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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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덩치가 힘겨웠는지 지금의 고래는 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래는 아가미로 숨을 쉬지 않는다. 물속에서 살아가려면 아가미가 있는 편이 좋을 텐데, 고래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아가미를 갖지 못했다. 

  생명의 다양함과 오해 없는 자연선택을 설명하기 위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은 포레스트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진화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다윈의 <종의 기원>이다. 생물이라는 것은 무언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닌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만이 번성한다는 것이다. 모든 개체는 자연에게 생존에 대한 압력을 받고 이것을 견뎌낸 개체만이 자연의 선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가장 잘 적응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적자생존'은 한때 '사회 진화론' 혹은 '우생학' 같은 것으로 학문에 이용되기도 했다. 인간의 잘못된 해석 때문이다. 사람들은 '진화'라고 하면 더 우월한 개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 인간은 날지 못하기도 하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추위를 맨몸으로 견뎌낼 수도 없다. 그저 지금 환경이 인간이 살기에 나쁘지 않은 것이고 지능이라는 꽤나 괜찮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서다. 

  동물은 늘 시대착오적이다. 환경이 변해야 선택압을 받기 때문이다. 변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동물이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환경은 때론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변한다.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들은 운석 충돌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인간이라고 해서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큰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책은 여러 종류의 진화 패턴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진화라는 것이 꼭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얘기한다. 그리고 진화라는 것이 이기적인 것도 이타적인 것도 다정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얘기한다. 진화는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흔적 같은 것이라는 듯하다. 인간의 기준으로 인간을 최고의 동물로 추켜 세우는 오만함에 대한 경고 같기도 했다.

  진화에서 성공을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인간은 늘 비슷한 크기의 생명체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우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개체로 봐도 인류는 닭장의 닭보다도 적은 개체 수를 가지고 있다. 미생물까지 끌어드리면 인간은 아름드리나무의 열매 하나도 될까 말까 하다. 마음대로 살아간다거나 행복하게 살아간다거나 같은 판단은 애초부터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비교할 수 없다. 인간도 그저 흐름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유전자의 확률 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우월한 유전자도 특별하게 다정한 유전자도 없다. 그저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가 매 순간 자연에게서 받은 선택압을 견뎌내는 것에 불과하다. 유전자가 단순히 자신을 보존하는 일에만 급급한 것이었다면 인류의 남성들은 모두 정자은행에 기부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데 또 그렇지가 않다.

  유전은 하나의 흐름이며 자연의 선택압 속에 결정된 경로는 되돌릴 수 없다. 물속에서 육지로 올라와 폐를 얻은 동물은 다시 물로 돌아갔을 때 아가미로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살아갈 만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생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약점을 개선하는 돌연변이는 우월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개체의 행동은 여러 가지 선택압에 대한 결과다. 우리는 가끔 자연스러운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도덕적이지 않다. 그리고 전혀 우월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애당초 우월이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그저 다양한 결과만이 존재한다.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생명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여러 이유들에 정당함을 생물학으로는 지지받을 수 없다는 듯했다.

  <이기적 유전자>보다 더 세심하게 설명하지만 더 재미난 예시들이 가득해 읽는 즐거움이 있다. 진화를 있는 그대로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은 만족을 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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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환 -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승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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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변혁을 꿈꾼다. 단순한 기후 위기를 위한 전환이 아니다.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지 않았을 거다. 인류가 지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지 겨우 5000여 년이 지났지만 암이 전이되는 수준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숙주를 헤치지 않는 기생의 원칙을 인간은 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바닥에는 제국주의적인 사상이 깔려 있다. 인간은 제국 이전의 세계에서 더욱 많은 것을 이뤄냈다. 지금은 지구적 관점이 필요하며 전쟁과 약탈이 아닌 풍요와 돌봄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스토리를 거부할 수 없다. 잘못된 것을 알아채더라도 행동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스토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토리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스토리를 고쳐 적어야 한다. 그런 위대한 전환에 대한 얘기는 가나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과학계는 기후 위기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인기가 필요한 정치인들에게 강한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정책은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대중들에게 이런 위기의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많이 다행스러운 것은 대중들이 점점 더 깨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생각이 된다면 세상은 변하고 인류는 새로운 스토리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거대한 위기 앞에 있지만 어쩌면 또 힘겨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공동체>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선택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모른다. 미래는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할 건지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선택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태초의 인류는 공동체적인 사상이 강했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풍요를 기원하고 돌봄을 나눴기 때문이다. 제국이라는 약탈의 스토리가 주류 스토리가 되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이다.

  제국의 스토리는 화려하면 그 이면에 피팝 받고 죽어나간 인류에 대한 얘기는 쓰인 않는다. 위대하다거나 하는 영웅들 대부분은 비인간적이었다. 왕 중에 덕치를 하는 자가 적고 장수 중에 덕장이 많지 않았던 것은 정치라는 것 자체가 기만의 언어를 쓰기 때문이다. 올곧아서는 우두머리가 될 수 없는 곳이 바로 제국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일반 인류의 삶은 그대로였다. 단지 약탈하러 오는 인간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느 나라의 백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육을 당하기도 했다. 야만의 기질을 가진 제국이 남긴 슬픔들이다. 이런 권력은 자본주의와 함께 돈이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 보이지 않는 칼질이 시작된 것이다.

