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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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짧은 작업시간을 요구하고 있지. 까짓거 우리는 보다 짧은 작업시간을 하루 세 시간이나 네 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네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냐, 그렇지 않을 거야. ..... 세시간 반이나 늘어난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그 여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도피할 수 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말았단 말일세. 발명국에는 노동절약을 위한 계획이 산적돼 있네. 수천 가지의 계획서가 작성되어 있단 말일세."-279쪽

"그런 계획을 왜 집행하지 않느냐구? 노동자들을 위해서지. 노동자들에게 과다한 여가를 안겨 주는 것은 정말 잔인한 처사가 되는 것이야. 농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모든 식료품을 인공합성으로 제조할 수 있어. 그러나 그런 짓은 하지 않고 있지. 우리는 인구의 삼분의 일을 토지에 배당시키고 있네. 그것도 그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야. 공장으로부터 식량을 얻는 것보다 땅에서 식량을 얻는 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단 말일세. 게다가 안정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지.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거든. 모든 변화는 안정을 위협해. 우리가 새로운 발명을 선뜻 적용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순수과학에서의 모든 발견은 유해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거든. 과학도 때로는 적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다뤄야 해."-279-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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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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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만나는 쉑스피어는 늘 지루했다. 올드 잉글리쉬에 사랑한다고 고백이라도 할라치면 이박삼일 정도 걸릴 듯한 그 늘어짐. 크헉.

템피스트는 쉑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인데 남쥔공이 그의 페르소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쉑스피어의 반어적 풍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여쥔공이 바보라는 사람도 있고. 암튼 멋진 신세계를 읽고 나니 점잖게 템피스트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SF의 고전이자 386 운동권 세대에게 교양서적으로 널리 알려진 <멋진 신세계>. 이것을 드디어 읽었다. 아조 재미나고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1932년 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분명 올더스 헉슬리의 정신세계는 당대 그 이상의 것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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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Pluto 3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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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당췌 언제 나오는겨...

사람을 이래 목빠지게 해도 되는 건가...

너무 하군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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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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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일입니다. 열린책들 부스에 들러 <마야꼬쁘스끼 선집>을 샀습니다. 책을 판매하시던 어떤 분이 베르베르의 신작이 곧 나온다며 <파피용>을 살짝 알려주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 분께 감사말씀드립니다. 만원도 안되는 책을 체크카드로 구입하느라 민망하던 찰나라서 그 때는 감사하다는 말을 못 전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구입 예정한 책은 <파피용>은 아니었습니다만 지인이 선물로 주신 책이 이미 산 책인지라 <파피용>으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예정없이 책을 읽게 되면 확률은 50%가 됩니다. 그 확률은 책을 읽은 소감과 감성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을 누군가에게 어떻게 권할 것인가에 있어 제 태도의 순진성을 가름하는 것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다른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중키에 머리는 민둥산인 데다 두꺼운 안경을 맞춰 낀 두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다. 그는 잉크가 말라 버린 펜과 어딘가 조금씩 고장 난 계산기들이 주머니 가득 들어 있는 흰 가운을 절대 벗는 법이 없었다."

이브 크라메르의 인상을 말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차라리 뫼비우스의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일러스트까지 통채로 들여와(수입해) 가공해서(번역, 편집, 제작) 파는(유통) 상황인지라 일부를 도려내거나 우회적으로 돌리는 일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몇 개 작업을 뫼비우스와 공동으로 한 베르베르의 책은 가면 갈수록 별로인 것 같습니다. <개미> 시절의 감흥과 설레임과 그리고 벅찬 상상력을 제게 계속 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제게도 탓이 있습니다. <개미>를 읽고 흥분하던 시절은 20대였고 이젠 저도 나이먹고 때가 묻은 '철들고 싶지 않은 어른'이니까요.

각설하고 SF가 주는 상상력과 입에서 단내 나도록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어야 하는 그런 감동은 이젠 없다는 말입니다(물론 베르베르는 온전한 의미에서 SF작가는 아닙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토요일 저녁 찜질방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무척 곤란했습니다. 읽자니 곤란하고 안 읽자니 그 망망대해의 찜질방에서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 다시 이브 크라메르도 돌아갑니다. 그의 인상은 이랬어야 했다(구체적으로 말하면 뭔가 찌질이 냄새가 나는 듯했어야 했다)를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텍스트만 있었더라면 좀 더 풍부히 그의 캐릭터를 상상하고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구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원치 않던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바람에 그의 캐릭터와 텍스트상 안내가 일치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명실이 상부하지 않게 다가온 것이지요. 적어도 제게는.

이브 크라메르의 이미지는 이 책을 읽는 제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엘리자베트 말로리나 사틴의 이미지는 일러스트가 있건 없건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줍니다. 하지만 주류권력의 비틀어진 아웃사이더 형인 이브 크라메르는 좀 다르다고 할까요?

