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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5호 : 2025.07.05 - #출판, 계약, 분쟁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7월
평점 :
품절
내 책을 갖는다는 아름다운 사실은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게 된다. 이해타산을 걸렸는 일은 늘 그렇듯 복잡하기 때문이다.
출판에서의 계약과 분쟁을 다루는 기획회의 635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계약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이면서도 나를 죄는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유명인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자신을 망치고 그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한 것을 수 없이 봐 왔다. 출판이라고 해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순히 책을 내던 시절에도 계약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처럼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로 이어지는 2차 판권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계약서는 더욱 중요하고 복잡해진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같은 여타 유럽처럼 저자를 보호하는 법이 조금 약한 듯하다. 결국 계약 단계에서 꼼꼼히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익을 남겨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계약은 중요하다. 일종의 투자와 같기 때문이다. 글이 무수히 쏟아지는 세상에서 어떤 글을 낚아서 상품을 만들 것인지는 출판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상품성이 없다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이익을 남기도 여타 작품성 있는 것들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출판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쓴 글이 출판사에 채택되지 않는 수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납득할 만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자신을 글을 직접 책으로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점은 있다. 그들마저도 이벤트적인 출판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 날고 긴다는 편집자의 눈을 거쳐야 기본적인 상품성이 담보된다. 가끔은 그 모든 확률을 뚫고 대박 치는 것들이 있으나 그것이 내 것일 확률은 무척 낮다.
그러다 보니 저렴하게 출판을 해주겠다는 광고들이 넘쳐 난다. 옛 말이 틀린 게 없다. 출판사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저렴하게 책을 내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붙지 않고 저렴한 종이를 채택하면 된다. 최근에는 AI 편집기와 AI 일러스터를 사용하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나 여전히 좋은 편집자의 디테일을 바랄 순 없다 (물론 최근에는 좋은 편집자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지만)
여기에 더해 AI 출판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업무에 AI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에 저작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어디까지가 저작권의 경계인지 아무도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선에 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AI는 학습한 문장을 그대로 뱉어내기도 하니 나도 모르게 표절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출판이라는 꿈은 나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뭔가를 써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불쑥 아무것이나 출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판이라는 건 법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