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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1896년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가 뜨거워진다는 것을 증명한 지도 벌써 100년도 넘었다. 하지만 인류는 브레이크는커녕 액셀을 밟았다. 지구는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듯했다. 오존층에 구멍이 나는 등의 환경적 이슈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기업, 정치는 그렇게 내달렸다. 그 사이 절반이 넘는 곤충이 전멸했고 대형 어류 90%가 사라졌다. 태풍은 점점 더 거대해지고 대지는 말라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것은 폭염이다.
기후 변화는 지구의 온도 상승이기에 폭염과 가장 연관될 수 있다. 기후재앙이라는 아리송한 말은 피부에 와닿기가 싶지 않다. 폭염이 일으키는 문제로 기후 위기를 살피는 이 책은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최근 여름에는 40도가 익숙하다. 어릴 적만 해도 40도는 정말 놀랄 숫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더운 날씨가 되었다. 작년 미국과 호주에서 일어났던 산불을 생각해 보면 더운 날씨라는 것이 꽤나 치명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군가의 불장난으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먼저 맞이하는 문제는 바로 폭염이다. 인체는 고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세포는 41도를 넘어서면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열사병이 무서운 이유다.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 폭염을 견딜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은 물을 마셔야 하는지 등의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 오른 신체는 운동선수라고 해도 견딜 수 없다.
폭염 또한 평등하지 못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대부분 선선한 기온을 가진 북반구 선진국들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반반구나 적도 부근 가난한 나라들이 받고 있다. 높은 기온은 이제 낮에 일할 수 없게 되었다. 뜨거운 밤을 힘들게 버텨야 한다. 선풍기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마저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
폭염으로 사망하는 숫자는 한 해 50만 명에 육박한다. 재난은 태풍이나 폭우와 같은 것이 임팩트가 있지만 실제로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바로 폭염이다. 폭염은 야외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양철판 지붕 아랫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
폭염은 식량 불안정을 만든다. 기후의 변화는 식물 생태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식물은 이동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열대를 피해 점점 북상하다 보면 결국 농토도 점점 줄어들고 가격은 비싸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최대 곡창지인 우크라이나의 밀이 막힘으로써 대부분의 선진국은 약간의 가격 상승을 겪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생존의 문제였다. 기온이 점점 높아지게 되면 각 나라의 식량 주권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식량에만 있지 않다. 열대 지역의 확장은 박쥐나 모기처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생물의 개체의 증가를 얘기한다. 더군다나 북극의 동토가 녹음으로서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출몰할 가능성도 생겨났다. 게다가 동토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5배의 효과를 내기에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폭염은 단순히 폭염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하지만 학자들 중 일부는 폭염에도 태풍처럼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기록을 이용하여 경각심과 함께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기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인류는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고 거대 기업의 로비와 정치권의 부패는 대중의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탄소 포집이나 인공 기후와 같은 지구공학적인 접근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것은 인류의 정확한 인식이 아닐까 싶다.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느린 폭력의 첫 번째 펀치라고 할 수 있는 폭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 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