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T와 대문자 F를 가진 나에게 에세이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는 장르 중에 하나다. 하지만 가끔씩 F를 소환하는 에세이가 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에세이를 읽기는 한다). 이 에세이가 그 에세이냐라고 묻는다면 일단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T를 위한 에세이는 생각보다 많이 없으니까 (근데 나는 왜 F인지).
글은 잔잔하며 부드럽게 써여 있다. 작가가 배려 깊은 사람일지도. 감정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감각은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이다. 멱살 쥔다면 그게 오히려 쉬울지도.
글을 읽어보니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글이 아닐까 싶었다. 본인의 이야기를 써두었고 자신에게 하는 얘기 같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많은 부분이 비슷하고 그 경험마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자신을 위로한다는 건 곧 다른 이를 위로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세상에 위로를 던지는 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책에서 비슷한 자기 위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로라는 것을 어떤 이에게 받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는 책 중에 하나가 될 거다. 어느 책에 손에 먼저 들어왔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하고 감싸기에 앞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세상은 결국 나의 선택과 행동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그런 움직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들에 대해 감사를 할 뿐이다. 당연히 나를 부축하고 위로해야 하는 것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정신이 번쩍 드는 직언이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감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후자에 속해 있다. 삭막한 세상 따뜻한 글이 필요하다면 그런 글을 만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야 하며 그것은 본인이며 "잘될 거란" 단순한 낙천이 아닌 낙관의 마음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