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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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스티븐 킹의 책들은 보통 두 권 이상으로 분책되어 나올만큼 길기도 하거니와 작가가 원체 이야기속 이야기까지 재밌게 하는 바람에 다소 산으로 가기때매 저자의 책들은 속도감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홀리'만의 장점은 '휘몰아치는 속도감'이다.

(겸손한 킹 할배는 작가의 말에서 '낸 그레이엄'이라는 편집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녀가 일부분을 덜어내자고 할때면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덕분에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자백하신다..)

이 책은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벌어진 80대 노부부의 쇼킹한 범죄행각과 현재 시점의 홀리 기브니의 수사과정이 교차 서술되다 결국 2021년 7월에 하나로 수렴하게되는 구조를 가진다.

590여 페이지의 한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벽돌이지만, 메인스토리 위주로 힘있게 진행되기에 그리 길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악에는 끝이 없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소재가 극도로 혐오스러워 읽기 힘든점은 있지만, 홀리가 차근차근 수사를 진전시켜 진범을 특정한 중후반부 부터 양들의 침묵 내지 검은집 느낌으로 쫄깃하고 스릴넘치는 결말을 맺게 되기까지의 막판 스퍼트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홀리 기브니 스탠드 얼론이다보니 '파인더스 키퍼스' 3부작과 250여페이지 경장편인 '피가 흐르는 곳에'의 내용이 많이 언급되긴 하는데, 전작을 안봤더라도 읽는데 지장이 없는데다 오히려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대가의 스토리 텔링 솜씨는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이점은 아무래도 할배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지 '코로나19'사태가 (다른 작품들처럼 수사과정을 더디게 하는 귀찮은 이벤트 정도가 아니라) 노인들의 죽음과 연관지어 꽤나 진지하게 다뤄진다는 점이다.(엄마가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홀리의 각성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범인들의 범행 동기이기도 한 노화와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와 고민 역시 여타 작품에 비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소설계의 마지막 진정한 록스타 중 한사람이 작가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서평에 격하게 공감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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