자연스럽게 얽혀 들어간다. 번역자에게도 순간순간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단순히 <글을 옮기는 사람> 사람으로 치부될 번역자의 고충을 이 책은 꽤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어렵다. 옮긴이의 설명이 굉장히 긴 것도 그것을 고려했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재밌다. 글 자체가 재밌는 것이 아니라 글의 구성이 너무 신선해서 웃음이 난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도 즐겁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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