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놓아줘 - 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
에드워드 독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달의시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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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누군가의 ‘이별’을 이야기 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감동적이고 많이 아름다운 책이길 기대하면서 서평을 신청했고 #책세상 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책은 루게릭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린 아버지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안락사 지원 병원이 있는 스위스까지 세 아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적었다. 여행 중에 일어나는 갈등과 표출되는 애증.. 그리고 인정에 다다르는 모습을 600p가 넘는 지면에 섬세하게 적어 놓았다.

  이야기는 불치의 병에 걸린 아버지가 지인과 함께 안락사 지원 병원에 가는 것을 막내 루이스가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루이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두번째 부인의 아들이지만, 형들은 그 불륜으로 상처와 애증을 가진 첫째부인의 아들들이다. 하지만 형들은 막내에게만은 친절했다.

  시대적 배경이 꽤나 현대에 가까워서 그런지 아버지의 불륜은 꽤나 불편했다. 두 아들의 애증을 쥐여짜기 위한 뒤틀린 인간관계를 위한 설정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아버지의 말은 위선과 자기합리화 같이 느껴졌다. (꽤나 멋드러지는 말을 많이 했음에도…) 각자의 세상에서 아버지와 벽을 쌓아가고 있는 두 형제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여정>을 빌미로 동행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버지의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여행은 완성되어 간다.

박식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뚜렷한 아버지는 여행을 통해서 아들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를 털어내려 한건지 모르겠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막내 루이스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는지도..

나흘간의 여정은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내적 갈등과 분노 표출.. 아버지와 대립을 통한 서로간의 조금의 이해가 생기기엔 충분했을 것 같다. 마지막엔 안락사에 대한 것 또한 아버지의 선택을 인정해주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아버지의 굴레를 아들에게 씌워버리는 건 아닐까도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꼭 죽을 것처럼 호수를 질러가는 루이스의 모습에서 책장을 한참 쳐다보게 되었다.

책은 재밋게 잘 읽었지만, 막상 후기를 적으려니 소설 속 두 아들에 동화 된 듯 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로 욕이라도 적고 싶은 생각이 들았다.

해피엔딩 같지 않은 해피엔딩. 나에겐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갈등과 내적 분노를 섬세하게 다루는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볼만한 하진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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