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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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EBS에서 방영 중인 <포텐 독>이라는 어린이 만화에 <똥 밟았네>라는 노래와 영상이 유행을 타고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똥이라는 소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개그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쓰임이 더 자유로워서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효게쓰 아사미의 <화장실 이야기>는 변을 보는 화장실이 아닌 여러 의미의 화장실에 대해서 적어내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었으며, 피식 웃다가 감동하다가 놀라기까지 했다. 그만큼 다루는 소재의 폭이 넓었다.


  작품은 어린아이가 특공대에 빙의해서 화장실로 침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상관(누나)의 엄호를 받으며 복귀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온 신호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과민성 대장인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별을 보이는 화장실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한 밤 중에 화장실이 가기 너무 무서워 (화장실에 전등이 없어) 가로등 아래 신문지 펴고 하늘을 보며 볼일을 보던 경험도 생각나게 해 주었다.


  화장실은 기능적으로는 변을 보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화장실을 찾기도 하고 현실의 도피처로 화장실을 택하기도 한다. 임신을 확인하는 신성한 작업도 화장실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범죄자에게 쫓겨 마지막에 숨게 되는 곳도 화장실인 경우가 많다. 글의 에피소드를 빌리자면 남편 몰래 먹은 킹크랩을 해치우는 것도 화장실에서 일어나고 슬픔에 못 이겨 마신 술의 대가를 치르는 곳도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우리에게 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때로는 위로받는 화장실의 존재에 대해서 조금은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딱 들어맞는 그림체와 어우러진 이 책은 즐겁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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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글배우 지음 / 강한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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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배우님과의 첫 만남은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회사일로 아내는 육아로 많이 힘들어 있던 상태였다. 책 제목은 나를 이끌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공감과 위로로 함께 했던 책이었다. 그런 글배우님의 신간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를 읽어 보았다.


  <글배우>님의 글은 여전히 좋았지만, 내 상황이 위로가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작가님이 힘들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분명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JTBC <해방 타운>에서 배우 유선님이 동생들에게 전달하는 글에서도 이 책의 글은 인용되기도 했다. 이런 글귀를 소중한 사람을 통해서 듣게 된다면 그 감동은 이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어

지금 보이는 건 결과가 아니라

이 시간 마주한 잠깐의 모습이야.

너는 잘할거야.


--


당신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혼자 다 짊어지기에는

지치고 무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


어느 날 어느 순간에

가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때

그 사람을 꼭 믿어 줘.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될 때는

자신을 꼭 믿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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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옮기는 사람 제안들 37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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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가 어느샌가 이 책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의구심으로 들게 된 이 얇고 작은 책은 13,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지니고 있었다. 속으로 "<개소리에 대하여>도 7,000원인데 이 책은 왜 2배나 비싼 거야"라고 불평부터 늘어놓게 되었다.


  사실 변역가의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해서 구입했으며 당연히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에세이처럼 시작된 글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왔다 갔다 했다. 무슨 얘기인지 도통 모르고 연결되지도 않았다. 단지, 섬으로 번역을 하러 떠난 번역가의 얘기이고 그 섬에는 바나나 농장이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나>라는 번역가는 현실과 번역해야 하는 소설 속의 세상을 넘나들고 있었고 때로는 원작의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끝날 때까지 아니 역자의 해설을 읽기 전까지 소설임을 인지하지 못했고, 교보문고 분류가 <일본 소설 일반>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소설이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형식의 글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읽기가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 언어의 순서대로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단어와 그것을 모국어로 옮겨가는 과정은 번역자의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번역이라는 것은 글자를 그대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번역자는 작가에게 끊임없이 묻고 글의 내용들에 관여하지 않고 싶더라도 자연스럽게 얽혀 들어간다. 번역자에게도 순간순간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단순히 <글을 옮기는 사람> 사람으로 치부될 번역자의 고충을 이 책은 꽤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어렵다. 옮긴이의 설명이 굉장히 긴 것도 그것을 고려했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재밌다. 글 자체가 재밌는 것이 아니라 글의 구성이 너무 신선해서 웃음이 난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도 즐겁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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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조현준 지음 / 채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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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페미니즘은 <양성 평등>, <당당한 여성> 이런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었다. 지금의 페미니즘은 그 단어만으로도 질색팔색이 될 정도로 굉장히 성가신 단어가 되어 버렸다. 다르게 얘기하면 <양성 혐오> 정도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페미니즘이 추구하던 가치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데 첫 번째 답을 해줄 이 책을 채륜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페미니즘은 <엠마 왓슨>의 UN 연설 이후로 급격하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먹고살기 바쁜 나는 굉장히 시끄러워졌네 정도만 느꼈을 뿐, 그네들이 만든 전장 위에 서 있지도 않았다. 그동안 수 없이 양산된 양성 비하 단어들은 알아채지도 못했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갈등을 기회로 보고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로 변해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남성들 또한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첫 책으로 가볍게 시작하려 했으나 1장에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정말 명료하게 줄여놓아서 어떤 관점으로 알아 가야 할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참고 문헌 또한 괜찮은 책들도 구성되어 있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서문으로 지금 페미니즘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사회의 페미니즘과 반 세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페미니즘의 기본적 가치는 휴머니즘이고 인본주의다. <남녀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나타내는 페미니즘은 자유와 평등의 인간 보편적인 기본권을 남녀 모두 누리고 살자라는 것이 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1세대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을 2세대 페미니즘은 여성의 역량을 키우고 여성의 처한 현실에 대한 개선에 집중했다. 3세대의 페미니즘은 여성, 남성을 사용하는 그것 자체부터가 차별이라고 인정하고 '다르지만 평등하다'라는 모티브 아래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 갔다. 4세대 페미니즘은 IT 기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속에서 확산되었는데 이런 다양성은 개인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게 되는 '확장 편향성'을 가지고 되었고 더 많은 정보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신념에 갇혀버리게 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은 민주화 운동으로 여성의 참정권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온 여성들로부터 페미니즘은 전파되었으며 여성학 강좌 등이 개설되었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역시 초기에는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페미니즘이 전파되는 도중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군 가산점 폐지>와 <호주제 폐지>였다. 동시에 여성을 위한 정책과 여성들의 정계 진출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은 급격이 동력을 잃어 갔다.


