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사회문제라고요? - 10대를 위한 음식과 비만 이야기 초록서재 교양문고
박승준 지음 / 초록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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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농경생활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40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체중이 늘어갔다. 식품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인격이라고 치부되던 똥배도 이제는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 되었다.


  개인의 몫이지만 사회적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초록 서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동일 저자의 <비만의 사회학>을 요약한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이며 두꺼운 책이 어려운 성인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 담고 있다. 사실 어린이 도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글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청소년을 위한 도서였다.


  아주 오래전 그려진 미인도를 보면 살짝 갸우뚱해진다. 이 사람이 미녀였다고?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비너스들이 그랬고 양귀비의 초상화 또한 그랬다. 중세 시대의 초상화에는 일부러 후덕하게 보이게 그리는 것이 미덕이었고 뱃살은 인품이며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들은 우량아였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흘러 뚱뚱함은 게으름의 대상이었고 전시에는 전쟁터에서 밥을 축내는 매국노이기도 했다.


  식품산업의 발달은 음식의 획일화를 가져왔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는 소비되었다. 탄산음료는 당 중독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음식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더 많이 팔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본능을 자극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만이 되는 것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문제의 책임은 개인 본인의 것이지만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사회가 환경을 개선해줄 수 있지는 않을까? 실제로 칠레에서는 일정 이상의 열량을 가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경고 표시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많은 나라에서는 정크푸드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좋은 먹거리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다. 유기농 식품이나 좋은 과일과 채소는 비싸다. 가난한 사람들은 쉽고 싸게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취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부유해야 비만일 수 있었다면 이제는 가난하면 비만이게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또한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나며 여러 시설이나 관리에도 돈이 들어간다. 비만은 어느샌가 가난의 질병이 되어간다. 전 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린 사람들이 많은데 또 엄청난 음식들이 버려진다. 식품의 재분배가 절실하다.


  <자유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식품업체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면서 이익을 챙기려 한다. 정부가 쉽사리 규제안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들의 로비의 크기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법안을 상정했다가 실패를 하였다. 그들에게 로비를 받은 혹은 후원을 받은 전문가 집단은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권위가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하지만 개선은 쉽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책은 비만이 늘어나는 이유부터 식습관의 변화, 식품산업의 문제, 먹는 심리 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은 <비만의 사회학>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비만과 식품산업 전반의 상황과 부조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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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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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 유명해지고 싶은 2030 인류학 보고서
정연욱 지음 / 천년의상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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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를 사용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도 자연스레 매스미디어에 열광하게 되었다. TV 속이 아니라 아프리카 TV나 유튜브 속에서 유명인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들을 우리는 인플루언서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인플루언서로의 길.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를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천년의 상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지식 경제로 들어서면서 우리에겐 3가지 자본이 있다. 물질 그 자체, 육체, 정보다. 이들은 인간들 사이에서 미묘한 서열을 나눈다. 자본주의에서 돈 그 자체는 신분을 대변하고 남들보다 예쁘거나 멋진 몸은 그 나름의 지위를 나눈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은 지식 경제에서의 대단히 중요한 권력이기도 하다. SNS에서는 국가나 기업이 하던 권력을 개인에게 내려 주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매스미디어를 바탕으로 소위 <인기>를 밑천으로 그 속에서 경쟁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이제 명실상부한 하나의 직업이다. 아이디만으로 얼마든지 승부할 수 있고 때로는 부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런 인플루언서의 삶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간의 <인정 욕구>는 SNS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코로나19까지 덮친 지금의 시대에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unconnect 된 네트워크를 온라인에서 connect 하고 싶어 한다. 존재의 이유는 모두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 <인정 욕구>는 <인증>으로 표출된다.