다음으로 번역과 문화적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번역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잘했다, 못했다는 말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이브 크라메르의 엘리자베트 말로리의 권력관계가 번역에서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표현됩니다. 대개 외화나 외서 번역을 보면 남성은 여성에게 아랫사람에게 쓰는 존대를(사랑하오, 무엇무엇을 했으면 좋겠소. 따위의 어투겠지요), 여성은 남성에게 일상적인 존대를(~요, ~까요. 따위겠지요)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러다가 둘이 섹스라도 하고 나면 금새 반말투성이가 됩니다. 어쩌면 여-남 캐릭터의 섹스 여부는 둘의 대화체만 봐도 알 수 있을 지경이지요. 이 책은 그런 상투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물론 둘이 갑자기 반말을 치고받는 상황은(그렇게 번역한 상황은) 섹스의 여부는 아닙니다만 충분히 그렇게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한국어를 쓰는 사람을 봐도(한국인을 봐도) 남성이 자신의 이성 애인에게 무엇무엇 하오. 이래저래 하시겠소. 하는 조선스런 말투를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 있을 수 있겠네요. 20세기 중반에 결혼한 부부 내지 그런 세대를 풍자하는 커플들의 장난 말입니다. 판타지를 클래식으로 애써 돌변하게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책갈피는 아직 233쪽에 꽂혀 있습니다. 더 진도를 내야 할 지, 아니면 다른 책을 앞질러 읽고 뒤에 읽어야 할지 제 맘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파피용은 계속 새로운 행성을 향해 날아갈텐데 내 맘은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탓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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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파피용은 실망하신 분들이 꽤 되더군요.. 무힉님도 실망하셨군요..
전 아직 안읽어 봤는데 이것참.. 망설여지게 되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무히끄 2007-07-2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실망이라기보다는 그저 멍합니다. 베르베르를 좋아하시면 소장할 가치는 있지요.

무히끄 2007-07-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
어제 집에 일찍 들어가 할 일이 없길래 나머지도 마저 읽었어요. 어흑.
완실입니다. 완전실망. 철푸덕~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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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냐?"

텍스트 위주의 책이 아닌 만화책을, 그것도 찔끔찔끔 나오는 <신의 물방울>, <플루토> 같은 게 언제 나오나 목 빼고 기다리는 내 모습에 익숙한 내게 언니가 물었다. 네 살 많은 언니는 어릴 적부터 거의 친구와 같다. 하지만 만화책을 보는 내 모습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터라 '만화책이냐?'는 물음은 필경 '이번에도 만화책이냐, 언제까지 만화책만 읽을꺼냐.'는 핀잔을 담고 있을 게다. 사실 만화책만 읽는 것도 아닌데 언니는 왜 만날 그럴까.

"아니."

입술을 비쭉 내밀고 펼친 면을 보였다. 제목이 뭔데, 라고 물으며 표지를 뒤척이는 언니는 이건 또 뭔가, 하는 얼굴이다.

Pifan 부대 행사로 열린 장르 북페어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샀다. 좀 뒤가 깨름칙한 것은 판타스틱 영화제 부대행사에 이런 책들이 나와 있다는 점이지만 판타스틱이란 게 워낙 '의외의 것'을 포함하고 있는지라 그냥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장마철의 눅눅함은 코팅안한 표지까지 습기를 머금게 해 책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그게 더 다행이었다. 마치 이나중 탁구부를 소설로 읽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그것은_원숭이들의 놀음을 매우 빈정거리듯 보는 듯한 기분은_다만 1권의 부분일 따름이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차라리 장마철의 이 꿉꿉함 속에 이 책을 읽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2권으로 넘어가 하코네 역전경주를 본격적으로 펼칠 때는 말이다. 왜냐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떨어지는 기분을 장마철의 습기가 온전히 상쇄해주기 때문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생각없이 살아갈 것만 같은 사람들. 신경쓰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양팔을 휘두르는 그 거친 몸짓조차 아무 것도 아닌 양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일상은 지루해 보인다. 마치 누구 한 명이라도 재채기를 하면 지쿠세이소의 마루바닥이 꺼질 것처럼 그들의 일상은 지루함의 연속이다. 태풍의 눈? 아니 영화 <투모로우>에서 본 절대냉동 직전의 고요함? <퍼펙트 스톰>에서 본 퍼펙트 스톰 직전의 평안한 바다?

달리는 동안 그들이 보고 되새긴 것은 '절대적 동지애'였다. 영원토록 반짝반짝 빛나는 아주 소중한 것, 그저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전폭적인 신뢰...이것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의 연대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내들의 의리? 남자들만의 세계? 아냐. 아냐. 그런 거칠고 짐승스런 표현으론 이들의 고귀한 인간애를 표현할 수 없다. 동지애다, 동지애. 아, 내겐 이런 동지가 있을까. 인생을 살면서 지쿠세이소의 주민들과 같은 동지를 만날 수 있을까.

만화책같지만 전혀 만화책같지 않은 소설책이지만 만화책같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읽고 나니 콧바람이 붕붕 분다. 동지를 얻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작가도 역자도 모두 여성이다. 이 여성들이 그린 남성들의 세상을 읽은 기분이 묘하다. 프란츠 파농이 <검은 피부, 흰 가면>을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그가 흑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왠지 그렇게 보이는 건 왜일까. 오쿠다 히데오같은 사람이 아무리 죽었다 깨어나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의 여성편은 쓸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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