  혁명은 권력을 다시 풀뿌리에게 돌려주었으나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 못한(당연하다고 여긴) 사람들은 그 권리를 독재에 대사 넘겨주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은 제국의 역사를 헤쳐 나온 사람들의 덕분이다. 그런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제국의 성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수의 권력자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안보는 그 첫 번째 방법이다. 외부에 적이 있다는 설정은 내부의 소란을 모두 잠재운다. 냉전체제는 두 강국 모두에게 좋은 시나리오였다. 소련이 붕괴되고는 적을 테러 집단으로 설정한다. 적이 있다는 끊임없는 설정은 강력한 구심점의 필요로 이어지고 권력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엔론 사태로 대통령에서 물러날 뻔한 부시는 이라크를 적으로 설정해 전쟁을 일으켰다.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권력자들에게는 큰 행운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경찰이라는 이미지는 미국에 압도적인 군사력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 정의라는 미군이 주둔하는 곳에는 독재 국가나 쿠데타를 일으킨 국가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몇몇 자료에는 미국이 그것을 지원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안보는 권력 유지에 가장 큰 필수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선거철만 되면 북풍이나 빨갱이니 같은 선전을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효과가 있는 듯하다.

  강대국들은 자금을 가지고 약소국의 자원을 탈취하는 것도 서슴없이 행했다. 실질 자원과 금융 자원은 별개의 것인데 그것을 이어 붙여 통화의 격차를 만들고 상대 국가의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구제해 준다며 민영화와 공공자원의 매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 구제가 아니라 경제를 탈취당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이미 각성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주류를 이룬 제국적 사상으로는 공동체를 보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국의 기득권층과 신자유주의의 이득을 취하는 자들은 공동체를 계속 부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권이 점점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이 가난한 사람에게 당연해지는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풀뿌리 권력들이 모여 여론을 형성해야 하며 권력자들의 나팔수인 언론을 대신한 독립 미디어의 확산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양당 체제는 서로 적당히 해 먹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인의 배출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 경쟁과 우위 선점과 같은 제국적 잔재에 물들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들이 계속 가로막을 테지만 지속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바뀔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한 노력. 그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모든 잘못은 개인에게 있다는 자기 파괴적인 인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돌봄과 연대로 모두 함께 잘 살아가는 쪽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선택해야 적어도 희망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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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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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는 인류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문자가 되면서 지식은 보다 널리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소실되던 지식은 사라지고 점점 쌓여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 글은 인간에게 진화의 속도를 넘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문자가 만들어낸 글은 생물과 다르지 않다. '밈'이라는 책을 보면 문명, 지식이라는 거 자체도 적자생존 속에 있다. 많이 쓰이는 것들이 득세하고 남는다. 

  인류를 이끌었던 때론 영감을 주고 때론 숭배하기도 했던 텍스트에 대한 얘기는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유물이 인간의 삶을 얘기한다면 글은 인간의 생각을 담고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이미 소실된 많은 문자들 속에 운 좋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그 끈질김으로 현대까지 전달되었다. 재난은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고 핍박받을 때에는 말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하나씩 만나고 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인간을 신에 가깝게 묘사하는 글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했을 것 같다. 신을 숭배하던 인간은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으니 그것은 바벨탑을 지은 인간을 모습뿐 아니라 신의 계시를 받았다던지 신의 아들이라든지의 신화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알렉산드로 대왕을 이끌었던 <호메로스>는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 중에 하나다. 그리고 그런 서사의 이야기는 서로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 문명에서는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다.

  부처, 예수 그리고 공자, 소크라테스 그들은 글보다는 말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글을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아마 고정된 형태의 뭔가로 남는다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까. 그들은 굳이 글을 남기려 하지 않았다. 대화 속에서 깨달음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을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글로 남겼다. 스승의 유지를 존중하여 대화 그대로를 남기려는 시도도 많았다. 경전은 인간에게 신성함을 받은 텍스트가 되었다.

  문자는 대부분 회계에 쓰였으나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신화와 종교의 설파를 이용되었다. 권력이 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들이 희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종이 발명은 그런 면에서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지점이다. 종이를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좀 더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건하고 무거웠던 글 속에서 이야기는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갔다. 무라사키의 <겐지이야기>나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는 글이 새로운 영역을 들어섰음을 알렸다. 게다가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대중화시키자 글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물론 그 속에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의 힘은 점차 커져갔다.

  목차를 읽으며 그저 특정 텍스트의 분석을 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글이라는 것의 서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를 든 글에 대한 이해도 되었지만 글이라는 것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느낌은 10장까지 이어진다. 10장이 넘어서면 문학 그 자체에 대한 얘기로 원래 생각했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쯤 되면 글은 그 자체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 속에 존재하던 글은 이제 전기신호의 의해 저장되고 읽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기적 서판'이라고 해야 할까. 누구나 새기고 싶은 말을 새길 수 있고 아무나 그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순식간에 지구 전역으로 전달된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진다.