  인플루언서를 크게 나눠보면 물질파, 육체파, 정신파로 나눌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자본을 SNS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이 일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투자하고 연구하듯 이들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연구한다. 그 속에서는 매너리즘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쉽게 멈출 수는 없다. 기업이 적자라고 해서 바로 멈출 수 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인플루언서의 삶과 그들의 고민들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MZ세대는 고립된 삶 속에서 언제든지 Connect 할 수 있는 세대이다. 그들은 관계에서 끊어져 본 적이 없지만 외로운 세대다. 그들이 공동체를 느끼는 곳이 SNS가 되고 그 구심점에 인플루언서가 있을 것이다. MZ세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Untact세대에는 모두가 그렇게 될 것이다. SNS에 이런 후기를 올리는 나 자신부터 <인증>을 통한 <인정 욕구>를 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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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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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잔류 인구라면 지구가 멸망하여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잔류 인구는 단 한 명의 노인을 얘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인물로 설정된 <오필리아>는 인생을 달관한 태도, 죽음 앞에서도 무덤덤할 수 있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어느 별에서 외계인을 만난다면 누가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를 하는 것보다 이해를 받는 것이 먼저라는 설정이 돋보이는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래의 어느 쯤이 될지 모를 시대에 인간은 행성을 하나의 공장으로 보는 것 같다. 이주민을 싣고 떠나는 개척 하여 물건을 생산해 내는 컴퍼니는 신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일까? 처음 내려앉은 땅.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터전을 일구기를 40년 <오필리아>는 그렇게 콜로니 3245.12에 지냈다. 하지만 이 행성은 바다 태풍이라는 것이 불어와 홍수가 나기가 일쑤라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콤퍼니는 그렇게 이주민들을 태우고 다른 행성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70이 넘은 노인에게는 오히려 돈을 지불하라 한다. <오필리아>는 숲 속에 숨어 결국 떠나지 않았고 콤파니도 노인 한 명쯤은 이동 중 사망이라는 보고서로 마무리한다. 콤파니의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산력이라는 것은 지금의 지구가 가고 있는 아주 비인간적인 방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혼자 남은 <오필리아>는 자유를 얻는다. 혼자 있을 자유.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자유. 그곳에는 여전기 발전기가 동작했고 많은 음식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유지 보수하는 법을 알았다. 그러는 어느 날 행성의 다른 위치에 또 다른 콤퍼니가 착륙하는 통신을 엿듣게 되는데, 그들은 모두 토착종에게 몰살당했다. 4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명의 확인에 <오필리아>는 두려움이 생겼지만 바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우연히 나타난 그것들에게 비를 피하도록 도와주었다. 피곤은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지 그렇게 외계 생명과 한집에서 잠을 자고 보니 점점 두려움은 이판사판의 마음이 되도록 해 주었다.


그들과 생활하며 그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가르침을 주다 보니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되었고 그들의 중요한 <수호자>가 되었다. 그때 즈음하여 일전의 착륙을 시도하다 죽은 사건을 계기로 외계 생명 연구팀이 도착하게 된다. 그녀는 그들 사이의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고 자칫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태를 잘 마무리해 준다. 인간 새로운 지적 생명체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어느 한 노인의 무료한 듯 한 삶을 조명하며 서서히 글 속으로 안내하는 이 소설은 <오필리아>가 그들을 처음 만난 시점 그리고 외계 생명체 조사팀이 내려왔을 시점에 각각 긴장감과 재미를 준다. 사실 처음 150여 페이지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밋밋한 글이 좋았다. 그리고 그 많은 페이지에 할애한 <오필리아>의 성격은 나머지 250페이지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생명체와 맞닥뜨렸을 때에도 초연할 수 있는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묻고 이해하는 동안에 생긴 마음의 넓이는 새로운 생명체를 맞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히려 소외되어 보이는 인물이었기에 그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내어 보이지도 않았지만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도 그녀에게 <전달자>를 보낸 것이고 그들은 하나의 문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쓸모가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작품은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은 70세 노인의 행성 생존기를 통해서 그 답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ps. 역자님의 대단함은 책 후반부에 여실히 드러난다. 분명 외계어 같은 문장이었을 텐데, 어떻게 찰떡같이 한글식 외계어로 바꾸셨는지 그 노고에 박수 쳐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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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요
김성대 지음 / &(앤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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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쓰는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서정적인 문체와 함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예상하며 책장을 열었지만 SF 같은 요소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럼 이것은 SF소설인가 싶다 보면 너무 현실적인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구 쏟아지는 시적 표현 사실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한 편의 시를 길게 쓴다면 이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은 이 책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줄 곧 나오는 것은 나와 너다. 그리고 지구가 종말로 가고 있는 듯한 많은 현상들을 하나씩 얘기하며 결국엔 소행성 충돌까지 이어진다. 고조되는 위험, 정해진 종말 속에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과연 저자는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반을 넘게 읽을 때까지 책 속 화자가 '지구'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결국 수많은 종말의 신호들을 무시해 왔다. 그러고 끄집어낸 것이 바로 확실한 종말 <소행성 충돌>이었다. 종말론에서 자주 있었던 집단 자살이라던지 구원이라던지의 얘기가 쏟아진다. 작품 속 <너>는 화자의 여자 친구이면서 외계 생명체 이면서 지구가 아닐까 싶었다. 지구가 외계 생명체에 투영되어 인간에게 하는 얘기라고 느꼈다. 인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그렇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너를 잃은 고통이 우주에서 지구를 잃는 것 같은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우주에서는 우리의 이별이 수많은 유사 지구들처럼 그냥 많은 이별 중 하나이지만 지구 안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고 혼란이 생기고 또 슬픈 일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듯했다. 화자의 마음에 종말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마음도 쉽게 되지 않았다. 종말이 되기 전에 돌아오는 <너>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소행성이 지구에서 달로 경로를 튼 것은 <너>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고 그렇게 키스를 하며 비워져 있던 화자의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