  게다가 IMF의 위력은 페미니즘을 전멸시킬 법한 사건이었다. IMF로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신자유주의로 변해가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된다. 먹고살기 위한 욕망 앞에 다른 모든 욕망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소수자는 밟고 올라가야 하는 대상으로 다시 전락하였다. 급격한 개인주의는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한국의 2세대 페미니즘은 기본의 페미니즘이 현실에서의 여성의 상황을 바꿔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노선을 걷게 된다. <메갈리아>로 대두되는 페미니즘은 '미러링' 전략으로 혐오에는 혐오로 맞대응했다. 그리고 여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자란 남성 세대들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대립은 분명해졌다. 그들은 서로가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의 20세대는 페미니즘을 논하기 전에 생계형 전장에 내몰려 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좋은 직장, 좋은 성취, 자본 혹은 미모 등이 지위를 나타낼 정도가 되었다. 인본주의적인 평등을 논하기에는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차별적 환경에 분노하고 남성들은 또 다른 차별에 내몰려 분노하고 있다. 승자독식 사회는 그렇게 젠더의 차별을 또 다른 방법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페미니즘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를 걷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남성 혐오가 없는 상태에서 페미니즘을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즘이 <양성평등>의 인본주의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지지를 보낼 남성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내 딸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바라는 아버지 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차별 없이 차이를 인정하다는 것이 그 가치라고 했다. 그런 가치라면 인류 모두가 공감할만한 충분한 가치이다. 이런 가치라면 누구라도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전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해와 혐오에서 먼저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아주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역사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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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 역사 - 로빈슨 크루소에서 해리 포터까지, 우리 삶에 스며든 모든 우산 이야기
매리언 랭킨 지음, 이지민 옮김 / 문학수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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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하나의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이면 하나쯤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으로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런 독특한 책을 문학수첩에서 지원해 준 이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사 속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답게 우산이 역사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우산을 소개하면서 흥미롭게 해 주었다.


  우산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의 권위를 뜻하는 물건이었다. 태양으로부터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왕 위로 뻗은 하늘이기도 했다. 우산은 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머리 위를 우산으로 덮었으며, 중국에서는 우주의 상징이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상징하는 여덟 개의 표식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인도에서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우산은 <차별의 징표>였다. 우산은 실용적이지 못했고 여러 장식을 달아 호화스럽게 만든 장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가게에서도 우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선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산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부정적인 시선의 시작은 우산 자체에 있었다.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드레스 코드와 맞추는 등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늘의 의도 즉, 사람을 젖게 만들려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였다는 것이었다. 과학이 아닌 의식주에서도 종교의 탄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모자도 같은 이유로 억압당했다고 하니 우산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산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의 보호라는 근본적인 기능이 우산을 계속 쓰게 만들었고 문학에서도 우산은 보호의 상징이었으며 우산을 쓰지 않은 것은 고난이거나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함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보편화된 우산은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하늘에서는 낙하산을 연상시켰고 바다에서는 돛으로 이어졌다.


  우산은 보호의 기능도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붕 아래 나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우산 속은 세상과 어느 정도의 벽이 만들어진 내 세상이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만 오면 우산을 쓰고 이어폰을 끼고 마냥 걷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가 우거지거나 숲 속에서 비가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좋았다. 


  지금은 너무 저렴한 우산이지만 귀빈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고, 탄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서 예전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지는 못하지만 삶 속에 녹아든 우산의 역사를 읽는다는 재미는 느끼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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