  인류를 이끌었던 주류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힘을 가진 배경과 인간의 발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야기 그 자체도 즐겁지만 그 이야기 사이를 이어가는 방법도 즐거운 일이다.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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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1 - 명예 훼손죄, 진실을 말해 줘! 어린이 법학 동화 1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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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을 타고 내 귀까지 들어온 <의사 어벤저스>를 구매했다. 아이는 종이접기 삼매경 중이어서 책을 사준 아빠에게 감사 인사를 할 뿐 그렇게 관심이 있어 보이질 않았다. 관심이 없나 싶었지만 종이 접기를 어느 정도 끝낸 뒤 한 권씩 독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변호사 어벤저스>를 확인하게 된다.

  어린이 변호사의 활약을 담은 이 책은 가나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확인하자마자 "어! 이거!"라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아들에게 전달하니 "아빠, 고마워~"를 외치며 책을 잽싸게 가져간다. 

  다 읽은 후 어땠냐고 물어보니 역시 재밌단다. 조금 더 물어보니 의사 어벤저스와 전개는 비슷한데 직업이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이 다르다며 누가 그렸는지 확인해 본다. "역시 그린 사람이 달라!"라며 의기양양한다.

  변호사 어벤저스는 천재 소년의 변호 일지 같은 책이다. 어린이 책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주인공인 편이 감정이입하기 좋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법률 용어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책은 무척 가벼워 보이지만(어린이 책이니까) 들어 있는 용어가 예사롭지 않다. 아무리도 법률용어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를 만나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 된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다룬다. 명예훼손이라든지 업무방해 같은. 자연스럽게 법의 역할과 도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국영수만 집중하다 보니 도덕과 윤리를 등한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말들을 친근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듯하다(아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데 시리즈라.. 앞으로도 계속 사줘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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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를 찾아서 - 가장 유쾌하고 지적이며 자극적인 신경과학 가이드
샨텔 프랫 지음, 김동규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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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뇌과학 책을 읽어 봤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어렵다. 뇌과학 자체가 쉬운 학문임이 아니기에 교양서라고 해서 쉬울리는 없다. 책은 뇌과학의 역사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현대 뇌과학 그대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기대감도 좌절감도 없다. 오히려 심리적인 부분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이 좋지만 전문을 읽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뇌과학 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꾸임 없다는 것이다(물론 저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숙명적인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제껏 알려고 노력했던 것들의 결과를 적어 낸다. 어떻게 보면 학술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저자는 긴 서문에서 밝힌다. 모든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얘기할 뿐이다. 두뇌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뇌의 구조가 절대적으로 우수한지 보다는 환경에 얼마나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두뇌마저 적자생존인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평균적으로 매우 편향적이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크기나, 모양, 연결 방법 등에서 전혀 대칭적이지 않다. 양쪽 두뇌는 받아들이는 정보를 서로 다르게 처리한다. 좌뇌는 '이성적', 우뇌는 '감성적'이라는 일반적 관념과 달리 사람들이 생각, 감정, 행동에서 보이는 차이는 양쪽 두뇌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좌우되다는 것이다. 

  두뇌가 전문화될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증가하지만 특정 영역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이를 편측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뇌 기능이 좌우 반구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하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다. 그리고 편측성이 높을수록 인간의 두뇌는 취약하다.

  인간의 두뇌는 수백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소비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뇌는 화학물질로 이뤄진 칵테일의 바다에 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질은 우리의 뇌를 바꿀 수도 있다. 그중에 중요한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시냅스에 상을 내림으로서 경험을 강화한다. 시냅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신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좋아하는 신호가 전달된다면 자기 화학물질을  최대한 방출하고 마비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를 '환각'이라고 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도파민 중독을 막기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세로토닌이 너무 과다하게 방출되면 불안 증세가 심해진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뇌 속에서 이런 균형이 깨지면 결국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트립토판이나 타이로신 같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힘들 때 맛있는 거 먹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님이 확실하다. 음식 이외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육체적 스트레스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다르게 두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 

  두뇌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비어 있는 데이터를 자신이 채운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특히 두뇌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뇌의 경험-의존 능력에는 암묵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더 무서운 것은 뇌가 경험으로 간주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TV나 SNS에 접한 허구적인 묘사를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두뇌는 무언가를 경험했는지, 기억하는지, 상상했는지를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모든 정신적인 경험을 똑같이 대우한다. 평소에 좋은 생각 많이 하라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저자는 책을 두뇌의 구조와 기능으로 간단하게 나눈다. 그리고 작은 소제목에 집중하여 설명한다. 설명은 전문적이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우리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실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었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나열한 수준 높은 이야기였기도 해서 더 많은 배경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이제까지의 뇌과학 책에서 보아오던 것 이상의 새로운 것들을 만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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