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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1호 : 2025.05.05 - #종료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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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다. 무한한 해 보이는 우주의 종말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발생하고 또 소멸한다. 그것은 산업이라고 별 다르지 않다. 출판업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그마저도 대형 유통사로 집중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연결은 지금의 시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간 유통업의 파산을 가져오고 있다. 변화는 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종료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을 말하는 이번 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텍스트힙이라며 작은 소용돌이가 생겨도 텍스트가 가지는 힘에 비해 상업적인 결과는 좋지 못하다. 출판의 불황은 결국 도서 도매상들의 파산을 넘어 웹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통 단계가 줄면 어쩌면 소비자와 생산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생산자는 후려치기를 당할 일이 없고 소비자는 유통마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 마켓이 문을 닫는 이유도 그런 면이 있다. 작은 규모가 얽혀 있는 생태계는 큰 규모가 이길 수 없을 만큼 거대해져 있다. 그리고 출판업도 인터넷 서점 3 대장을 제외하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출판 도매업은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가 줄어서 일 거다. 잔에 술이 넘치면 어디론가 흘러가지만 그럴 만큼의 술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재료비는 늘어나는데 소비가 많지 않으니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고 그 가격으로 또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안타까운 악순환은 영화계에도 존재한다. OTT로 넘어간 고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일이 줄었다. 많은 콘텐츠는 영화관이 아니라 OTT 속에 있고 자금도 모두 그쪽으로 몰려든다. 영화로 개봉한 작품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만날 수 있다. 집에서 즐길 수 없는 화면과 사운드가 있다고 해도 영화관으로 가는 일은 많지 않다. 그건 정말 OTT만의 문제일까?
비싸고 귀찮아도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결국 좋은 영화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좋은 영화의 소멸은 결국 영화 잡지와 같은 파생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남은 잡지라고는 <씨네 21>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1950 ~ 60년대 한국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상계>가 복간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박정희 정권 때 폐간 당한 지 55년 만이다. 볼거리가 많아지고 깊은 생각을 많이 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버틸지가 시작부터 걱정인 것도 사실이다. 언젠간 끝날 줄 알면서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용기이기도 한 것 같다.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며 그런 용기가 성공하는 시대가 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