  읽는 내도록 시를 읽는 듯한 내적 고통이 있었다. 함축적인 표현 은유와 중의적 표현이 계속 괴롭혔다.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인가 시인가 고민할 정도다. 출판사에서 낯선 소설이라는 게 무슨 얘기인 줄 알겠다. 하지만 과연 대중성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서정적인 제목이 우리가 생각하는 서정적인 소설보다 훨씬 더 <서정 시>에 가까운 표현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듯하다. 시를 음미하는 걸 좋아한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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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우리 멋
조자용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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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우리 멋이 출간한 지 2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판이 출시되었다. 하버드 대학원 출신 건축가이면서 민예 운동가였던 조자용이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어떻게 보면 자서전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 문화를 설명하는 역사서 같기도 했다.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모태를 찾고 싶었던 조자용의 일대기와 우리 민학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이 책은 안그라픽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계속 유럽 역사를 접하게 된다. 과학책을 봐도 신화를 봐도 철학책을 보더라도 필연 유럽 역사과 엮여 있다. 유럽의 역사를 읽다 보면 근대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영국과 미국의 역사로 이어진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수많은 책에는 열강의 역사만 녹아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 오랫동안 정체성을 지켜온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지만, 사대주의가 꽤 많이 깔려 있다. 최근에서야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우리의 것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점에야 말로 이 책의 재조명은 필요할 것 같다.


  우리의 정통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는 조자용의 일생의 과제였다. 심장병이 생겨 더 이상 건축일을 하지 못했을 때에도 첫 딸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에도 그는 주변과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대의가 사사로운 감정을 이겨낸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아마 주저앉은 그 순간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다.


  그는 우리나라 민화와 토속적인 신앙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불교나 다른 여타 종교도 우리의 조상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지만 그 자체로 우리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야말로 순수한 모태를 찾고 싶었던 것이었다. 우리 민족의 해학적 본능은 <토우>에서 발견되었듯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본능이다.


  그 해학적인 문화는 걸인의 모습에서도 기생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 도깨비 등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신령이나 거북, 용에서 찾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나 호랑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가장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나사 하나 빠진 듯 허술한 면도 보여주고 있다. 권선징악을 얘기할 때 왕의 상을 주듯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특유의 허술함으로 상을 내리고 떠난다. 혹부리 영감의 얘기는 그 대표적인 얘기다.


  우리의 문화는 여러 나라에 약탈되기도 했고 전쟁으로 부서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본연의 것을 찾아가는 노력은 일부의 사람들에게서만 이뤄졌다. 도깨비를 쫓고 호랑이를 쫓는 것이 마치 이상한 사람이라는 그릇된 시선을 참아가며 그들이 찾아낸 우리 문화의 흔적들이다. 지금이야 그 중요성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이미 우리의 것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 한류 열풍은 그것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멋을 찾으러 온 손님들에게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 또한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선대로부터 받은 멋을 이방인들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의 멋과 신바람은 이미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바람은 이미 세계로 불어나가고 있다. 이방인이 모태에 대해 궁금해할 때, 우리는 어떤 답을 해줄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도올 선생의 <동경대전>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두꺼운데 2권이나 되었다. 읽어볼 용기는 있지만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조금 더 많은 접근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국이 엄청난 자금과 인원으로 역사의 고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세계의 문화를 왜곡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우리의 모태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다.


ps. 이 책은 글 앞에 페이지가 표기되는데, 이것은 참고 이미지가 있는 페이지니 먼저 이미지를 보고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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