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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엉망진창으로 아름답다 - 박상아 에세이
박상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에세이는 삶에 대해 얘기하고 부부에 대해 얘기하고 가족에 대해 얘기를 한다. 삶에는 리허설이 없다고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서투르고 자주 엉망진창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일정한 패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는 계속 같은 패턴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다. 내가 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의 변화가 나의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삶은 엉망진창이 되는 거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성인군자처럼 얘기하지 않아서다. 아주 평범한데 아주 특별한 문장들이 들어 있다. 그런 글들이 나는 참 좋다.
📖 당신과 결혼을 한 이유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애정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결혼을 결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애정 표현이라는 말에 너무 공감이 갔다. 요즘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다는 것은 첫 키스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을 <애정 표현>이라고 한 작가의 글에 감탄했다.
📖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누군가의 소망이 내 안에 들어와
내 무언가와 마구잡이로 엉킨다.
엉킨 색들은 마구잡이로 섞여 검정색이 된다.
...
그렇다.
어른들의 무지개는 검정색이다.
오롯이 나로 살아내기 힘든 게 사람이다. 나의 기대로 살아내지 못하고 주위의 오만가지 기대와 간섭, 충고를 듣고 산다. 그 하나하나의 말들은 선의 형태를 띠고 나에게 날아들지만 형형색색 고운 말들은 내 안으로 들어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그 빛들은 원래의 의미를 잃은 채 나에게 슬픔이 되어 버린다. 고됨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아픔이 되어 버린다.
📖 좋아하는 일이란 그 일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어리숙한 시간을 참아낸 '잘하는 일'이다.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과 잘 버는 일 사이에서 방황한다. 슬프게도 그렇다.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거 해."라고 얘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좋아하면 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실 돈이 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일과 취미가 다른 것은 그런 것이다.
작가의 말들 생각들이 그렇게 멀지 않아 공감이 많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겪을 평범한 고민 그렇지만 가볍지 않은 것들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아. 나도 아내와 그렇게 만났지, 결혼했지. 아이들을 그렇게 만나고 길렀지. 힘들었지만 지금은 행복했던 그날의 엉망진창들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아름답게 웃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